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 함수 및 1번어뢰(어뢰추진체)에서 채취한 이른바 ‘흡착물질’ 시료의 성분분석을 하는 과정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검사에 관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민군 합동조사단에 참여한 국과수 소속 연구원이 흡착물질 시료를 학계에 의뢰해 분석을 요구했으나 무엇인지 몰랐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국과수 소속 연구관이 천안함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어뢰추진체의 부식 기간과 관련된 발표를 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근득 국방과학연구소 고폭 화약개발 담당 수석연구원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합조단 민간조사위원)의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재판에 출석해 국과수도 흡착물질 분석에 관여했다고 증언했다.

천안함 함미 함수 및 어뢰추진체에 붙은 흡착물질이 거의 동일하다는 주장을 하던 이근득 연구원은 “국과수가 우리나라 학계에 뿌렸다, (그랬더니) 흡착물질이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 연구원은 ‘흡착물질 시료를 학계에 뿌린 것은 사실인가’라는 신문에 “그렇다”면서 이 같은 주장이 지난 2010년 11월 열린 기계학회 토론회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그 얘기는 국과수 소속 연구원 김의수 박사가 한 것이라고 이 연구원이 전했다. 그는 “모든 사고가 나면 (국과수가 흡착물질 시료라 해도) 1차적으로 가져간다”며 “김의수 박사가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의수 박사가 참석했다는 토론회는 대한기계학회가 지난 2010년 11월 3일부터 5일까지 ‘ICC 제주’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로, 김 박사는 ‘어뢰 부식층 두께 측정을 통한 시간 추정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백색물질을 국과수가 검사했다는 것이냐는 변호인의 계속된 신문에 이근득 연구원은 “그렇다”며 “그 행사에 송태호 교수도 왔다”고 전했다.

   
▲ 민군 합동조사단이 지난 2010년 5월20일 공개한 어뢰추진체 잔해. 어뢰 스크루에 백색 흡착물질이 가득 붙어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는 천안함 언론검증위원회가 천안함 흡착물질 시료를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연구분석실장, 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에 의뢰한 것이 일방적이거나 신뢰할 수 없다는 합조단 발표와 달리 자신들 역시 별도의 흡착물질 분석을 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근득 연구원의 증언은 국과수가 백색물질 검사에 개입했다는 것을 뜻한다”며 “그런데도 왜 당시에 여러 반박에 대해 국과수 연구결과를 내놓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그 입장이 공식적인 것인지, 개인적인 것인지 파악한 뒤 제대로 검증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은 김 박사가 이근득 박사와 합조단 활동을 한 것과, 기계학회 학술대회 참석 발표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과수 차원의 연구 분석 결과 여부와 내역 일체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성권 국과수 홍보담당 주무관은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의수 연구관과 오늘 통화해보니 이근득 연구원과 개별적으로 얘기를 나눈 것이 아니라 합조단에서 같이 활동하다가 얘기가 오고간 것을 갖고 이 박사가 법정에서 얘기를 한 것 같다고 전했다”며 “합조단 조사과정에서 한 얘기일 뿐 5년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을 못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주무관은 “김 연구원은 자신이 학술대회 때 (어뢰부식 기간 관련) 발표한 것도 사실이며, 합조단 일원으로서 조사한 것도 사실”이라며 “합조단 보고서 내에 이런 연구를 한 것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연구가 김의수 연구관의 개인적 조사활동인지 국과수 차원의 조사활동인지와 관련해 김 주무관은 “무슨 연구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합조단 차원의 연구이자, 국과수라는 기관 차원의 연구였다”며 “학회에다 발표한 내용 역시 개인적 연구한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한 연구”라고 말했다.

흡착물질 분석을 했는지에 대해 김 주무관은 “흡착물질 분석을 국과수에서 했는지 여부 자체를 제 입장에서는 알 수 없고 김 연구관이 무슨 연구를 한 것 같기는 한데, 어디까지 무엇을 연구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며 “(국과수 차원에서 흡착물질 분석에 개입했는지에 여부에 대해) 나머지는 공판이 끝날 때까지 알려드릴 수 없다는 게 (오늘) 국과수 차원에서 논의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박사의 활동과 관련해 합조단은 천안함 최종 보고서에서 “어뢰 추진동력장치와 선체의 부식 정도에 대한 비교 분석을 위해 함수 및 함미의 파단면과 증거물에서 시료를 채취해 서울대학교(권동일 교수), 강릉 원주대학교(최병학 교수), 국립과학수사연구소(김의수 박사)에서 합동으로 육안검사 결과 어뢰 추진동력장치 철부분(고정타)과 선체 철부분의 부식 정도는 유사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검사결과는 ‘최소 6개월 이상은 돼 보인다’는 러시아 조사단의 견해, ‘2~3년은 돼 보인다’는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견해 등에 의해 여러차례 반박을 받았다. 그러나 합조단은 ‘육안검사’ 이상의 조사를 벌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뢰 부식 여부와 관련해  국방부 측에서 국과수에 공개하지 말라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국과수는 전했다. 김성권 국과수 연구기획과 홍보담당자는 “과거 일부 기자(심인보 뉴스타파 기자)가 정보공개를 청구해온 것이 있어 관계기관의 의견을 물었더니 국방부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말라’는 답변이 왔다”며 “이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는 재판이 끝난 뒤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천안함 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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