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가장이 TV를 점령할 수 없다. 주말이 되면 거실 구석에서 스마트폰으로 야구중계를 본다.”

TV가 개인화되고 스마트폰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면서 OTT(Over-the-top)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OTT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어디서든 동영상을 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형태는 스마트폰 앱에서부터 하드웨어형까지 다양하다. 정지현 CJ헬로비전 티빙사업 담당자는 27일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미국에서는 두 가구당 하나씩 OTT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 판매량은 4000만 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OTT 사업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망이 밝다. 정 담당자는 “PC와 모바일 이용률을 보면 베트남이나 중국을 비롯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도 높은 편이다. 세계적으로 콘텐츠를 더 이상 TV로 안 본다는 거다. 특히 젊은 사람들의 소비패턴이 기성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OTT 사업자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유통사업자지만 최근 들어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정 담당자는 “넷플릭스가 2012년 드라마 ‘하우스오브카드’를 제작하면서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콘텐츠 가격인상을 요구할 경우 OTT사업자는 이윤이 줄어 난처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체 콘텐츠 제작이라는 ‘출구’를 찾은 것이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하우스오브카드 제작 이후 1분기만에 300만 명이 늘었다.

   
▲ 모바일로 TV를 시청하는 행태가 보편화되면서 OTT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푹2.0 자료화면.
 

OTT사업자는 방대한 양의 이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저비용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정 담당자는 “하우스오브카드의 제작비용은 일반 드라마의 3분의1 정도”라며 “이용자 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 내용 등의 데이터를 분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상황과 달리 국내에서 OTT사업자들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 담당자는 “아직까지 한국에서 OTT시장이 열리지 않았다”면서 “글로벌 시장전망은 밝은데 한국 시장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사람들의 ‘인식’과 ‘경쟁구도’, ‘규제’ 등의 문제다.

첫 번째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정 담당자는 “네트워크가 발전할 때마다 우리는 ‘동영상의 시대가 올거야’라고 예측을 하며 시장의 성장을 기대했지만 사람들은 ‘동영상은 돈 주고 보는게 아니다’라고 여긴다. 그래서 오히려 산업이 퇴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영상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인식이 팽배지면서 콘텐츠 제작 사업자와 유통사업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인터넷상의 콘텐츠 불법유통에 대한 단속과 제재가 늘고 이용자들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이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 그러나 이 시기 IPTV사업자가 OTT시장을 위협했다. 정 담당자는 “사용자들의 인식이 전환됐다고 보는 시점에서 모바일 IPTV가 나왔다”면서 “자사에 있는 통신망의 모바일 가입을 하면 이에 대한 보상으로 콘텐츠를 주고 리뉴얼 서비스를 이용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OTT가 통신의 미끼상품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티빙은 유력 케이블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운영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비판을 받을 지점이 있다. 이에 대해 정 담당자는 “우리는 헬로비전에 가입했다고 해서 티빙을 공짜로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콘텐츠 사업자의 입김이 강해지는 것도 OTT사업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SMR(스마트미디어렙)은 지상파와 종편 등 유력 콘텐츠 사업자들의 연합체로 OTT사업자에게 대한 동영상 광고영업을 직접 하고 있다. 정 팀장은 “SMR은 포털과 제휴를 맺기에는 적합하지만 유통에 의존해 돈을 벌어야 하는 OTT사업자들한테는 좋은 모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