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이고 관행화된 언어폭력, 그리고 인격무시, 성추행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방송일 하는 과정에서 수 없이 많은 언어폭력을 당했고 심지어는 방송사의 PD가 침을 뱉으며 욕설하는 것까지 당했습니다. 제작의 모든 면에서 (독립PD를)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인 장치가 하나도 없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시오’를 연출한 진모영 PD가 지난 10일 국정감사장에 섰다. 방송사 직원들이 독립PD들에게 행하는 갑질 문제의 심각성을 밝히고 MBN법 제정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방송사 직원의 갑질문제는 지난 6월 독립 PD가 MBN PD에게 폭행을 당해 안면골절의 부상을 당한 이후 논란이 불거졌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상사에게 보고하는 식으로 해결할 수 없느냐”고 묻자 진 PD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MBN PD에게 폭행을 당한 독립 PD도 폭행 직후 방송사로 돌아가 가해 PD와 시사(예비 방송영상을 보며 PD들이 조율하는 과정)를 진행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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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PD들이 1인 시위와 검찰 고발을 하고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을 결정하자 MBN은 뒤늦게 제대로 사과를 했다. 그러나 독립PD들은 특정 방송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MBN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진 PD는 “지상파에서 MBN과 같은 일이 일어나도 비슷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MBN법은 △방송사-독립제작사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 △독립 PD인권침해 감시하는 독립PD인권감시기구 출범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 PD 실태조사 정례화 등의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실제 독립 PD의 인권실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독립PD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독립 PD 175명을 상대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업무와 관련해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96명 중 17명(17.7%)에 달했다.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희롱이나 추행 등 성폭력을 당한 여성 독립 PD도 32명 중 14명(43.8%)에 달했다. 우상호 의원은 “조사를 보면 대부분의 방송사에서 표준계약서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의원은 법제화 외에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외주제작사 독립PD들이 방송산업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 “현재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전문가들이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계속 논의하고 있는데 독립 PD의 지위까지 포함시켜 정책적인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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