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MBN 사태에서 보듯 방송사 내 PD들 간의 갑을 관계는 여전히 후진적이고 반인권적이다.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4일 제29대 한국 PD 연합회장으로 취임한 안주식 회장은 취임사에서 MBN 사태를 언급했다. 안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윤리강령의 제정, 제재조항 마련 등을 통해 우리 협회 내에서 이러한 사건을 막기 위한 제도 설립에 나서겠다”며 “더 많은 독립 PD들이 우리 협회원으로 안심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독립 PD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PD연합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8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도 안 회장은 MBN 사태 같은 경우를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윤리강령이나 제재조항을 마련하는 것을 단기적 과제로 더 나아가 현재 방송가의 왜곡된 갈등구조를 바꾸는 것을 장기적 과제로 채택해 바꾸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안주식 한국 PD 협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안주식 한국 PD 연합회장. 사진=한국 PD 연합회 제공
 

MBN 사태가 마무리됐다. 이번 사태가 특별히 공론화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목격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독립 PD 협회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1인 시위를 하고, 야당이 주최하는 을지로 위원회와도 함께하면서 공론화 계기가 됐다. 방송계에선 외부에 공표가 잘 안 되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폭력이 워낙 많다.” 

MBN 사태가 마무리되긴 했지만 아쉬운 점은 없는지.
=“가장 아쉬운 것은 MBN의 초창기 태도다. 초창기에 MBN이 대화 하지 않았다. 항의 서한을 전달하러 갔으나 건물 안에 못 들어갔다.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으로 느껴졌다. 이번 사건이 71일이나 걸려 해결된 것도 MBN이 처음에 태도를 잘못 취해서라고 생각한다. 사실 크게 원한 것도 없었다. MBN 측의 사과를 받고 재발방지 약속 정도를 바란 것이다.”

독립 PD 협회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후에 PD협회가 움직였다. PD협회가 모른 척 했다는 지적도 들려온다. 
=“오해다. 독립 PD 협회가 문제 제기한 후 SBS PD도 1인 시위에 나섰고 지상파 PD들도 십시일반으로 1인 시위에 나갔다. 나도 1인 시위를 했고 협회 측에서도 지원을 했다. 아마 독립 PD 협회와 PD 협회의 행동에 시차가 생겨서 생긴 오해인 것 같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PD 연합회가 이런 사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더 빨리 행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있는지.
=“취임사에서 언급했지만 윤리강령이나 제재조항 등 내부규정을 만들겠다.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자체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교육강령이 필요할 것 같다. PD 연합회가 운영위원회를 통해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하겠다. 앞에서 말한 것들을 빨리 제정해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신속하고 빠르게 대응하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말해 달라.
=“장기적으로는 PD연합회가 방송시장의 환경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외주 제작사, 종편, 케이블 기획사 등이 많아졌지만 모순적으로 PD들 처우는 나빠지고 있다. 
제작 단가는 낮추면서도 고강도 노동을 요구한다. 경쟁에 치이니까 그렇다. 독립 PD 입장에서는 헐값의 프로젝트도 울며 겨자먹기로 할 수 밖에 없다. 독립 제작 기획사가 제대로 제 값을 주고 PD들을 쓸 수 있도록 근로조건이나 노동환경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계에 필요한 장기적 플랜 같다. 언론계에 비정규직이 많지 않나. 
=“영화산업과 함께 언론계는 비정규직이 많은 직종이다. 절반 이상, 어쩌면 70% 정도까지 비정규직이라는 통계도 봤다.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열정 페이’ 문제까지 언론계는 근로환경이 열악하다. 전면적인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연합회가 문제제기를 해야 할 부분이다.” 

앞서 지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PD들 안에서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개인적으로 PD를 하면서 시스템적 한계를 느꼈다. 특히 스텝들에게 미안한 경우가 많았다. PD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밥을 사준다든가 인간적으로 친분을 쌓고 불만을 달래준다든가 하는 것뿐이다. 많은 PD들이 구조적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해왔다. 잘못된 구조가 PD의 인간성에 기대 지속되는 것이다.
지상파 PD도 갑이라기보다 구조의 피해자다. 더 큰 갑은 시스템이다. 방송사의 경영진이나 종편사의 경영진 말이다. 시스템이 바뀌질 않으니 을 대 을의 싸움으로 몰린다. 사실 이것은 한국사회 총체적 문제다. 크게 보고 장기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장기적으로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했는데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사실 단기적 과제로 꼽은 윤리강령이나 준칙 마련은 권고 사항이기에 강제력이 없지 않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 PD, 케이블 PD, 종편 PD들과 한국 PD 연합회가 함께 꾸준히 발언하고 정책 대안을 내놓는 것이다. 입법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로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정책을 바꿔나갈 노력을 하겠다. 이번 MBN 사태에서 야당의 을지로위원회같은 입법기관에 발언해 공론화 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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