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잇달아 한국사 국정교과서 전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국내 최대 교직원 단체인 한국교총이 아무런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신 시절로 회귀하는 시도’라며 전국역사교사모임과 서울대 교수들이 대대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교총은 아직까지 아무런 견해를 내놓고 있지 않다. 교총은 입장을 정하는 절차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성권 대진고 교사(사회교과·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는 4일 아침 한국교총 회원게시판과 자유게시판에 ‘교육계의 당면 과제인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한 교총의 명확한 입장 표명 요구’라는 글을 올려 교총의 입장을 촉구했다.

1989년 초임 임용 후 현재까지 교총 회원이라고 밝힌 이성권 교사는 글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교원 조직인 교총이 현재 교육계 현안문제를 넘어서서 국가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하여 명확한 입장을 공표하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에 대해 “(교총 회장으로서) 현안 문제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하여 교총이 명확한 의견을 표명하고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설명했다.

이 교사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전환 추진에 대해 “교과서 발행체제에 관한 문제를 넘어서서 여러가지 교육적 함의를 포함하고 있기에 국가적으로도 수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우리 교총의 공식입장을 통해 한국사 국정화 문제에 대한 올바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교육계의 중요한 당면 과제에 대해 올바른 의견을 지니고 행동하는 것은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이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사회의 발전을 위한 올바른 지향을 설정하고 그 토대위에서 교육 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교육자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사는 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국사 국정교과서 전환 여부에 대한 결정은 교육부장관의 고시로 하는 것으로, 새누리당이나 황우여 장관도 계속 국정교과서 언급을 하는 것을 보면 밀어붙이겠다는 뜻인 것 같다”며 “전교조도 반대 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거 국사 국정교과서
 

이 교사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전환 추진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검인정이던 것이 1974년 박정희 때 국정교과서가 됐다가 2000년에야 검인정으로 다시 바뀌었다”며 “그러다가 15년 만에 다시 바꾸겠다는 것은 유신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사는 “역사 교육에 있어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선택할 권리를 줘야지 획일화된 역사 교과서로만 가르치겠다는 것은 역사를 뒤로 돌리는 것”이라며 “북한, 몽고, 베트남 등 외엔 전세계적으로 국정교과서 쓰는 나라가 없다”고 밝혔다.

현직 교사이면서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이 교사는 지난달 24일부터 국회 앞에서 한국사 국정교과서 전환 반대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교총에 대해 이 교사는 “찬성이든 반대이든에 입장이 있으면 내라는 것”이라며 “교총 회원들에게 전수조사하면 금방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교총이 회원의 것이지 회장의 것이 아니다”라며 “민감한 현안에 침묵하지 말고 입장을 내라는 요구는 27년간 회비를 내온 교총 회원으로서 처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학교의 분위기에 대해 이 교사는 “교사들의 경우 국정교과서 전환에 대부분 반대한다”며 “제가 1인시위를 하는것에 대해 학생들도 싫어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혹시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이나 보복에 대해 이 교사는 “나는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고 요구한 것이며, 1인시위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주변에서 그런 얘기하는 분들이 있으나 나는 그런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교총 홈페이지
 

앞서 전국역사교사모임은 2255명의 서명을 받아 국정교과서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서울대 국사학과, 동양사학과, 서양사학과, 고고미술사학과, 역사교육과 등 5개 학과의 교수 34명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교사가 소속된 교육정책교사연대에서 실시한 일반인 대상 온라인 서명 결과 지난달 24일부터 지금까지 3200명 정도가 온라인 서명을 했다고 이 교사는 전했다. 그는 “교총 회장이 입장을 안내놓으면 계속 압박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간단하게 찬성 반대를 얘기할 사안이 아니고, 조직의 의사결정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이사회와 시도회장 협의회, 현장 교사 의견을 거쳐 교총의 최종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현재 입장을 정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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