세월호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이번에도 변함 없이 거리에서 명절을 보냈다. 참사 진상규명이 여전히 요원하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 안산 분향소, 진도 팽목항 등 곳곳에서 합동차례와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희생자 가족들은 세월호 인양을 지켜보기 위해 인양현장 인근 섬인 동거차도에 움막을 지었다. 시민단체는 팽목항으로 향하는 도보순례를 했으며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부 공무원들은 실종자 가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팽목항 파견근무를 자청하기도 했다. 

형식적 뉴스마저 ‘실종’

이 모든 사안은 연휴기간인 26, 27일 지상파3사 메인뉴스에서는 ‘기삿거리’가 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방송뉴스에서도 완전히 잊혀진 것이다. MBC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형식적으로나마 명절 때 세월호 소식을 보도했던 KBS, SBS의 메인뉴스도 침묵을 지켰다. 세월호 참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해온 JTBC도 이번에는 조용했다. 

KBS와 SBS는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한 인터넷기사를 통해서만 세월호 희생자 가족 합동차례 소식을 보도했다. 앞서 23일 희생자 가족 131명이 배상금을 거부하고 정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도 KBS, JTBC만 메인뉴스에서 단신으로 보도했다. 

방송뉴스가 명절을 맞을 때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의 상황을 보도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일상적 보도가 끊긴 상황에서 최소한 명절 때라도 관심을 갖고 이슈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국가 시스템의 붕괴로 수 많은 희생자를 낳은 사건임에도 아직까지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형오보를 낸 언론이 참사의 가해자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달랐던 광주전남MBC

그나마 세월호 참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해온 광주전남지역(광주, 여수, 목포) MBC는 달랐다. 침묵을 지킨 서울MBC와 달리 이들 지역 MBC는 일제히 27일 ‘“부모니까요” 세월호 가족 한가위’리포트에서 동거차도에서 인양현장을 지켜보는 희생자 가족을 보도했다.

   
▲ 서울MBC에서 제작한 26일 MBC 뉴스데스크(위)와 광주전남지역 MBC에서 제작한 27일 MBC 뉴스데스크(아래). 추석연휴기간 광주전남지역 MBC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 대해 보도한 반면, 서울 MBC 뉴스데스크는 연성화된 기사들을 내보냈다.
 

앵커는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명절 더는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세월호 희생자의 가족들”이라며 말을 뗐다. 리포트는 실종자 아버지들이 직장까지 그만두고 동거차도에서 인양현장을 교대로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인양 문제와 참사 당시 구조 실패를 다시금 환기시켰다. 고 호성군 아버지 신창식씨는 리포트에서 “(섬과 사고현장이) 가까운 거리잖아요. 아이들이 구명조끼 입고 뛰어만 내렸어도 동거차도 어민이 10~20분이면 나갈텐데. 다들 살 수 있었다고”라고 말했다.

경인지역 민영방송인 OBS의 메인뉴스 ‘뉴스M’도 세월호 소식을 다뤘다. ‘뉴스M’은 지난 27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추석인 오늘,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합동 헌화행사를 가졌다”면서 “유가족들은 이어 아이들이 있는 추모공원을 찾았고,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 팽목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차례를 지냈다”고 보도했다.

조선, 동아는 배상금 ‘어뷰징’

과거 세월호 참사 관련 이슈 중 유독 ‘배상금 보도’를 적극적으로 했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5~26일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배상금 신청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소식을 어뷰징 소재로 삼아 17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들 기사의 제목은 대부분 ‘세월호 생존자 82% 배상금 신청’으로 시작한다. 조선일보 어뷰징 기사는 주로 “세월호특별법에 따른 배·보상금 신청 접수가 급증했다”는 내용이며 동아일보는 “배상·보상 신청 마감을 앞두고 생존자 접수가 대폭 증가했다”는 내용으로 대동소이했다.

희생자 가족들이 배상금을 받지 않고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보다 생존자 가족 대부분이 배상금을 받았다는 점에 집중한 것이다. ‘진상규명요구’를 ‘돈문제’로 희석하는 보도태도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과거 배보상금 액수 ‘8억2000만원’이 발표됐을 때도 과장된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 동아일보의 세월호 참사 배상금 지급 관련 어뷰징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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