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포털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네이버와 다음의 ‘야당 편향성’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왔다며 국정감사에서 포털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포털 편향성의 근거로 제시하는 보고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보고서를 작성한 교수가 저널리즘이나 빅데이터 연구 경력이 전무한 마케팅 전문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답정너’식 보고서를 만들어 이슈를 키운 뒤 총선국면에서 포털을 길들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네이버·다음이 야당편향?

새누리당은 지난 3일 ‘포털 모바일뉴스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보고서’를 최고위원회에서 보고받고 포털 기사가 야당 편향이라며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보고서는 새누리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최형우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에게 의뢰한 것이다.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야당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보다 10배 가량 많다는 게 골자다.

보고서는 6개월 동안 모바일 네이버 기사 3만482건, 모바일 다음 기사 1만9754건의 기사 제목을 분석한 것으로 부정적인 기사는 ‘부정적인 사건을 다룬 기사’와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기사’로 나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사건을 다룬 기사는 다음 508건, 네이버 449건인 반면 야당에 대한 관련 기사는 다음 61건, 네이버 55건에 불과했다.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기사는 다음 505건, 네이버 671건이며 야당에 대한 관련 기사는 다음 51건, 네이버가 55건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기사 노출빈도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김무성 대표를 언급한 기사는 101건(네이버 45건, 다음 56건)인데 문재인 대표를 언급한 기사는 153건(네이버 66건, 다음 89건)이다.

   
▲ 일러스트= 권범철 만평작가.
 

‘어수룩한 경찰’이 정부여당 비판?

해당 보고서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여당은 새누리당과 청와대 뿐 아니라 정부부처와 산하기관까지 포함됐다. 반면 야당은 정당 뿐이다. 정부여당 대 야당 구도가 착시를 일으키지만 동등하게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에 대한 비판기사가 많은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실제 보고서는 교육부 등 정부부처를 비롯해 일선 경찰의 수사에 관한 기사까지 ‘정부여당 비판기사’의 예시로 언급했다. 다음은 보고서가 정부여당 비판기사로 제시한 사례다.

<지명수배자 풀어준 뒤 다시 체포한 ‘어수룩한 경찰’>
<헛다리 짚은 경찰... ‘크림빵 아빠’ 초동수사 부실>
<‘최신 핸드폰은 안 먹혀’...‘먹통 앱’ 방치하는 정부3.0>
<“돈 받은 쪽지지 못해” “야당은 떳떳하냐”>
<‘대학은 성범죄 얼룩지는데’...교육부는 통계도 못잡아‘>

기사의 성향을 구분하는 기준도 모호하다. 보고서는 기사의 성향을 ‘긍정’, ‘중립’, ‘부정’ 등 3가지로 나눴다. 기사를 단순히 3가지 성향으로 나눈 점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최저임금도 못 받는 공무원들 “정부부터 모범 보여라”>처럼 정부에 부정적인 기사로 분류하기 힘든 기사까지 ‘부정’기사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주석을 통해 “이슈 특성 및 이슈 표현 특성의 오차범위는 긍정 5%, 부정 5%, 중립 10% 수준”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오차범위가 크다”면서 “설령 조사가 맞다고 하더라도 전체 조사대상 기사가 5만 개가 넘는다면서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기사는 2%인 1000여개에 불과하다. 이런 데이터를 갖고 편향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의 제목만 조사하고 여야대표의 노출빈도를 단순비교하는 등 기사 분석방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제목, 서두, 결론 등 3가지 정도는 파악을 해야 기사의 전반적인 톤을 볼 수 있는데 이 보고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언론진흥재단을 중심으로 뉴스품질평가지표를 만들었는데 이 역시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4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표의 등장빈도가 김무성 대표보다 높다는 것을 편향성의 근거로 드는 건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털의 편향성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민중의소리
 

저널리즘 연구경험 없는 ‘마케팅전문가’가 작성

보고서 작성자인 최형우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저널리즘이나 빅데이터 전문가가 아닌 마케팅 전문가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이마케팅사업 본부장, 판도라 TV 대표이사, 한국인터넷마케팅협회장을 지냈다. 서강대에는 지난해에 임용됐으며 저널리즘 관련 연구실적이 있지도 않다. 담당과목 역시 디지털 콘텐츠 기획, 캡스톤 디자인으로 저널리즘 분야가 아니다.

최형우 교수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관련 연구경험이 전무하다는 지적에 “맞다”고 밝힌 뒤 “대신 다른 교수들이 자문을 맡았다. 신뢰성을 공격하면 할 말 없다. 앞으로 열심히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한 언론분야 교수는 “보고서 작성자는 언론학계에서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며 “권위자에게 맡겨도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보고서를 관련 분야를 연구하지 않은 사람에게 시켰다는 점이 문제다. 권위자라면 이 같은 연구를 맡지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초에 새누리당이 의뢰해 만든 보고서라는 점에서 타당성 문제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성해 교수는 “여론조사도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오고 4대강이나 미디어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엉터리 연구가 있었다”면서 “보고서 자체의 신뢰성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 보고서를 만들게 했고, 그 결과 누가 이익을 보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작성자 의도 뭉갠 새누리당의 ‘오버’

새누리당은 포털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보고서의 취지와는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최형우 교수는 보고서 결론에서 정치권의 개입이 아닌 ‘자율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정치권의 개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4일 “그렇게 구체적 결과물이 나온 것은 처음 봤는데 정말 심각한 정도”라며 “포털이 우리사회와 젊은층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인데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잘못됐다. 시정돼야 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형우 교수는 포털의 야당편향성이 있다고 거듭 밝혔지만 의도적이지는 않다고 본다. 그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언론학자인 내가 바라보는 시각은 차이가 있다”면서 “연구결과 네이버와 다음이 편향적이라는 결과가 나온건 맞지만 네이버와 다음 모두 의도적인 편향성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정부가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보도가 많고, 포털이 클릭을 유발해야 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제목을 쓰는 과정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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