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위반한 SK텔레콤에 영업정지 7일 제재를 결정하고도 6개월 만에 영업정지 시기를 확정지었다. 최종적으로 정해진 시행시기마저 추석연휴와 LG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기간을 피해 끝까지 사업자 편의를 봐준다는 비판이 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의 단말기유통법 위반에 따른 제재 시기를 오는 10월1일부터 7일까지로 결정했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SK텔레콤은 신규이동과 번호이동을 할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기기변경은 허용했다. 지난 3월 방통위는 과징금 235억 원에 영업정지 7일을 의결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공시보조금보다 1인당 평균 22만8000원을 초과한 불법보조금을 지급했으며 방통위 조사를 방해해 제재를 받게 됐다. 지난 1월 통신3사의 시장경쟁이 과열되는 과정에서 방통위는 SK텔레콤이 불법 리베이트를 살포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SK텔레콤 단독 사실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리베이트(장려금)는 통신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를 말하는데, SK텔레콤은 한도를 넘는 불법 리베이트를 뿌렸고, 대리점에서는 불법 리베이트를 가입자들에게 현금으로 돌려줬다. 

   
▲ 서울 시내의 한 통신대리점. ⓒ연합뉴스
 

문제는 제재를 결정한 상태에서 반년가까이 시행을 미뤘다는 사실이다. 3월 의결했지만 4월 갤럭시S6 출시를 앞두고 돌연 시행을 연기했다. 이후 6월에 다시 시행을 논의했지만 방통위는 메르스사태로 인한 내수위축을 이유로 또 한번 연기했다. 3일 회의에서 시행시기를 확정지으면서도 방통위는 끝까지 사업자들을 배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월1일은 통신사의 호황인 추석연휴가 끝난 다음이며 10월 중순으로 예정된 LG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일과 겹치지 않는 시기에 시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신종철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은 신제품 출시일정을 고려했냐는 질문에 “고려했다. 제재가 끝난 후인 10월10일 이후 LG가 단말기를 출시한다고 알고 있다. 가급적이면 우리나라 단말기가 새로 나왔을 때 많이 팔면 좋다”라고 말했다. 10월 초에 시행하는 게 규제효과가 있냐는 지적에 신종철 담당관은 “전통적으로 추석 이후부터 시장이 활성화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에 제재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역시 “제재의결 후 바로 시행하는게 원칙이지만 늦게 한다고 해서 제재 효과가 바뀌지 않는다”라며 “4월초 시장상황과 유사한 정도의 효과가 나오는 때가 10월”이라고 말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3월부터 즉각적인 제재 시행을 주장했던 김재홍 상임위원은 끝까지 방통위가 사업자들 편을 든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 위원은 “결정이 된 날 신속하게 제재를 해야 하는데 여섯달이나 미뤘다”면서 “추석까지 피해서 시행하는 게 정상적인 결정이냐. 국민들이 방통위가 특정 대기업을 도와준다며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제재시기 연기 당시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에서 벌 내릴때 시장상황을 고려해서 하느냐. 말이 안 된다”면서 “제재를 결정해놓고 시점을 정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방통위는 LG유플러스가 이용자에게 유리한 요금제 소개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비싼 요금제를 강요해 2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지난 6월 말부터 두 달 동안 현장조사를 한 결과 LG유플러스가 분리요금제(20%요금할인제) 가입을 거부하거나 분리요금제에 가입을 해야 더 싼 값에 핸드폰을 구입할 수 있는 이용자에게 단말기보조금을 받는 게 효과가 크다고 거짓말을 했다. 분리요금제는 핸드폰 기계만 따로 구입하는 경우 단말기 보조금을 받는 대신 요금할인을 20%받는 제도를 말한다. 분리요금제와 약정체결 후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중 어느쪽이 저렴한지는 핸드폰 기기와 약정기간 등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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