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가 공영방송 이사 하이패스가 됐다. 공영방송 3사 이사회 모두  ‘뉴라이트’ 인사들이 안착했다. 교과서 국정화와 맞물려 EBS 방송과 교재를 통한 역사왜곡이 우려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EBS 이사 중 여야추천 이사 7명을 우선 선임하고 교육부·교원단체 추천 이사는 추후 논의할 계획으로, 동료이사 폭행논란을 빚은 안양옥 교총회장의 선임을 두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EBS 이사선임안을 의결했다. 여당 추천이사는 김동률 서강대 교수, 서남수 전 교육부장관, 오재석 연합뉴스 국제/사업담당 상무, 이재환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공동대표가 선임됐다. 야당 추천이사는 박강호 전 언론노조 상근부위원장, 손동우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선임됐다. 교육부 및 교원단체 추천 이사 각각 1명은 추후 재논의를 통해 선임할 계획이다. EBS 이사회는 여당 5명, 야당 2명, 교육부 및 교원단체 각각 1명씩 추천한다.

새로 임명된 이사 중 눈길을 끄는 인사는 ‘뉴라이트’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공동대표다. 조형곤 대표는 EBS를 ‘편향’ ‘선동방송’으로 규정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6월8일 ‘EBS, 누구를 위한 교육방송인가’토론회에서 “EBS는 공익을 위해 공영적 방송을 한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매우 편향적이고 선동적인 방송을 했음을 보여준다”면서 “’지식채널E’ 와 ‘다큐프라임’의 일부 내용들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 공동대표
 

조형곤 대표는 사교육을 옹호하고 야당 정치인에게 막말을 하는 등 잇따른 문제적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조형곤 대표는 미디어펜 기고글에서 “(EBS의) 수능연계는 근본적으로 되짚어 봐야 한다”면서 “이는 공교육의 실패를 반복함은 물론 민간 교육 시장을 죽이는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으며 “교육은 서비스산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2013년 9월23일 EBS 심야생방송 교육 대토론회에 출연해 배재정 당시 민주당 대변인을 “미친여성”이라고 표현해 해당프로그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제재를 받았다.

오재석 연합뉴스 상무는 지난 연합뉴스 사장 선임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 지부가 선정한 부적격 인사 5인에 포함된 인물이다.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연합뉴스 지부는 오재석 상무에 대해 “아랫사람들이 숨도 못 쉴 정도로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대내외에 과시했다”면서 “‘편집과 경영의 분리 원칙’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오재석 상무는 2004년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대표를 초청한 관훈토론회에서 “우리 군사 안보의 주적은 미국인지 북한인지 명확히 답변해 달라. 민주노동당은 조선노동당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등 색깔론적 질문을 하기도 했다.

공영방송 3사 모두 정치편향적 언행으로 논란이 된 뉴라이트·막말·친박이사들이 이사로 선임돼 공영방송이 정권의 리모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고영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노무현 대통령과 주변 세력들은 민중‧ 민주주의 병자”라는 등 막말을 해 비판을 받았다. 김광동 방문진 이사는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 때 국정원을 지지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해 논란이 됐으며 뉴라이트 대안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인호 KBS 이사장은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친일발언’을 옹호하는가 하면 KBS 편성에 개입하기도 했다. MBC 방문진 이사에서 KBS로 자리를 옮긴 차기환 KBS 이사는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글을 자신의 SNS에 여러차례 퍼나른 이력이 있다. 강규형 KBS 이사는 친일·독재 미화 논란이 일었던 교학사 교과서를 “가장 안전한 교과서”라 평가해 논란을 일으켰다. 조우석 KBS 이사는 KBS를 가리켜 “이념투쟁에 몰입하는 진원지”라고 밝혔으며 지난 2013년 ‘박정희 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을 포함해 지도자들을 나쁘게 평가하는 것을 주도하는 세력은 ‘좌파’"라고 말했다.

   
▲ EBS 사옥
 

EBS 이사선임의 향후 쟁점은 안양옥 교총회장 선임여부다. 안양옥 회장은 지난 5기 EBS 이사 재직시절 술자리에서 “이사회에 자주 출석하라”고 말한 이종각 이사를 폭행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이후 사임한 바 있지만 폭행사실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8일 언론노조 EBS지부(지부장 홍정배)가 공개한 안양옥 회장의 사과문을 보면 “2014년 1월8일 EBS이사간 폭행사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다”면서 “당시 이종각 이사는 정당방위 차원에서 제지하다 전치2주의 상해를 입은 피해자”라고 썼다.

안양옥 회장은 ‘셀프추천’이라는 점에서도 논란이다. 교원단체 추천 이사1명을 교총 회장이 추천하는데, 본인을 두차례나 추천한 것이다. 안양옥 회장은 또 뉴라이트 교육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을 맡고 있으며 2013년 교총 출범식에서 “일부 전교조 교사는 자율성이라는 이름하에 반 대한민국 교육도 일삼는다. 이는 용서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정배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조형곤 대표가 이사로 선임돼 향후 EBS를 이념갈등의 장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EBS는 이사회의 권한이 막강해 향후 역사교재 집필, 프로그램 편성 개입 등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지부장은 “안양옥 회장은 지금이라도 공모를 철회해야 하며 방통위도 책임있는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EBS노조는 야당 이사 선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홍정배 지부장은 “KBS와 MBC의 경우 모두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 인사들이 야당 이사가 됐는데, EBS의 손동우 이사는 예외”라며 “인물 자체는 평판이 좋지만, 방문진 이사에 지원해 떨어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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