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숙박을 중개하는 서비스 플랫폼 에어비앤비에 ‘불법’낙인이 찍혔다. 공유경제의 대명사로 부상한 새로운 산업이 오래된 법과 만나 충돌을 빚은 것이다. 변화된 시장상황에 맞춰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지방법원(김세용 판사)은 23일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5)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지난 2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한국인 7명에게 자신의 방 3개를 하루 20만 원에 빌려주는 등 영리행위를 한 A씨가 공중위생관리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해당 법은 ‘숙박업을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관할 구청에 신고하게 돼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별도의 등록절차 없이 방을 대여하는 국내 에어비앤비사업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집에 거주하지 않는 기간 동안 관광객에게 방을 대여해주는 방식의 거래를 중개하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숙소를 필요로 하는 관광객과 현지에 집을 비우는 집주인이 에어비앤비에 자신의 정보를 올리고 애어비앤비는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문제는 에어비앤비에서 거래되는 숙소가 정식 민박업체나 숙박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 법 규제의 틀과 맞지 않다는 점이다.

   
▲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은 “그동안 정부가 나서지 않았을 뿐이지 현행법을 위반하는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도시민박업은 주인이 실제로 거주하면서 남는 방을 빌려주는 형태로만 외국인 손님을 받을 수 있지만 에어비앤비의 경우 개인이 아닌 업체에서 편법적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상기 소장은 “특정 업체에서 월세방 10개를 구하고 이를 동시에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업을 하는 등 편법이 많다”고 지적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 역시 책정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판결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공유경제서비스가 우리나라 실정법에 위반해 처벌했다는 점에서 우버코리아 사례와 유사하다. 우버코리아는 운송용으로 등록되지 않은 차량을 이용해 운송사업을 벌이는 등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고발당했다. 우버코리아는 위치기반서비스사업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을 해 지난 1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우버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자 근처에 있는 차량과 연결해주는 주문형 차량운행 서비스사업자로 2013년 8월부터 국내 영업을 시작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코리아의 사례 모두 현행법상 ‘불법’이기 때문에 판결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법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과 교수는 “기술의 발전속도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공유경제가 세계적인 화두이고 급물살을 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법의 순발력 있는 개정이 안 되고 있다. 제도적인 준비가 전혀 갖춰지지 않아 신산업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우버코리아 테크놀로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기존 숙박업자들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우버가 국내진출을 할 때 택시업계에서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경배 교수는 “중요한 건 상생할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그러나 숙박업자들을 고려해 지금처럼 법이 정체되면 기존의 질서에서 사업을 해온 숙박업자들이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반면 세계적인 산업행태는 크게 변화하게 된다. 이는 에어비앤비 뿐 아니라 기존 숙박업에도 손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어비앤비 진출 후 관련 법을 정비한 해외의 사례를 참고할만하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은 “관련 논의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나라에서도 벌어졌던 문제”라며 “해외 몇몇 도시에서는 법률 제정을 다시 했는데  대체적으로 집주인이 반드시 실거주자인지 확인을 하고, 방을 1년에 90일 이상 대여할 수 없게 하는 등 공유경제의 취지를 살리면서 악용되는 걸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독일 함부르크, 네덜란드 암스테르등은 법을 개정해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행태를 허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납세의무를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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