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의 침몰과정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해경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가 실형을 선고받거나 구속된 시민들이 ‘괴담이나 유언비어가 아니다’라는 것을 법정에서 입증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지난해 4월 경찰의 유언비어 단속 방침에 따라 충분한 항변권도 얻지 못한채 구속된 이후 징역 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이도 있다. 해경이 제대로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SNS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내린 김준호(32)씨는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지난해 4월 17일 경 자신의 블로그에 ‘해경이 못구하는 것이 아니라 안구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뒤 나흘 만인 4월 21일 구속됐다. 목포해양경찰서장 명의로 고소한 이 사건은 1심 재판이 40일 만에 끝났을 뿐 아니라 대법원 확정판결(징역 1년형)이 날 때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속전속결이었다. 김씨는 지난 4월 만기출소했다.

김씨는 지난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가 글을 올린 뒤 10분 만에 삭제했을 뿐 아니라 유가족이 탄원서까지 제출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항소심에서의 경우 목포해양서장과 UDT동지회 민간잠수사 등을 핵심 증인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고 전했다. 

김씨는 “무엇보다 해경이 실제로 제대로 구조하지 못한 진실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내가 글 쓴 것만 잘못이라는 식으로 재판이 흘러갔다”며 “내 형량은 너무 과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내가 ‘글쓴 것은 잘못이며, 이슈화하려 한 잘못은 인정한다’고 했으나 내가 실형을 선고받은 과정이 의심스럽다”며 “참사 닷새 만에 경찰에 출두하라고 해서 갔다가 곧장 구속되고 재판도 너무 빨리 진행됐다. 지방선거 하루 전날에 1심 선고가 나왔다”고 말했다.

   
세월호 45도 기운 장면. 사진=해경 영상 캡처
 

이와 함께 세월호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123정이 세월호를 밧줄로 묶어 더 빨리 침몰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도 구속된 이후 재판을 받고 있다. 보안 IT 전문가인 김현승(43)씨는 해경 123정이 도착한 이후 세월호가 완전히 물 속에 잠길 때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법정에서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26일 다음 카페에 “세월호가 너무 커서 어뢰로도, 폭탄으로도, 잠수함 추돌로도 안 뒤집어지니까 이미 추돌했던 그 잠수함으로 앞에서 충돌, 그래도 안되니까 해경이 끌어서 세월호를 뒤집어 엎었다”는 글 등을 올린 혐의로 지난해 12월 23일 구속기소됐다. 이후 김씨는 지난 5월 ‘구속만기’ 1개월을 앞두고 보석으로 풀려나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을 거론한 글에 대해서도 함께 기소됐다.

김씨는 자신이 구속된 것에 대해 “내가 자발적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는데, 도주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며 “대법원에 선거무효소송도 제기했던 내가 무슨 도주우려가 있느냐. 판사가 감정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현승씨는 25~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미 3년형을 선고받은 123정장만이 나에 대한 처벌의사를 밝혔을 뿐 동승한 다른 해경은 불처벌 의사를 밝혀왔다”며 “박 대통령은 아직 회신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씨는 “명예훼손 법리상 피해자의 처벌의사가 확인되지 않으면 무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공소장에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를 침몰시키기로 사전에 계획한 사실도 없었고, 해군 잠수함이 세월호를 수차례 들이받은 적도 없으며, 해경 123정 대원들이 세월호를 밧줄로 묶어 물살이 센 맹골수도 해역으로 끌고 가 300여 명이 넘는 승객들을 수장시킨 사실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검찰 주장을 두고 김현승씨는 “그런 일이 없다는 주장을 검찰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이며, 그런 판단이 법적으로 정당한지 모두 법원에서 가릴 것”이라며 “검찰이 제시한 근거가 대검종합수사결과 발표문이지만, 이것이 진실인지 밝혀져야 한다. 이 발표가 진실이 아니면 내가 기소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침몰중인 세월호. 사진=해경
 

해경 123정이 세월호를 밧줄로 묶어 전복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김현승씨는 “해경 123정이 밧줄로 세월호를 묶고 끌고 다닌 행위가 담긴 영상과 사진을 통해 진실을 입증할 것”이라며 △세월호가 오른쪽 방향으로 회전했다가 반대편 방향으로 회전했는지 여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조류의 반대방향으로 움직인 것에 대한 123정의 관여 여부 △123정의 밧줄이 묶여진 이후 옆으로(왼쪽으로) 전복되는 속도와 각속도가 크게 나온 분석결과 등을 제시했다.

김씨는 “그 시간에 해경 123정이 밧줄을 걸고 있었는지, 밧줄 거는 행위와 배로 당기는 행위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어떤 목적이었는지, 조직적이었는지, 과실 또는 실수였는지에 대해 법정에서 사진과 영상 및 분석 자료로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같은 검증에 대해 “해경123정이 도착(9시35분)하고 나서부터 세월호가 108도(횡경사각) 기울기로 전복될 때(10시17분)까지 약 42분 동안 해경 123정이 무슨일을 했는지가 자세하게 분석되거나 검증되지 않았다”며 “정부, 언론, 검찰, 법원 다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해경 123정이 무슨 일을 했는지 자세하게 알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말 해경 123정이 사고 현장에 가서 구조는 못할망정 참사에 관여했겠느냐는 상식적 의문은 남는다. 

김현승씨와 유사한 주장의 글을 썼던 우한석(구속)씨는 1심에서 1년6개월 형을 선고받은 뒤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잠수함 충돌 가능성을 거론했다가 해군 대령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그러나 이 고소고발은 해군이 아닌 서울경찰청이 고발을 의뢰한 것이며, 해군 법무실에서 검토한 결과 이 해군 대령이 고소하게 됐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기사일부 수정 9월 29일 오전 9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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