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가 뉴라이트·친박 이사들로 채워지고 EBS이사회 역시 편향적 인사들의 이사선임이 유력한 상황에서 ‘방송의 날 축하연’이 열렸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창조경제’만 강조했다. 안광한 MBC사장은 MBC 해직언론인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52회 ‘방송의 날 축하연’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황교안 국무총리,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등 정치권 인사들과 안광한 MBC사장(방송협회장), 조대현 KBS사장, 이웅모 SBS사장, 신용섭 EBS사장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내빈들은 축사에서 UHD활성화와 창조경제를 강조했으며 지상파 4사 사장들은 연단에 나와 ‘UHD 비전선포’를 했다.

   
▲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52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내빈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영상축사를 보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영상축사를 보낸 박근혜 대통령은 “미디어 융복합이 가속화되고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이 문화영토 확장에 나서는 이 시대에 방송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우수한 콘텐츠로 세계와 거래하면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이끄는 선도자가 돼야 한다. 우리 방송이 창의와 혁신으로 글로벌시장을 선도하고, 더 큰 사랑을 받도록 정부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안광한 MBC사장(방송협회장)은 환영사에서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 콘텐츠가 외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부심에 앞서 이 좋은 기회를 살려야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UHD를 비롯해 우리 방송이 세계산업에서 앞서갈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와의 협력체계를 굳건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축사를 한 황교안 국무총리와 건배사를 한 최성준 방통위원장 역시 공영성보다 ‘산업으로서의 방송’을 강조했다. 방송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행사 분위기와 달리 오늘날 지상파 방송의 현실은 ‘축하’할 상황이 아니다. 다음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MBC 방문진과 KBS 이사회에 뉴라이트, 친박인사들이 대거 이사로 선임됐다. MBC사측은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소송에서 연달아 패하고 있지만 복직 대신 항소와 상고를 이어가고 있다. 복직된 이상호 기자마저 재징계를 받았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2일 언론에 기고한 ‘대통령께 띄우는 편지’에서 “최근 상황은 방송의 날을 마냥 즐기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방송인들의 사기는 최악이고 방송사 내부의 인적 갈등은 폭발 직전이다. 방송에 대한 신뢰도 급전직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52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지상파 4사 사장단이 UHD 비전 선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대현 KBS사장, 이응모 SBS사장, 신용섭 EBS사장, 안광한 방송협회장(MBC사장). 사진=방송협회 제공.
 

공영방송의 현실을 외면한 박근혜 대통령은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이자 책임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용마 기자 역시 편지에서 “(박 대통령이) 김재철 당시 사장의 퇴임을 비롯해 언론 문제를 순리대로 해결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면서 대통령이 공영방송 정상화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지난달 방통위의 일방적인 공영방송 이사선임 이후 김재홍, 고삼석 두 야당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행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행사의 주인격인 안광한 MBC사장(방송협회장) 역시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였지만 이를 외면했다. 행사를 마친 후 63빌딩 59층에 마련된 뒷풀이 장소로 이동하는 안 사장에게 “언론에서 보도한 이용마 전 국장의 편지를 읽었느냐. 해고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MBC 간부들이 둘러싸 저지했으며 안 사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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