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회담이 끝났다는 소식인데요. 2시간 조금 넘게 회담이 이어졌습니다.”
“조금씩 취재된 내용을 전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단정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요.”
“완전히 종료가 된 것은 아니고 지금 계속해서 속개가 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붉은 바탕으로 된 큼지막한 자막의 내용은 시시각각 변화했다. 지난달 22일 YTN이 남북회담이 끝났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가, 단정할 수 없다고 정정하더니 끝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채널A, 연합뉴스TV도 같은 오보를 냈다. 언론이 세월호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들 방송에 중징계를 예고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일 오후 방송심의소위를 열고 8월22일 오보를 낸 YTN ‘뉴스와이드’, 연합뉴스TV ‘뉴스21’, 채널A ‘채널A 종합뉴스(2부)’가 객관성을 위반했다며 법정제재인 주의로 의견을 모았다. YTN은 회담이 종료됐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채널A와 연합뉴스TV는 YTN의 오보 이후 몇가지 추가적인 정황만 확보한 상황에서 줄줄이 같은 보도를 쏟아냈다. 기자들은 통일대교 앞으로 모여들어 대표단 차량을 기다렸지만 회담이 종료됐다는 내용은 오보였다. 속보경쟁이 빚어낸 촌극이었다.

   
▲ 지난 8월22일 채널A ‘종합뉴스’와 YTN ‘뉴스와이드’ 보도화면 갈무리. 이들 방송은 남북회담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회담이 종료됐다며 오보를 냈다.
 

오보를 낸 방송사들은 모두 사실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들 방송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8월22일 오후 8시50분경 회담이 종료됐다는 경찰과 군의 무전이 있었다. YTN은 통일부나 국방부로부터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1사단 공보장교로부터 관련 내용이 맞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회담이 종료됐다고 보도했다. 의견진술을 위해 소위에 참석한 김종균 YTN정치부장은 “보도 후 국방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알려왔고, 정정보도했다“면서 “크로스체크를 했어야 하는데 속보경쟁이 심했고, 정훈장교의 말이니 신뢰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TV와 채널A는 경쟁사의 속보가 나간 이후 다급해졌다. 이우탁 연합뉴스TV 정치부장은 “사회부에서 관련 보고가 들어온 상황에서 YTN의 속보자막이 떴다. 우리는 그 정도 확인된 상황에서 곧바로 따라갔다”고 말했다. 정용관 채널A 정치부장은 “사실확인 중인 상황에서 타사의 속보가 나왔고, 추가취재를 하려 했지만 당국자가 책임 있게 답변하지 않았다. 이후 통일부 기자실에서도 회담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기자들이 현장(통일대교)에 몰린다는 얘기를 듣고 (회담종료를) 보도했다”고 말했다. 심의위에 따르면 통일부는 회담이 끝났다는 발표를 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심의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제작진을 질타했다. 김성묵 방송소위 위원장은 “전쟁이 나기 직전인 상황에서의 보도다. 일개 사건사고와 다르다. 1사단의 공보장교가 정부 대변인이 아닌데 그의 말을 믿고 보도한 게 문제”라며 “우리나라 보도체계가 이것 밖에 안 되느냐”라고 지적했다. 함귀용 위원은 “세월호 보도때 ‘학생들이 다 구조됐다’는 오보를 통해 다 겪지 않았나”라며 “당시 기자들은 최소한 학교측의 입장을 들어서 보도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도 않았다. 세월호 보도로 얻은 교훈이 없다”고 지적했다. 

심의위원들은 세월호 참사 때 오보에 대한 제재인 권고보다 높은 수준의 제재를 결정했다. 함귀용 위원은 “세월호 참사때는 그래도 단원고라는 공식채널을 통해 확인한 내용 갖고 보도를 해 법정제재를 피했다. 이번 사건 때 오보를 내지 않은 언론도 많다. 이러한 점에서 법정제재를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들 방송의 제재수위는 오는 10일 열리는 심의위 전체회의에서 확정된다. 주의는 재승인·허가 심사 때 벌점 1점이 반영된다. 소위에서 법정제재로 의결된 안건에 대해서는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수준의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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