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진기자의 취재를 방해하고 찍은 사진을 지우라고 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6일 오후 외신전문 프리랜서 정은진 사진기자는 서울 명동역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한 중국인 여성을 취재하고 있었다. 피켓을 든 중국인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성형 수술을 했는데 이에 부작용이 생겼다며 억울하다는 내용을 알리려했다.

정 기자는 의료사고에 대해서 취재 중이었고 해당 중국인도 취재하려고 했다. 주변 상점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명동파출소 소속 경찰 2명이 시위 중인 중국인에게 접근하자 중국인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주변 상점에서 항의가 빗발치자 경찰은 중국인을 일단 파출소로 연행하려 했고, 정 기자는 이 장면도 찍었다. 

정 기자는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찰이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해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외신지원센터에 등록된 기자임을 밝히고 촬영을 계속하려는데, 경찰이 초상권 침해라며 얼굴이 나온 사진을 지워달라고 했다”며 “이후 경찰이 두 명 더 출동했고, 계속 사진을 지워달라고 해 압박하는 것으로 느껴져 결국엔 지웠다”고 말했다. 

이에 명동파출소 관계자는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상황이 공식적인 기자회견 상황도 아니고 출동을 받고 나간상황이라서 경찰도 초상권이 있으니 얼굴 안 나오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고, 처음부터 신분도 안 밝히고 사진을 찍으면 당황하지 않느냐”며 “기자라고 밝히고 나서는 정중하게 얼굴 나온 사진만 지워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1인 시위자를 연행한 것에 대해 파출소 관계자는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중국인이 경찰을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경찰 멱살을 잡는 등의 행위를 했기 때문에 파출소로 자리를 옮기자고 한 것”이라며 “경찰이 당황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으니 둘이 짜고 ‘1인 시위를 제재하는 경찰’이라고 보도가 나가지 않을까 걱정해서 지워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6일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중국인과 경찰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해당 사진은 경찰의 요구로 삭제했다가 복원한 사진이다. 사진=정은진 기자 제공
 

하지만 경찰은 공무수행 중 초상권을 주장할 수 없다. 김종보 변호사는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찍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관련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초상권은 민사상 권리이지 형사법이 아니”라며 “경찰이 비밀 특수업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초상권, 인격권을 거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기자가 아니어도 경찰관의 공무수행을 촬영해도 된다”며 “해당 사건이 기자가 아니었더라도 사진을 지우도록 한 것은 형법상 강요죄 혐의가 있는 것이며, 사진기자라면 기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형법상 강요죄(제324조)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을 말한다. 

김 변호사는 “이런 사례는 처음 들어봤다”며 “집회 현장에서도 경찰이 채증을 하고 참가자들도 촬영을 하는데 이것을 지우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경찰의 공무수행에 대해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고 오히려 경찰이 국민들을 촬영하는 것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1월 쌍용차 해고자들이 오체투지를 하는 중 구로경찰서 소속 정보과 경찰이 기자를 사칭해 불법 채증한 사례를 언급하며 “사복경찰이 몰래 촬영하는 경우 오히려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지워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채증은 예규로 규정돼 있는데 이는 정부기관 내부에서만 효력을 갖기 때문에 채증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이 이루어지는 초상권 침해라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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