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기 위해 만든 이미지를 사용한 KBS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다. 이를 두고 지난해 같은 이미지를 사용해 법정제재를 받았던 MBC와 SBS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KBS는 지난달 19일 ‘KBS 아침뉴스타임’의 ‘연예 수첩’ 코너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음영 이미지를 사용했다. 해당 코너에서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가 스포츠월드 김아무개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건 사실을 전하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음영을 김 기자의 이미지로 사용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음영은 약 14~15초 정도 화면에 노출됐고, 이 화면이 논란이 되자 KBS 측은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이날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김성묵 위원장)에 출석한 김주영 보도본부 보도국 뉴스제작3부장은 “방송심의위에서 여러 번 재발방지를 촉구했었고 주의를 받은 사례가 있었음에도 이런 일이 또 벌어진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지난달 말부터 시행하고 있으니 유사한 상황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어떤 방안을 세웠느냐는 야당 추천의 박신서 심의위원의 질문에 김 부장은 “보도 그래픽 실에 구글 등 포털에서 나온 이미지는 절대로 쓰지 않도록 금지령을 내렸고, 각 기관의 이미지를 저장한 아카이브를 구축했다”며 “외주제작사여서 아카이브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메일로 이미지를 요청하면 바로 보내주기로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노 전 대통령 음영 이미지를 쓴 KBS ‘아침뉴스타임’은 외주제작사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 지난달 19일 'KBS 연예 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이에 박 위원은 “지난번에 왔을 때도 이미 다 해놓고 있다고 말했는데 또 똑같은 일로 심의를 받는다”며 “SBS와의 형평성도 생각해야 하고, SBS는 사과방송을 했지만 KBS는 사과방송을 안 했기 때문에 권고 조치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 ‘주의’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반면 여권 추천 함귀용 위원은 “SBS의 경우에는 이미지를 사용한 인물이 부정적인 인물이었지만 KBS의 경우에는 기자라는 가치 중립적인 인물이다”며 SBS와는 징계 수위가 달라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함 위원은 “이번 KBS의 경우에는 MBC와도 다른 것이 MBC는 이미지의 크기가 컸지만 KBS는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작게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날 KBS의 문제 장면은 김성묵 위원장을 비롯해 여권 추천 위원 3명이 ‘권고’ 의견을 냈고, 야당 추천 위원 2명은 ‘주의’ 의견을 내 다수결에 따라 행정지도인 권고 조치키로 확정됐다. 해당 안건 심의는 40분여가량 계속됐으며 마지막까지 권고 의견을 낸 위원들과 주의 의견을 낸 위원들이 팽팽하게 맞서 회의 도중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방통심의위 제재는 법정제재와 행정지도로 나뉘는데 법정제재는 방송 프로그램 정정·수정 또는 중지, 관계자에 대한 징계’(이상 벌점 4점), 경고(벌점 2점), 주의(벌점 1점) 등의 단계로 돼 있고, 벌점이 쌓이면 재허가 심사 때 감점 요인이 된다. 이에 비해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의견 제시’와 ‘권고’ 조치는 벌점 없이 방송심의소위 의결만으로도 확정할 수 있다.  

앞서 KBS는 올해 초에도 ‘영화가 좋다’프로그램에서 영화 ‘쎄시봉’ 출연자를 소개하며 노 전 대통령 음영 이미지를 사용해 권고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다른 지상파인 MBC도 지난해 10월 12일 배우 차승원 씨의 아들 차노아 씨의 친부 소식을 전하며 화면에 노 전 대통령의 음영 이미지를 사용해 방통심의위로부터 ‘경고’ 제재를 받았다. 

SBS 역시 지난해 10월 16일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그림을 내보내며 동자승이 있어야 할 자리에 노 전 대통령의 합성 이미지를 내보내 방통심의위로부터 ‘주의’ 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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