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과정에서 호남과 특정인을 대상으로 욕설과 비방, 심지어 성폭력성 댓글을 자행한 이른바 ‘좌익효수’와 관련된 국가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이 ‘국정원과 좌익효수가 무관하다’고 편드는 판결을 내렸다. 특히 재판과정에서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인지 여부에 대한 사실조사도 하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선고를 강행해 기본적 법률 검토도 없이 짜맞추기식 판결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좌익효수로부터 가족 전체가 모욕과 피해를 입은 아프리카TV 인터넷방송 진행자 ‘망치부인’(이경선씨)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이정호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이경선씨와 그의 딸 김아무개양이 선거과정에서 ‘좌익효수’라는 닉네임을 쓰는 국정원 직원로부터 명예훼손과 모욕, 성폭력 범죄를 당했다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이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인 공무원인지에 대한 언론보도(한국일보 등) 증거자료가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된다’는 언론기사일 뿐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므로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한 좌익효수가 이경선씨를 비롯한 딸과 남편을 상대로 비방 욕설을 인터넷에 반복적으로 게재한 것에 대해서도 모호한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댓글의 내용, 표현의 수위 등에 비춰보면, 정부정책 옹호나 야당에 대한 비판 등 특정 의도를 가지고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주관적 느낌을 표현하거나 이경선에 대한 비난 내지 원고들에 대한 모욕적 언사를 한 것에 불과하다”며 “형법상 모욕죄 등의 형사책임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국정원 직원으로서 직무수행 행위의 일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프리카TV 인터넷방송 진행자 '망치부인' 이경선씨. 사진=조현호 기자 chh@
 

이를 두고 ‘망치부인’ 이경선씨는 재판부가 좌익효수의 실체에 대해 사실조사도 하지 않고 국정원과 무관한 것처럼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1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재판장이 재판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입증하라고 하지도 않은채 판결을 강행했다”며 “특히 우리가 ‘좌익효수=국정원 직원’임을 입증하기 위해 신청한 증인(김하영과 좌익효수로 지목된 국정원 직원) 채택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형사기록 송부신청의 경우 애초(7월 9일)엔 받아들였다가 아무런 이유없이 (8월 27일) 이를 채택하지 않기로 번복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진실을 밝히겠다는 최소한의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것은 지난해 초 이씨의 남편이 검찰에 고소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검찰이 좌익효수를 기소하겠다고 설명하는 등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지난 2013년 9~10월경 고소한 이후 본격적인 재판은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며 “민사재판과 별도로 진행됐던 형사고소 사건의 경우 지난해 1~2월 나와 남편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2월 10일 남편이 고소인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강아무개 검사가 ‘좌익효수를 기소하겠다’고 밝혔으며, 내가 조사를 받으러 갔을 때도 좌익효수에 대한 수사기록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강 검사가 좌익효수에 대해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며 “더구나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언론보도가 쏟아졌으며, 신경민 의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좌익효수라는 닉네임을 쓰는 직원을 대기발령했다’는 답을 받았다는 기사도 나왔다.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는 판단을 재판부가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2년 3개월이 넘도록 아직 ‘좌익효수’를 기소하지 않고 있다.

이씨는 특히 “우리가 좌익효수를 확인하기 위해 원세훈 재판기록(형사기록)을 요구하자 이정호 재판장이 이를 받아들여서 촉탁신청서도 제출했으나 돌연 이 재판장이 8월 27일 재판에서 선고기일을 잡겠다고 통보하고 선고한 것”이라며 “왜 사실조사도 하지 않고 무리하게 선고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신 의원의 담당 비서관은 17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시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신 의원이 좌익효수 처벌 관련 질의를 하자 이병기 원장이 ‘김하영은 타부서로 전출했으며 좌익효수는 대기발령했다’고 밝혔다고 신 의원이 당일(11월 25일)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TV 인터넷방송 진행자 '망치부인' 이경선씨. 사진=조현호 기자 chh@
 

이경선씨는 판결문 가운데 좌익효수의 댓글이 이씨 등에 대한 비난과 모욕적 언사에 불과하다는 대목에 대해 “정부기관에 소속된 공무원인지 여부를 떠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이렇게 견디기 힘든 모욕을 당한 국민을 보고도 이를 처벌하기는커녕 되레 국가의 책임을 요구한 피해자에게 이렇게 거꾸로 책임을 묻는 것(패소판결)이야 말로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초등학생이었던 딸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성폭행 댓글을 단 좌익효수에 대한 형사고소는 2년 넘게 기소하지도 않고 있는 검찰이나, 국가가의 국민에 대한 반인륜적 인권침해에 대해 눈감은 사법부에 대해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에 따라 이씨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히며 조만간 항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판결 외에도 이씨는 좌익효수로 지목된 인사의 형사책임도 물을 것이며, 정부가 이 인사의 행위를 지시한 것인 만큼 국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을 계속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이번 소송에 대해 “국가권력이 국민에게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을 밝히고 역사적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의 피해정도에 대해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나와 딸이 각각 1억 원씩 제기한 것으로, 반드시 승리하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 공보판사는 18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원고측 입장은 잘못된 것이고, 일방적이고 잘못된 팩트”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원 측은 지난 1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사기관이 조사를 활발하게 해야 재판부도 선고를 미루고 좀 더 기다려보자 할 텐데, 너무 무소식이라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며 “검찰에 요구해서 받은 자료도 ‘좌익효수’ 언론보도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이정호 부장판사)가 내놓은 판결문에 첨부된 이른바 '좌익효수의 댓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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