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첫 전승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것을 두고 “일본과 가장 오래 싸웠던 우리가 대일 전승기념을 하지 못하고 남의 나라 손님으로 참여하느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따라 우리도 전승절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의열단기념사업회와 신흥무관학교 재건위원회, 사이버임시정부 준비위원회는 3일 광화문에서 전승절 제정 촉구 기자회견과 함께 승전기념 카 퍼레이드(광화문~여의도광장~김구 주석 귀국 비행기앞 도착)를 열었다. 중국의 전승기념일은 지난해에 하기로 정한 뒤 공식 행사는 올해 처음 열었다. 이 행사는 애초 대만이 해왔다. 1945년 9월 2일 연합국이 미주리호 함상에서 일본으로부터 항복문서를 받아 당시 대만의 경우 그 이튿날에 접수를 받아 3일을 전승절로 기념해왔다. 

사이버 임시정부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성근 한경대 교수(동물생명공학과)는 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와 달리 우리는 1894년 갑오농민전쟁 이래로 일본의 정규군과 51년간 전쟁을 해왔다”며 “중국은 기껏해야 14년 간 대일항전을 했으며, 러시아도 얼마되지 않는데도 이들은 대일 승전기념일을 다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중국도 지난해부터 하기로 해서 올해 처음 하는 것으로 원래 일제와 싸웠던 중국 군대는 대만의 국민당 군대였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그래서 하지 않고 있다가 일본이 중국과 긴장관계 군사대국화하려 하니 중국이 올해 처음으로 전승기념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데도 우리 대통령은 어떻게 손님 자격으로 대일항전 기념식에 참석할 수 있느냐고 정 교수는 반문했다. 그는 “미국 OSS와 8월에 국내 진입작전을 다 짰으며 광복군이 동남아 라오스 등지에서 참전한 것만 봐도 승전국 지위에 있다”며 “중국에서도 팔로군에 참여하고, 국민당 군대와 함께 대일항전을 했으며, 홍범도, 김좌진 장군이 전투를 벌여 일개 대대 사단급 일본 정규군을 섬멸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우리가 전승국이 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정 교수는 “해방이후 상해 임시정부가 준비안된 채 들어온데다 친일파 청산이 안된 채 미군정이 들어오자마자 전승국 지위를 빼앗았다”며 “상해임정 세력과 항일무장투쟁세력을 미군이 인정하지 않은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 신흥무관학교 재건위원회, 사이버임시정부 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3일 광화문 광장에서 전승절 제정 촉구 기자회견 및 행사를 열었다. 사진=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특히 조선의열단의 경우 중국혁명의 1세대인 모택동, 팽덕회, 주은래 등의 생명의 은인으로 기록됐으며, 실질적인 중국의 항일무장투쟁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지낸 이건흥 단재신채호선생 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모택동 주은래 팽덕회 주덕은 조선의열단의 윤세주 선생 등의 마전 전투의  희생으로 탈출에 성공해 조선의열단을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흥 처장은 “또한 국공합작 이후 항일 투쟁에 소극적이었던 중국 사람과 달리 조선의열단이 갑오농민전쟁, 3.1운동 등을 통해 싸워본 경험으로 앞장서면서 오히려 중국인들의 민족의식을 일깨워줬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싸움한 번 안한 2차 세계대전시 식민지 국가들도 다 승전국이라고 하면서 전승을 기념하고 있다는 점도 전승절 제정 필요성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 처장은 “전승국의 자격으로 말한다면, 인도의 간디는 영국과 비폭력 투쟁 담판으로 전승국 지위를 얻었고, 베트남 호치민은 ‘자치민 인정해달라’고 했는데도 승전국이 됐다”며 “필리핀은 미국에 총 한방 쏴보지 못했는데도 승전국이라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작 우리는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를 비롯해 일본 제국주의와 해방되는 순간까지 끈질기게 싸웠다”며 “이렇게 끝까지 싸운 나라는 이 지구상에 없다. 이런 전투는 세계 전쟁사에 나온다. 우리는 당연히 전승국”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 등 관계자들이 3일 여의도에 설치해둔 김구 주석 귀국 비행기앞에서 귀국 재현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친일파의 딸이 대일 승전기념일을 축하하는 행사에 손님으로 간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건흥 사무처장은 “친일파 딸이 거기 앉아있는 것에 불쾌하기 그지 없다”며 “김일성의 동북항일연군도 함께 사열을 할텐데, 해방 70주년 때 왜 김일성 부대원으로부터 박 대통령이 사열을 받고 과연 경례라도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성근 교수는 “국가보안법상 중국과 북한은 적성국가로 분류돼 있는데, 그 나라에 가서 군대로부터 사열을 받는다는 것은 국보법상 고무찬양에 해당한다”며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이 그랬다면 아마도 바로 탄핵됐거나 국정원과 검찰이 들고 일어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현지에 우리 기업인들도 130명이 동행했다”며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 아니냐”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 독립운동 유공자 단체 등은 향후 국회를 상대로 전승절 제정을 위한 세미나 뿐만 아니라 국제법 권위자 등과 함께 정부 입법이나 의원입법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정 교수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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