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경찰들이 교육을 받는 중앙경찰학교 ‘경찰사(史)’ 교재에 ‘5·16쿠데타’를 ‘5·16혁명’으로 표현하는 등 역사를 왜곡한 표현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14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찰사’교재가 역사서술이 보수 편향적이고 경찰 중심적이어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사’는 중앙경찰학교의 ‘경찰윤리’ 교과서 중 일부로 경찰대‧간부후보생을 제외한 모든 경찰이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진 의원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역사왜곡은 잘못된 용어 사용이었다. ‘경찰윤리’ 356쪽에서는 ‘5·16쿠데타’를 ‘5·16군사혁명’으로 표현했다. 혁명은 정당성 없는 권력을 피지배자들이 정당하게 전복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군인에 의한 쿠데타에 대해 국사교과서 등에는 ‘5·16군사정변’으로 표현하고 있다.

   
▲ 5·16 군사정변.
 

또한 같은책 378쪽에서는 부마민주항쟁을 ‘부마사태’로 서술했다. 부마민주항쟁은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주화운동으로 정의된 사건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도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대선 당시 약속했었다. 

진 의원은 경찰중심의 역사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경찰윤리’ 346쪽에는 ‘여수순천사건’을 ‘여수순천폭동’이라 표현했다. 경찰의 피해만을 강조했다는 게 진 의원의 주장이다. 

‘경찰윤리’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적색분자가 외부와 합류하여 반란을 일으킴으로써 경찰서 등의 기관을 파괴하고 대량으로 인민을 살해했다”고 서술했다. 

진 의원에 따르면 ‘여수순천사건’은 제주4·3사건 진압을 위해 이승만 정권이 군인을 파견하자 제14연대가 이를 거부해 국군과 반란군 사이의 충돌이 일어나 군인 및 민간인 등 2500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진 의원은 “교과서 등에는 사건의 복합적인 성격을 고려해 ‘여수순천사건’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은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여수순천사건에 대해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살해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수도경찰대, 여수경찰서 경찰에 의해 불법적으로 집단 사살한 사실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인정한 군경에 의한 사망자는 124명이고 학계에서는 약 1000명이라고 추정했다.

‘경찰윤리’에서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에 대해서도 경찰의 피해만 드러냈다는 게 진 의원의 지적이다. 진 의원은 “1987년 1월이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같은 해 6월 이한열 열사 최루탄 사망 사건, 6월 민주화항쟁에 이르는 87년 6월에 대해 경찰의 책임을 적지 않고, ‘경찰의 대표적 수난기’였다고 표현했다”며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는 모두 경찰의 폭력에 의해 사망하였음에도 ‘경찰윤리’에서는 단순히 사망하였다는 사실만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찰윤리’에서는 경찰의 피해사실을 강조했다. 진 의원에 따르면 해당 책에서는 6월 항쟁에 대해 “경찰의 대표적 수난기”라고 표현하며 “경찰관과 경찰관서 및 공공시설에 대한 무차별 공격, 파괴행위와 폭력행위가 심야까지 계속 되었다. 이날 시위로 경찰 690명이 부상을 입었고, 파출소 29개소, 민정당사 4개소, 기타 관공서 4개소, 차량20대가 불타거나 파괴되었다”고 서술했다.

   
▲ 보도연맹 사건을 다룬 영화 '레드툼'의 한장면.
 

진 의원은 대규모 국가폭력에 대한 서술이 누락된 부분도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누락된 것은 단일사건으로 최대 규모 국가폭력 사건인 ‘국민보도연맹 사건’이었다. 국민보도연맹은 한국전쟁발발 후 이승만 정권이 군경 및 우익단체를 동원해 전국적으로 10만 명 이상을 학살했다고 알려진 사건이다. 진실화해위원회에 의해 밝혀진 사망자는 2570명이다.

진 의원은 “형제복지원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민청학련 사건, 문영수 의문사 사건 등 대표적인 경찰 폭력 사건은 모두 누락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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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의원은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경찰 스스로 만든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스스로 밝힌 내용조차도 포함하고 있지 못하다. 경찰이 부끄러운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자문위원회를 둬 감수를 받는 등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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