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선 핵심이슈는 세 가지가 될 것 같다. 양극화 문제, 국민통합, 통일문제. 이것은 지난 대선 때도 이슈였다. 다만 통일문제는 관심이 적었다. 그러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들고 나오면서 통일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할 만한 사람은 없다. 유승민, 원희룡, 유정복, 원유철 정도는 차차기를 노릴 만하다. 당내에는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 반기문이 유력한 후보다. 이렇게 되면 야권은 강한 후보를 세워야 한다. 박원순이 아니면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음 대선은 반기문 대 박원순으로 짜일 가능성이 크다. 

반기문은 잠재력이 크고, 박원순은 현실 적응력이 강하다. 국민통합, 사회양극화, 통일문제 이 세 가지 핵심 과제를 놓고 보면 국민통합과 통일에서는 반기문, 사회양극화 해소에서는 박원순이 좀 더 유리할거다. 결론적으로 반기문이 조금 앞설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 중간층이 승부를 가른다/ 고성국·지승호 지음/ 철수와 영희 펴냄
 

이는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와 정치평론가 고성국의 대화를 엮은 책 <중간층이 승부를 가른다>에서 고성국이 전망하는 2017년 대선에 대해 요약한 것이다. 고성국은 지난 대선 때 노골적으로 박근혜 당시 후보의 편을 들어줘 공정하지 못한 평론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대중에게 신뢰를 잃은 그의 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고성국은 시류를 읽고 있다

지난 대선 6개월 전이었던 2012년 6월19일 MBC 백분토론. 고성국은 “적어도 박근혜 후보는 네거티브를 다른 후보보다는 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상대 패널이 “박 후보는 네거티브만 안 한 게 아니라 말 자체를 안했다”고 반박하자, 고성국은 “박 후보는 여야의 어떤 정치인보다도 쓴 책이 많다”고 답했다. 

상대 패널이 다시 반박했다. “용산사태 때 박근혜 의원이 뭐라고 발언했죠? 쌍용차 문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했죠? 희망버스 때 어디가 있었죠? 그밖에 많은 사건 때 박 의원은 어떻 표현을 했죠?” 그러자 고성국은 “중요한 국가 정책이 있을 때, 필요할 때 적절한 수준의 발언을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성국은 박근혜 후보를 단순히 옹호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정확히 당시 보수세력의 전략을 대변하는 스피커 역할을 했다. 지난 2012년 5월 조선일보는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를 야권 후보로 띄웠다. 당시 조선일보의 ‘김두관 띄우기’에 대해 문재인 당시 후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야권을 분열하려는 의도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사설과 기사를 통해 김두관을 띄우던 시점보다 9개월 전인 2011년 8월 고성국이 김두관을 치켜세웠다. 고성국은 미국에서 있었던 한 강연에서 “문재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권력의지를 세우지 못했다’, ‘제대로 된 공적 의지를 검증받지 못했다’는 것. 김두관은 이런 문제점을 이미 극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고성국은 김두관이 야권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치평론가 고성국. 연합TV '고성국의 담담타타' 화면 갈무리.
 

결국 고성국은 지난 대선 때 성공했다. 고성국의 평론이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현명한 선택을 도왔다는 뜻이 아니다. 고성국의 행보는 박근혜를 지지하는 세력의 바람을 잘 대변했고, 결과적으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는 의미다. ‘친박’ 딱지가 붙은 고성국은 tbs, 연합뉴스TV, tvN 등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맡으며 소위 ‘잘나가’고 있다.

2017년 대선은 통일이슈로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이후 줄곧 통일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2013년 5월 미의회 연설에서 DMZ(비무장지대)에 평화공원을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지난해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라는 제목의 대북 원칙을 발표했다. 그 외에도 경원선 복원·유라시아이니셔티브(철도 연결)등 다양한 제안을 했다. 

지난달25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이 6개항의 공동합의문을 발표한 이후 이우영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당시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 대선이 ‘복지 없는 복지’였다면 다음 대선은 ‘통일 없는 통일’론으로 치를 것”이라며 “보수언론에서 통일 이슈를 띄우는 것도 통일(이슈)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뜻인데 사실 조선일보가 언제부터 대북지원에 관심이 있었느냐”고 분석했다. 

조선일보가 만든 ‘통일나눔펀드’를 정부기관 등이 가입을 강요하며, 조선일보는 ‘통일이 미래다’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열어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지원하고 있다. 고성국이 꼽은 다음 대선의 세 가지 이슈 중 국민통합과 사회양극화는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2017년 대선만의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결국 통일이슈로 다음 선거를 치를 때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정권을 이양할 수 있게 된다. 

통일 문제에 유리한 후보는 반기문 

고성국은 지승호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철수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불러온 흐름이라면 반기문은 조금 다르다. 충청도 출신이라 중부권 대망론의 흐름을 흡수할 수도 있고.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외교관 경력이 2017년의 주요 이슈가 될 통일 문제에 접근하는 데 좋은 도구, 통로가 될 것이다.” 

   
▲ 지난 5월20일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청와대에서 만났다. ⓒ포커스 뉴스
 

고성국이 반기문 대세론을 외치는 것과 친박 의원들이 반기문을 거론하는 것은 우연일까? 고성국은 인터뷰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대권주자로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청와대에서 김무성을 제거하려는 것 아니냐는 각종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고성국이 김무성에 주목하지 않는 것도 역시 우연일까? 

친박의 2017년 대선 전략 ‘반기문 영입’?

반기문 대세론은 지난해부터 흘러나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총장의 이름이 함께 올랐고, 반기문은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반기문 대세론이 잠시 주춤했지만 사태가 잠잠해지자 다시 박근혜와 반기문의 연결고리는 강해지고 있다. (반기문의 동생인 반기상씨는 고 성완종씨가 회장으로 있던 경남기업의 상임고문이었다.)

지난해 10월 유기준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토론회에서 “(반기문이) 현실적으로 2위 후보하고 3배씩이나 차이가 나는 지지율을 보인다”며 반기문 대망론에 운을 띄웠다.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난 우리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안으로 반기문 총장님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는 박 대통령의 임기가 3년, 반 총장의 임기도 2년이나 남은 시점이기 때문에 반 총장은 대선 출마론에 대해 일단 부인했지만, 최근 반 총장은 대선 출마 관련 질문에 애매하게 답변하고 있다. 반 총장의 유엔사무총장의 임기는 2016년 12월 31일까지다.  

최근 반기문과 박근혜의 만남도 심상치 않다.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행사 때 반기문 총장이 참석했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유엔 사무총장이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이를 견디고 참석해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해 9월에도 박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새마을운동의 세계화에 대해 말했다. 새마을운동을 강조했던 박 대통령에 대한 반기문 총장의 배려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유엔총회 참석차 박근혜 대통령은 뉴욕을 방문한다. 본회의 기조연설에서는 북핵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는 새마을운동의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지난 23일 대통령 출국 소식을 알리며 “유엔총회 참석 기간 중 반기문 총장과 공식, 비공식적으로 여러 번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쯤 되면 친박의 다음 대선 전략을 예상할 수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이어 김무성 대표를 쳐낸 뒤 반기문을 영입해 안정적인 정권 재창출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성국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친박의 전략을 읽어낼 수 있다.

여권 전략은 곧 현실이 되나 

고성국은 열심히 친박 선거운동을 도왔지만(물론 당사자는 부인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선거결과를 제대로 예측한 평론가가 됐다. 그는 평론가의 역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대중은 궁금해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누가 이길까? 여기에 대답하는 게 정치평론가의 역할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보수진영은 원래 유리하다. 여권은 대선을 준비하고 있지만 야권은 아직도 집안싸움 중이다. 다음 대선에서 친정부 차기 주자가 이길 것이라는 고성국의 분석은 그의 바람에 가까워 보인다. 동시에 그가 정의한 적절한 정치 평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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