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MBC ‘진짜사나이’가 권고 제재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여야 심의위원들은 심의 과정에서 사안을 성희롱으로 여기지 않고, 당사자와 가족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지난 6일 방영된 ‘진짜사나이’의 성희롱 논란 장면에 대해 품위유지 위반으로 ‘권고’조치를 내렸다. 해당 방송에서 여성 출연자들이 제식훈련을 담당한 남성 교관(소대장)에 대해 “엉덩이가 화나 있다.”, “엉덩이만 봤다.”, “엉덩이가 올라갔다” 등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 MBC는 해당 방송을 여과없이 방영했으며 “승천할 것 같은 힙업 엉덩이”라는 자막을 넣고 교관 엉덩이 주변에 CG를 넣는 등 부적절한 편집을 했다.

방송 후 남성 교관의 친누나가 MBC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 글을 올려 “아무리 예능이지만 출연자들의 발언으로 인해 성적인 문제를 일으켜 시청자로서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사과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면서 “가족들과 방송을 보는 내내 기분이 언짢았다”고 밝혔다. 이후 남성 교관의 약혼녀도 게시판에 글을 올려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논란이 불거지자 ‘진짜사나이’의 김민종 PD는 “제작진의 잘못이다. 논란이 된 부분은 재방송 및 다시보기에서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 MBC 진짜사나이 화면 갈무리.
 

당사자의 가족이 불쾌감을 느꼈고 제작진 역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사안이지만 정작 심의위원들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듯한 발언을 했다. 여당 추천 함귀용 위원은 “이건 당사자가 성적인 모멸감을 느껴야 성희롱이 성립이 되는데 하사관(소대장)은 기분이 굉장히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귀용 위원은 “나에게 저렇게 말했다면 기분이 좋았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야당 추천인 박신서 위원은 “누나가 동생의 동의를 받아서 방송을 삭제하고 (제작진에) 사과하라고 하는 거 같다”면서 “뒷모습이 풀샷으로 나와서 그렇지 (엉덩이가 크지 않고) 미디엄 정도의 사이즈인데”라고 웃으며 말했다.

심의위원 중에서는 야당 추천 장낙인 위원이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장낙인 위원은 “(제작진이) 이런 장면이 재미있다고 생각해 방송에 내보낸 것 같다”면서 “자신들끼리 (당사자가 없는)사적인 자리에서 농담을 했으면 몰라도 그걸 방송에 내보낸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심의위는 SBS ‘한밤의 TV 연예’가 지난 16일 영화 ‘암살’을 소개하며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가 제작한 노무현 전 대통령 합성 이미지를 내보낸 점에 대해 다음주 방송소위에서 관계자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 SBS의 일베 콘텐츠 사용은 이번이 7번째로 전체 방송사 중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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