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립대병원 등 기타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임금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임금피크제가 도입돼도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오후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제2차 관계부처협의회’를 열고 국립대병원, 강원랜드 등 기타공공기관 200곳도 올해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별로 내년 임금 인상률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발표했고, 8일자 서울신문은 이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전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경영평가 때 올해 (임금피크제)도입 시기별로 가점을 주는 것으로 확정했지만 경영평가를 받지 않는 기타공공기관은 논의대상에서 제외했었다. 하지만 기타공공기관도 어떤 식으로든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에 따라 임금 인상에 차별을 두기로 했다”고 했다. 

   
▲ 8일자 서울신문 1면 머리기사.
 

기재부는 연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는 공공기관에 대해 임금 인상률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확정했다.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9월 4일 현재 100개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해 노사공감대 형성과 함께 도입에 탄력이 붙고 있다”며 “100개 공공기관에 도입됨에 따라 내년 청년 신규채용이 총 1879명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임금피크제를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부모 세대가 임금을 깎아서 청년 세대의 일자리를 늘리자는 주장을 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보도자료에서 “전체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가 도입완료시 2016~2017년 동안 8000명의 신규채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8일 정의당 정진후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은 13개 국립대병원이 교육부에 제출한 ‘2016년도 임금피크제 관련 별도정원 요청서’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의 경우 이직률이 높고, 근속년수가 짧아 임금피크제 도입시 실질적 효과가 없다. 

13개 국립대 병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년이 60세로 연장되지 않을 경우 2016년 총 정년퇴직 예정자는 196명으로 국립대병원 전체 정원 2만6090명의 0.75%에 불과했다. 정 의원은 국립대병원의 평균 근속년수가 짧게는 7년, 길게는 15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정진후 의원 측은 “임금피크제를 2016년부터 도입한다는 전제로 2020년까지 12개 국립대병원의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280명 규모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정원대비 1.0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즉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 수가 적기 때문에 신규채용으로 이어질 확률도 낮다는 뜻이다. 

실제 12개 국립대병원이 정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제출한 ‘별도정원 요청서’에 의하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총 356명의 추가 신규 채용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채용의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 

   
▲ 양대노총 공공부분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와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강제도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제공
 

하지만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임금 인상률을 깎겠다고 선언해 국립대병원에 대해 사실상 임금피크제를 강제한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연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임금인상률을 절반으로 깎겠다고 밝혔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각각 70%와 49%에 달하지만 기타공공기관은 18%에 불과하다. 

도입률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우 경영평가를 받지만 국립대병원 등 기타공공기관은 경영평가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정진후 의원은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청년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처럼 선전하지만, 국립대병원의 경우 고된 노동조건 등으로 이직률이 높아 근속년수가 짧다는 점에서 실질적 고용증대 효과는 적다”며 “무조건 임금피크제가 선인 것처럼 모든 공공기관에 강제할 것이 아니라 청년고용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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