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안 붙는 곳이 없다. 흐름을 끊는 중간광고는 이제 양반이 됐다. 화면 곳곳에 간접광고가 넘쳐나고 있으며 음성적인 협찬으로 꼼수 광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는 CG로 된 가상광고도 예능에서 봐야하며 ‘나이키와 함께하는 런닝맨’처럼 프로그램제목에도 광고가 붙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광고가 싫어 채널을 돌리는 순간까지도 광고가 불쑥 튀어나오게 됐다. 시청권이 침해받는데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산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10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무분별한 광고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유료방송이 신유형 광고인 ‘재핑광고(채널전환광간광고)’를 도입해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릴 때마다 1초 가량 광고를 봐야 하는데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씨앤앰은 올해 1월, 티브로드는 지난 8월 재핑광고를 도입했다. 재핑광고는 광고효과가 높아 CJ헬로비전,  KT스카이라이프 등 다른 유료방송사업자들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 재핑광고의 예시. 채널을 돌리는 순간 광고가 노출된다.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유료방송업체들이 재핑광고를 도입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아 시청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개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재핑광고는 방송법 상 방송광고에 해당되지 않아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며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방통위에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현재까지 규제수단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미래부와 협의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 우선적으로는 리모컨 설정을 통해 광고가 나오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 널리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광고시장이 축소되는 반면 협찬시장이 비대해지면서 광고시장이 음성화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간접광고를 도입하면서 연 1500억 원 가량의 광고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500억 원 이하의 수익이 나는 상황이다. 곽성문 코바코사장은 “올해는 400억 원 정도 매출을 예상한다”면서 “간접광고와 협찬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방송사가 협찬을 광고보다 더 선호한다. 늘어나는 협찬이 코바코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찬의 문제에 관해 류지영 의원은 “간접광고는 미디어렙(광고대행사)을 거쳐 판매를 해야 하고, 허용범위와 시간 등에 방송법과 시행령에 규정되며 방발기금 징수기준에도 반영된다”면서 “그러나 협찬은 방발기금에도 적용 안 되고 형식에 대해 규제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협찬의 경우 광고효과를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꼼수가 이어지고 있다. 류 의원은 아우디 협찬을 받아 제작한 MBC 드라마가 상표를 가렸지만 사실상 상표의 윤곽을 드러내 광고효과가 발생한 사례를 언급했다.

   
▲ MBC 드라마 욕망의불꽃의 한 장면. 협찬주인 아우디는 간접광고의 광고주와 달리 광고효과를 낼 수 없지만, 로고 윤곽을 드러내는 등 사실상 간접광고와 다름 없는 협찬을 하고 있다.
 

이처럼 협찬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규제를 마련해야 할 방통위는 외려 협찬주의 이름을 방송프로그램 제목에 붙일 수 있도록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할 방침이다. 개정안에 다르면 협찬주명이나 구체적인 상품명, 상표 또는 협찬주의 소재지를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쓸 수 있으며 예능과 교양, 드라마 등의 장르에서 허용된다.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방통위가 협찬의 광고효과를 내지 않겠다고 이전에 밝혔는데, 최근 공개된 협찬고지 개정을 보면 오히려 협찬의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사전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이개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금끼지 협찬업체의 이름을 프로그램 제목에 사용한 경우 심의위가 제재를 했다”면서 “일방적으로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면서 업무 충돌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은 “방송광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재원을 마련하는 게 중요한 문제고 외국의 경우는 제목에 스폰서를 붙이는 경우를 허용해 이 같은 안을 만들게 됐다. 도입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불법적인 협찬 문제를 단속해야 할 방통위가 MBN 영업일지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아 직무유기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민희 의원은 “MBN영업일지 조사를 3월에 시작했고, 이후 TV조선과 채널A의 불법적인 광고영업과 협찬에 대해 신고를 했는데 조사결과를 계속 미루고 있다. 봐주기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최성준 위원장은 “오는 16일 제재를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MBN 영업일지는 선데이저널의 폭로로 드러난 MBN미디어렙의 영업일지다. 일지에 따르면 MBN의 ‘경제포커스’는 한국전력으로부터 협찬금을 받고 한전의 자원외교 성과를 보도했다. ‘천기누설’에서는 한국인삼공사로부터 협찬을 받고 아로니아의 효능을 강조하는 방송을 만들었다.

 

   
▲ 협찬주명 방송프로그램 제목고지 예시. 사진=방통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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