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이 또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이 포털의 편향성을 집중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나섰다. 정부여당 비판기사가 야당 비판기사보다 10배 가량 많다는 보고서를 근거로 이슈를 키우고 국정감사 때 중점적으로 다루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문제는 보고서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선거를 앞두고 반복돼 온 ‘포털 길들이기’의 연장선으로, 이 같은 압박이 포털로 하여금 ‘자기검열’을 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지난 3일 ‘포털 모바일뉴스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보고서’를 최고위원회에서 보고받고 포털 기사가 야당 편향이라며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보고서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이 최형우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에게 의뢰한 것이다.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야당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보다 10배 가량 많다는 게 골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4일 “포털이 우리사회와 젊은층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인데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고서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 모바일 네이버와 다음의 기사 제목을 분석한 내용이다. 부정적인 기사는 ‘부정적인 사건을 다룬 기사’와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기사’로 나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사건을 다룬 기사는 다음 508건, 네이버 449건으로 나타났다. 반면 야당에 대한 부정적인 사건을 다룬 기사는 다음 61건, 네이버 55건이다.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기사는 다음 505건, 네이버 671건인 반면 야당은 다음 51건, 네이버 55건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기사 노출빈도(153건)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01건)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 일러스트= 권범철 만평작가.
 

“빅데이터 보고서? 학부생 리포트 수준”

이 보고서는 분석 대상 수집에서부터 분석방법까지 허점이 많아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기사의 제목만 분석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렇게 기사를 평가하는 방법은 위험하다는 게 학계의 견해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제목, 서두, 결론 등 3가지 정도는 파악을 해야 기사의 톤을 볼 수 있다”면서 “언론진흥재단을 중심으로 뉴스품질평가지표를 만들었는데 이 역시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데이터에 대한 다방면의 분석 없이 단순하게 제목을 비교한 건 빅데이터 분석이 아닌 학부생 리포트 수준의 초보적 내용분석”이라고 지적했다.

기사를 ‘긍정’, ‘중립’, ‘부정’으로 나누는 것 역시 지나친 단순분류이며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최 교수는 지난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6명의 인원이 논의를 해서 기사의 성향을 분류했으며 의견이 나뉘는 기사들은 중립으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기사를 객관적인 수치로 바꾸려면 오피니언 마이닝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복수의 검증을 거치기는 했지만 합당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서 예로 든 ‘“돈 받은 쪽 지지 못해” “야당은 떳떳하냐”’기사의 경우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여야 입장을 중립적으로 나열했음에도 비판기사로 분류했다.

‘정부여당’ 대 ‘야당’을 축으로 놓고 비교를 한 점에서 보고서는 설계단계에서부터 왜곡을 했다. 정부여당은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물론 정부부처를 아우른다. 반면 야당은 정당 뿐으로 규모의 차이가 커 비교대상으로 보기 힘들다. 보고서는 교육부 등 정부부처 정책의 문제점은 물론 일선 경찰의 수사문제까지도 정부여당 비판기사로 묶었다. ‘지명수배자 풀어준 뒤 다시 체포한 ‘어수룩한 경찰’’, ‘헛다리 짚은 경찰... ‘크림빵 아빠’ 초동수사 부실’ 등이 정부비판 기사로 분류됐다.

정부는 정책을 추진하는 당사자로 이에 대한 비판은 언론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할 역할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조사대상 5만236건 중 정부여당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2%에 불과한데 이를 두고 편향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형우 교수는 “정부여당과 야당을 동등비교한 점에 대해서는 보기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며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문재인 대표가 김무성 대표보다 기사 노출빈도가 많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특정 정치인을 많이 언급했다고 해서 관련 기사가 편향적이라고 보는 건 문제가 있으며 실제 언론사가 관련 기사를 얼마나 썼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애초에 새누리당이 의뢰해 만든 보고서라는 점에서 타당성 문제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성해 교수는 “여론조사도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오고 4대강이나 미디어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엉터리 연구가 있었다”면서 “보고서의 신뢰성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 보고서를 만들게 했고, 그 결과 누가 이익을 보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충분히 왜곡된 데이터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지난 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선거 때마다 포털 길들이기

새누리당의 포털 길들이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새누리당이 발주해 만든 근거를 통해 추진력을 얻는 흐름은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고 있다. 2006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는 ‘포털뉴스 무엇이 문제인가’보고서를 펴내고 “(포털이) 자의적 선정 및 편집으로 새로운 의제 형성하면서 넷심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에는 진성호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이 비판기사를 막은 일화를 언급하며 “네이버는 평정되었는데, 다음은 폭탄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발언했고, 후에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김상헌 NHN(네이버)대표와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자리에서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여당 악재와 경제위기 기사를 함께 게재해 여당 불신을 유도하고 여당 악재는 볼드체 표시하는 반면 야당의 불리한 기사는 게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3년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은 “대형 포털이 뉴스 저작물을 자기 입맛대로 편집하는 관행을 바로 잡겠다”면서 포털이 기사제목을 언론사 동의 없이 수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3월 새누리당은 포털 뉴스의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네이버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 여의도연구소가 네이버를 분석한 결과 야당 기사가 여당 기사보다 많다는 게 이유인데 당시 야권이 합당을 하던 때이기 때문에 관련 기사가 많은 것으로 결론 났다. 같은 해 새누리당은 ‘포털시장정상화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포털의 시장불공정 행위 단속을 명분으로 포털을 압박했다.

위축효과와 자기검열 노린다

정치권력이 선거철을 기점으로 포털을 압박하는 이유는 포털뉴스를 통제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위축효과를 노리는 ‘엄포’이기도 하다. 포털이 압박을 받아 논란이 될 만한 기사를 자기검열하도록 만드는 셈이다. 정치권 및 포털과 이해관계가 얽힌 언론이 가세하며 효과를 높여오기도 했다. 지난 4일 MBC 뉴스데스크는 ‘“포털뉴스 정치적 편향성 있다”’리포트를 내보냈으며 조선일보 역시 5일 사설에서 “잘못된 것을 스스로 고칠 의사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포털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신문·방송사 수준의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며 포털을 정조준했다.

‘포털 길들이기’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 정치권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압박이 포털의 기계적 중립 기사를 선호하는 등 자기검열을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인데, 기계적 중립 기사 선호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포털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과도한 문제제기에 노출될수록 ‘기계적 중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면서 “예를 들면 특정 통신사 기사나 민감하지 않은 이슈를 중심으로, 편집 패턴이 고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포털뉴스의 다양성 침해는 뉴스산업의 가능성, 공론장의 번성, 언론자유라는 가치의 축소와 연결된다. 언론사는 물론, 이해관계자와 사업자 간 갈등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뉴스시장의 미래를 점검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뉴스는 우리 모두의 현재와 미래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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