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한테 사람 대접을 해줘야 합니까.”

아프리카TV BJ(Broadcasting Jockey) 커멘더지코의 발언이다. BJ 노래하는코트는 방송출연자를 가리켜 “이 새끼 이상한데, 장애인같이 행동하는데”라고 말했다. BJ 원큐는 차를 타고 방송을 하던 중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가리키며 “자랑도 아니고 장애인 저 구석에 좀 해 놓지”라고 말했으며 BJ 방송천재까루는 “자폐아들이 많은 거 같아”라고 발언했다. 이들은 모두 폭 넓은 팬층을 확보한 인기 BJ다. 

MCN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소수자와 약자를 비하하거나 자극적인 방송이 넘쳐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에 따르면 아프리카TV BJ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듣고 정신적 상처를 받았다는 신고가 9월에만 30건 이상 접수됐다. 약자·소수자에 대한 비하발언만 문제인 건 아니다. 아프리카TV를 비롯한 실시간인터넷방송의 ‘자극성’, ‘선정성’, ‘가학성’ 등은 오래 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 

특히 선정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BJ가 속옷이나 성기를 보여주는 경우는 허다하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언행이 방송에 나가기도 하고, 여성의 몸을 만지는 행위도 나온다. 아프리카 TV의 사례는 아니지만 10대 남녀가 인터넷 실시간방송을 통해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중계한 경우도 있다. 

가학적인 콘텐츠도 많다. BJ가 라면국물에 세수를 하거나 간장, 고추장, 식용유 등을 몸에 뿌리며 샤워를 하는 방송도 있다. 출연자들이 서로를 때리기도 한다. 그 대상이 아동인 경우도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인분교수는 아프리카TV를 통해 피해자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폭행을 지시했다. 

인기 방송포맷인 ‘먹방’도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BJ가 ‘만두 12인분 먹기’나 ‘소시지 30개 먹기’, ‘요구르트 40개 먹기’, ‘매운소스 수십개 먹기’ 등 무리한 도전을 한다. BJ가 괴로워하고, 구토를 하는 장면이 방송에 나가기도 한다. 

   
▲ 아프리카TV의 한 BJ가 음식을 먹는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먹방을 방송하고 있다.
 

적절한 규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별풍선’과 같은 보상시스템이 자극적인 방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별풍선’은 아프리카TV에서 사용하는 사이버머니로 시청자들이 하나 당 100원에 구입해 BJ에게 실시간으로 선물할 수 있다. 아프리카TV는 ‘별풍선’ 수익을 업체 40%, BJ 60%로 나눠 가지며, ‘별풍선’판매는 아프리카TV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할 정도다. 김이브, 철구, 대도서관 등 한해 수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내는 스타 BJ의 수익은 ‘별풍선’에서 비롯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프리카TV는 솜방망이 제재로 일관해왔다. 아프리카TV는 20명의 모니터링 요원을 두고 있는데 하루 수천개씩 만들어지는 방송을 모니터링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아프리카TV는 선정적인 방송에 대해 심각성에 따라 경고, 7일 방송금지, 30일 방송금지, 5개월 방송금지, 영구방송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영구 방송금지 제재는 거의 내려지지 않으며 제재 기준 역시 자의적이다. 영구방송금지 제재가 내려진 경우에도 ‘특사’격으로 제재가 무효가 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장애인 비하발언에 대한 아프리카TV의 징계 역시 미흡했다. 아프리카TV는 지난 11일 BJ 1인에 대한 7일 이용정지, ‘베스트BJ’자격박탈 등의 가벼운 제재만 내렸으며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플랫폼이 책임을 지는 방안은 없었다.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가 ‘미흡하다’며 추가제재를 요구했고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결국 아프리카TV는 지난 21일 “해당 BJ에 대해 방송정지를 전제로 한 징계 수위를 논의 중이고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프리카TV는 ‘장애인 인권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시청자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정민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변호사는 “처음 장애인 비하발언 문제로 이의제기를 했을 때 단순히 개인의 일탈 문제로만 보는 거 같아 플랫폼 차원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것을 다시 요구한 결과”라고 말했다.

   
▲ 아프리카TV 메인화면
 

업계의 자율적인 규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심의위는 지난 4월 BJ들이 △성기노출, 성행위 등 음란정보 △불법 도박사이트 홍보 및 알선 △과도한 욕설 등의 사례 25건을 적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BJ에 대해 이용정지 처분을 의결했다. 그러나 여전히 ‘빈틈’이 많다. 심의위 관계자는 “아프리카 TV 방송이 하루 수천개씩 만들어지고 다른 인터넷방송사업자들도 많아 실질적으로 전수조사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변호사는 “인터넷방송이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영향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검열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이용자와 플랫폼업체 모두 인식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애인을 비롯한 약자와 소수자 비하발언에 대한 객관적인 규범을 만들거나 위원회 설립을 통해 견제하고 감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자율규제 시스템이나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도입이 매우 늦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용석 교수는 “결국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정부가 나서는 등 제도적인 규제가 들어오게 되는데, 그러면 MCN을 포함한 인터넷방송 비즈니스의 장벽이 된다”면서 “영국의 경우 인터넷방송 등 TV와 유사한 포맷에 대해 민간 사업자들이 자율규제하는 시스템이 마련 돼 있어 참고할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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