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있는 가운데 대학 교수들이 잇따라 국정화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지난 15일 부산대학교 역사 관련학과 교수 전원(24명)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며 성명을 냈고, 같은날 덕성여대 교수 40명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는 시대의 공론”이라며 성명을 냈다. 

부산대 교수들은 국정화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란 헌법 정신을 거스른다며 2013년 교학사 교과서 사태를 언급했다. 이들은 “수준 미달의 반민족적, 반민주적 내용을 담은 교과서가 검정에 통과했고 집권 여당 대표가 검정 통과를 관철시켰다고 공언해 역사학계를 경악케했다”며 “학생들이 저들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로만 배우게 하는 것은 불순한 정치적 의도”라고 비판했다. 

헌법적 가치를 부정한다는 주장은 덕성여대 교수들도 펼쳤다. 이들은 “국정화 논지를 내세우는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관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헌법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독립운동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친일청산이 역사적 과제임을 천명했다”고 주장했다. 헌법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돼 있으며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돼 있다. 

   
▲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노컷뉴스
 

국정교과서는 조선총독부에서 조차 채택하지 않은 교과서 발행제도였다. 덕성여대 교수들은 “1895년 근대 교과서가 처음 선보인 이후 일제강점기 하에서도 검인정체제를 유지했다”며 “유신체제 성립 이후인 1974년 국정제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부산대 교수들도 “국정교과서 제도는 독재 권력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부산대 교수들은 “정치권력은 국정화 시도를 중단하고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에 맡기라”고 요구했다. 이어 “설사 국정제를 강행한다 하더라도 국정제 추진자들이 기대하는 역사교육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실효는 없고 혼란만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역사교육이 헌법정신에 입각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계와 교육계를 망라한 중립적인 ‘역사교육위원회’ 구성도 요구했다. 

덕성여대 교수들에 따르면 UN은 2013년 제68회 총회에서 바람직한 역사교육 지침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폭 넓게 교과서가 채택돼 교사가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교과서 선택은 특정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필요에 기반해서는 안 된다. 역사 교과서(내용)의 선택은 역사학자에게 맡겨져야 하며, 특히 wdclrk 등 다른사람들의 의사결정은 피해야 한다”

16일에는 고려대 교수 160명도 비슷한 내용을 담아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의 파괴, 국격 하락과 국론 분열을 야기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고대 교수들은 “국정화가 국격을 떨어트리는 행위”라며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만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밝은 미래를 기획하는 큰 정치를 하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15일과 16일 한국사 교과서 반대 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의 명단이다. 

부산대학교 
곽차섭(사학), 김동철(사학), 김두철(고고학), 배진성(고고학), 백승충(역사교육), 서영건(사학), 송문현(역사교육), 신경철(고고학), 양은경(고고학), 양정현(역사교육), 오상훈(사학), 유재건(사학), 윤용출(역사교육), 윤욱(사학), 이수훈(사학), 이종봉(사학), 임상택(고고학), 장동표(역사교육), 조흥국(국제전문대학원), 차철욱(한국민족문화연구소), 채상식(사학), 최덕경(사학), 최원규(사학), 홍성화(역사교육) 이상 24명

덕성여대
강성주·원대연(수학), 곽정연·신지영(독문), 김경남(중문), 김경묵·노태협(경영), 김경희(식품영양), 김두환·김종길(사회), 김문규·윤지관·윤희철(영문), 김상만(국제통상), 김연규(서양화), 김제중·오영희(심리), 박우창(컴퓨터), 박우철(아동가족), 박태욱(실내디자인), 박현신(의상), 방효춘·이재인·정해영(화학), 성낙돈(교양교직), 손재현·이광수(일문), 양옥승(유아교육), 이명찬·이은애·최진형(국문), 이소연(문헌정보), 이응철·정진웅(문화인류), 이종득(스페인), 이창신·정요근·한상권(사학), 정무정(미술사), 정인재(약학) 이상 40명

고려대학교 
강규호, 강병근, 강상순, 강수돌, 강제훈, 강진웅, 강충룡, 고세훈, 고일, 구상회, 권내현, 권보드래, 권혁용, 권혁준, 김경현, 김균, 김기창, 김기형, 김남국, 김동욱, 김동철, 김매이, 김문용, 김병곤, 김선민, 김수미, 김수한, 김승현, 김언종, 김영근, 김우찬, 김원섭, 김윤태, 김은기, 김은성, 김재환, 김정석, 김제완, 김진규, 김진영, 김진일, 김철규, 김하열, 김현준, 김형찬, 김효민, 김희강, 나병수, 나현승, 남호성, 노애경, 류태호, 리안유, 명순구, 민경현, 박경남, 박경서, 박경신, 박대재, 박만섭, 박상수(사), 박상수(경제), 박성철, 박언호, 박유성, 박종천, 박진훈, 박철범, 박현숙, 박형서, 박홍규, 배종대, 배종석, 봉미미, 서두원, 석관호, 성영배, 손병석, 손영도, 손주경, 송규진, 송상기, 송양섭, 송완범, 송혁기, 신승준, 신재혁, 안호용, 양형진, 오광욱, 오영재, 오인규, 유경철, 유시진, 유영대, 유재진, 유희수, 윤경희, 윤영미, 윤인진, 윤재민, 윤재왕, 윤조원, 윤형진, 이동섭, 이동원, 이병련, 이삼호, 이상우, 이승호, 이승환, 이용숙, 이우진, 이윤정, 이장혁, 이재학, 이재훈, 이진한, 이창민, 이해원, 이헌창, 이형대, 이형식, 임인숙, 장경준, 장하성, 전경남, 전경욱, 정병욱, 정승환, 정우봉, 정운용, 정일준, 정재관, 정주연, 정지웅, 정태구, 정태헌, 조규형, 조대엽, 조명철, 조영헌, 조재룡, 지영래, 최귀묵, 최규발, 최덕수, 최석무, 최윤재, 최종택, 최형재, 최호철, 하종호, 하태훈, 한재민, 한정선, 허은, 홍세희, 홍영기, 홍종선 이상 16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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