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극혐’으로 불렸던 Mnet의 쇼미더머니4가 이번 주 종영된다. 국내 유일의 힙합 프로그램을 표방한 쇼미더머니는 시즌을 거치면서 Mnet의 간판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출연자 송민호의 랩 가사 중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여성비하성 내용이 방영돼 산부인과협회가 반발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최고수준의 중징계를 받았다. 출연자들의 과거 노래가사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출연자 블랙넛은 방송 출연 전 발표했던 노래 중 강간과 살인을 하는 내용의 가사가 있어 하차요구가 빗발쳤다.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힙합문화의 특수성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CJEnM 편성전략팀 김효상 부장 역시 심의위 의견진술 자리에서 “음악 장르의 특성상 힙합이라는 게 갱스터랩에 가까운 힙합을 하다 보니 자유로움 때문에 막지 못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힙합 전문 웹진 ‘리드머’의 강일권 편집장(문화평론가)은 “제작진이 힙합장르에 무지하다”면서 “정작 미국에서도 쇼미더머니처럼 방송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리드머 사무실에서 강일권 편집장을 만났다.

“혐오발언 못 거른 미디어의 책임이 가장 크다”

“여성비하 가사를 쓰는 건 분명한 문제다. 래퍼의 의식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 강 편집장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문제 발언을 편집하지 않은 미디어의 책임을 거론했다. “중요한 건 쇼미더머니라는 방송을 통해 이 발언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방송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출연자의 발언이 비판받아야 하지만, 출연자의 책임으로만 전가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왜 거르지 못했을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의견진술 때 제작진의 발언은 ‘출연자들이 단어를 쉽게 내뱉었다’, ‘갱스터랩에 가까운 힙합 하다 보니 막지 못했다’로 요약된다. 강 편집장은 “녹화방송이었는데 문제의 발언이 나갔다. 해당 가사가 정말 문제가 되는지 몰라서 놓쳤는지, 아니면 빠듯한 일정 때문에 제대로 편집할 시간이 없었는지 모르겠으나 이 같은 말도 변명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정부분 ‘고의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쇼미더머니 제작진은 문제되는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심의 징계 대상에 오르는 일도 빈번했으며 최고수준의 징계만 두 번째다.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자극적으로 변한다. 시즌4에서는 속옷노출도 방송을 탔다. 욕은 물론이고 “속사정하지마 콘돔없이”, “버스 한가득 미녀들을 태우고 정기가 다 빨린채” 등 비하성이 있는 선정적인 가사가 비일비재하게 나왔다. 강 편집장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며 “논란이 될수록 화제가 되고 시청률이 올라간다. 그 점을 노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강일권 '리드머' 편집장.
 

CJEnM이 말하는 ‘문화산업’의 단면

주류가 아닌 음악장르가 미디어라는 확성기를 만났다. Mnet은 힙합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쇼미더머니만 시즌4가 만들어졌고, 여성판 쇼미더머니인 언프리티랩스타 역시 인기를 끌어 현재 시즌2 제작 중이다. 비인기 장르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점은 긍정적이지만 몇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특정 프로그램이 장르 전체를 좌우하게 됐다. 장르가 미디어의 입맛에 맞게 왜곡되고 있다. 

강 편집장은 “Mnet이 힙합이라는 음악장르를 망치고 있다”면서 “이 장르와 뮤지션들이 방송 하나에 좌우되고 문화 전체가 휩쓸리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중적인 장르가 아닌 힙합에 유일무이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자 래퍼들이 성공을 위해 줄을 서게 됐다. 대중적 인지도가 없을 경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단숨에 스타로 도약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곧 등용문이 되고, 실력보다는 미디어가 원하는 ‘스타’가 곧 분야의 최고로 평가받는다. 

   
▲ 쇼미더머니4 포스터.
 

쇼미더머니는 ‘갈등’을 지나치게 부각시킨다. 랩을 통해 출연자들이 서로를 비난하는 ‘디스’가 중점적으로 나온다. 팀 디스 미션을 통해 탈락자를 거르기도 했다. 욕설 내뱉고, 자극적인 혐오 발언이 등장한다. 욕을 해도 되냐는 출연자의 물음에 제작진이 “편하게 하라”고 말하는 대목은 제작진의 인식을 드러낸다. “힙합은 곧 ‘디스문화’라는 게 제작진의 인식인데, 일정 요소인 건 맞지만 이 장르의 전부인 것처럼 왜곡한다. 장사가 되는 자극적인 요소를 부각시켜 장르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 이는 제작진의 무지와 오만에서 비롯된다.” 강 편집장의 지적이다. 

쇼미더머니 제작진은 스스로 ‘힙합의 대중화’에 앞장섰음을 자부해왔다. Mnet 한동철 국장은 “힙합 프로그램이 대중과의 스킨십을 높이고 힙합을 알리는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편집장은 ‘방향성’이 중요하다며 반론을 제기한다. “대중화? 중요한 건 어떤 방향성을 갖느냐다. 쇼미더머니 이후 길거리에서 쇼미더머니 음악이 나온다. 많은 대중이 힙합음악을 듣게 됐다. 이걸 대중화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장르 자체가 왜곡되고 있다. 욕하고 혐오발언 하는게 힙합인 것처럼 인식된다. 제작진이 장르에 대한 관심은커녕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있었다면 애초에 이런 프로그램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렇게 방송 안 해”

미국에서는 ‘혐오발언’이 통용된다는 인식이 있다. 제작진 역시 이를 ‘갱스터랩’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강 편집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작진은 그냥 욕설과 혐오 및 비하발언의 경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욕은 은유로써 어느정도 통용되지만 혐오나 비하발언은 비판받는다. 특정 음악장르를 알리는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하면서 그 장르에 대한 인식 자체가 무지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그랬던 건 사실이다. 60~70년대 미국에서는 흑인이 차별받는 상황에서 갱스터가 이상적인 직업처럼 여겨지게 되고, 남성성이 부각됐다. 갱스터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매우 적다. 이 때문에 여성에 대한 비하적인 표현이 흑인사회에서 널리 쓰였다는 맥락이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80년대 이후 힙합이 대중에게 부각되면서 문제가 됐고 비하나 혐오발언이 비판받기 시작됐다. 닥터드레는 과거 여성폭력에 대해 사과를 했고, 스눕독 역시 여성비하 가사에 대해 사과를 했다”

   
▲ 쇼미더머니4 갈무리.
 

미국의 미디어 역시 ‘혐오발언’을 여과 없이 방영하지 않는다. 또한, 특정 음악장르에 대한 이해 없이 방송을 만들지도 않는다. “미국에는 힙합 라디오 프로그램이 많다. 청소년들이 듣는 시간에는 클린버젼으로 내보낸다. 아이들이 청취하는 시간대에 과격한 내용을 가능하면 틀지 않으려는 것이다. 우리보다 미국이 오히려 더 철저하다.” 강 편집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프로그램 제작자가 특정 음악장르를 다루면, 기본적으로 그 문화의 특성을 고려하기도 한다. 상업주의가 팽배한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쇼미더머니처럼 디스를 문화로 포장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강 편집장은 래퍼들의 인식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로그램을 보면 심사위원으로 나온 래퍼들 모두 송민호의 비하발언에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우리나라 힙합장르가 미국의 것을 맥락에 대한 이해없이 흉내내다보니 생긴 경향인데, 이제 미국에서도 그러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강 편집장은 과거 성폭행, 살인 가사로 논란이 된 블랙넛에 대해서도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인이 됐고, 대중들 앞에 섰다. 과거행적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를 무시하기 보다는 사과를 하든 해명을 하든 어떻게든 대응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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