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e메일, 도메인 사업이 잇달아 실패해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1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한글도메인·샵(#)메일 사업이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한글 도메인 사업 등록률은 가파른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글도메인 등록률은 2012년 20만7153건에서 2015년 11만1286건으로 3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정책을 추진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한글 도메인 등록현황도 34%에 불과할 정도다. 

한글도메인사업은 영어사용에 취약한 노인, 아동 등의 원활한 인터넷 이용을 위해 추진됐다. 한글도메인이 등록되면 ‘www.mediatoday.co.kr’ 뿐 아니라 ‘미디어오늘.kr’로도 미디어오늘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승희 의원은 “정부의 무관심 사업으로 결국 한글도메인 사업은 내팽개쳐진 상황”이라며 “정보취약계층을 위해 시작된 처음의 정책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한 ‘샵(#)메일’ 역시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병헌 의원이 정보통신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입 3년차인 ‘샵(#)메일’이 출범 당시 목표치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2014년 380만 건의 샵메일 주소가 등록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3.4%에 불과한 16만 건에 그쳤다. 같은 해 메일을 주고받은 유통건수 역시 2014년 35억 건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유통건수는 0.02%인 67만 건에 불과했다.

   
▲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샵메일 홍보만화.
 

2012년 지식경제부가 도입한 샵메일은 공인전자주소를 통해 이메일을 주고 받는 공인전자우편을 말한다. 공문 등의 업무문서를 샵메일을 통해 주고 받아 기존에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었던 이메일의 단점을 보완하고 업무능률을 높인다는 게 도입 취지였다. 도입 이전부터 샵메일이 ‘@’를 쓰는 e메일 기술 표준과 호환이 되지 않아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정부는 샵메일 사업에 82억8600만원을 투입했다.

전병헌 의원은 “전 세계의 수십억명이 이미 사용하면서 끊임없이 보안이 강화되고 발전하고 있는 표준 e메일 기술을 버리고, 이와 전혀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새롭게 세계 표준화 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병헌 의원은 “샵메일 사업은 지금이라도 ‘실패’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쓸모없는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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