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내 탓이었으면 좋겠다. 회사 일을 생각하면 자꾸 화가 나거나 죽고 싶어 베란다로 달려간다. 그냥 내가 미성숙해서 그런 것이라고 다독이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아내가 와서 그러더라. ‘직장폐쇄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텐데’라고. 내 탓이면 좋겠는데 주변에서 모두 회사 탓이라고 할 때 절망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 소속 한 조합원의 심리상담 내용이다. 해당 조합원은 2011년 유성기업이 직장폐쇄한 이후 아내와 별거 중이다. 회사가 창조컨설팅을 통해 노조를 파괴하려고 했고, 복수노조를 만들어 노노갈등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4년 이상 지속된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상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은수미, 장하나 의원은 전국금속노조와 함께 2일 국회에서 유성기업 등 사례를 통해 노조파괴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은수미, 장하나 의원은 전국금속노조와 함께 2일 국회에서 유성기업 등 사례를 통해 노조파괴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장기화된 노조탄압 탓에 금속노조 소속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경제적 상황이 열악해지고 심리상태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장경희 충남노동인권센터 두리공감 활동가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유성기업 직장폐쇄가 있었던 지난 2011년부터 진행했다. 활동가 장씨는 “2011년에 심리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 이번 상처는 1년이면 치유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을 가지고 왔는데 4년이 지난 올해 가장 건강상태가 나빠 노조에 결과를 보고하지도 못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전 국민을 상대로 5년마다 실시하는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2011)에 따르면 주요 우울장애를 가지고 있는 국민의 비율은 6.7%를 차지했다. 하지만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우울 고위험군으로 밝혀진 비율은 2012년 42.1%를 시작으로 꾸준히 40%를 넘어왔고, 올해는 43.3%를 기록했다.  

활동가 장씨는 “회사는 벼랑 끝에 몰려있는 노동자들에게 손을 내민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노동자의 가장 약한 부분인 임금 삭감, 근거 없는 순환 휴직, 욕설,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까지 확인해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는 행태 등으로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활동가 장씨에 따르면 사회심리 스트레스 고위험군 비율은 2013년 41.3%, 2014년 41.6%, 2015년 64.5%로 늘어나는 추세다. 사회심리 스트레스란 ‘나는 지금 행복한가, 살 가치가 있는가’를 파악하는 조사다. 이는 경제환경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심리적인 문제로 정상적인 근무가 어려워진 것도 있지만 노조원들의 임금 수준은 4년전에 비해 반토막 났다.

   
▲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노조원 월 평균 가구소득. 자료=장경희 충남노동인권센터 두리공감 활동가.
 

2011년 당시 평균 연령과 평균 근속 기준으로 월 평균 임금은 약 451만6000원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응답자의 40.7%가 200만원~300만원 사이였다. 400만원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4.7%에 불과했다. 

유성기업 노조원들은 정신질환으로 인해 산업재해를 인정받기도 했으며 현재 산재 신청을 준비 중인 조합원들도 있다. 이상철 노무사는 “유성기업에서 두 명이 현재 정신질환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고, 네 명이 더 준비 중”이라며 “특정 사업장에서 이렇게 다수의 산재사례가 나오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회사 측이 탄압을 중단하는 것이다. 활동가 장씨는 “내년부터는 건강실태조사를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조합원들이 자살충동, 폭력성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국회 차원에서 나서서 고용노동부를 설득해 역학조사하고 사측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철 노무사는 “사측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당장 사업장 단위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회사가 싫지만 노조도 싫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노조에서 좀 더 조합원들의 건강에 신경쓰고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는 당장의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기업은 2011년 4월 창조컨설팅과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목표로 월 5000만원에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2011년 5월 공장을 폐쇄했고, 제2노조(기업노조)를 설립해 금속노조의 영향력을 축소했다. 이후 회사는 기업노조와 임금 교섭 등을 진행했고, 금속노조는 2011년 4월 이후 대화가 중단된 상황이다. 이후 노조는 상여금, 성과급 등이 임금이 깎이는 등의 차별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노조원 불안상태 고위험군 연도별 변화. 자료=장경희 충남노동인권센터 두리공감 활동가.
 

한편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유성기업 사용자 처벌과 해고자 복직을 위해 2일 대전 고등법원과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지회는 “법원이 노조파괴 범죄에 항의하다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이 복직되도록 올바른 판결을 내리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회는 “4년 동안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복수노조를 악용한 노조간 차별, 무차별 고소고발, 부당해고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죄를 지은 유성기업 사용자는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며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법원이 재정신청을 수용해 최근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되고 있음에도 검찰은 사용자를 봐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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