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회담이 이틀째 새벽까지 이어졌다.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이후 대치하던 남북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통첩 시한이 임박한 22일 오후 ‘2+2 고위급 접촉’을 성사시켰다. 남측은 북한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북측은 자신들의 소행을 부정하며 대북 심리전 방송의 중단을 요구했다. 

남북 대화가 이어지는 중에도 북한 잠수함 50여척이 기지를 이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완전 군장을 한 전선지역 북한군 포병이 이틀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정치적으로 이용됐다. 청와대가 협상의 ‘시작부터 끝까지’ 주도했다. 집권 내내 남북 관계를 개선하지 않았던 청와대는 ‘해결사’가 됐다. 

외부의 적이 위협이 될 때 내부는 단결해야 한다. 북한에서 입대와 복대를 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보도됐다. 국내에서도 예비군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글을 올리며 ‘전의’를 다졌다. ‘애국’과 무관한 목소리는 무시됐다. 정부의 미흡한 사후 대응에 문제제기하는 미디어오늘 기사를 공유한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 여당 정치인과 보수언론이 공격했다.  

다음은 24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충돌이냐 평화냐…완전무장한 ‘대화’>
국민일보 <김정은, 벼랑끝 전술 안 통했다>
동아일보 <김관진·황병서 ‘비공개 1대1 담판’>
서울신문 <남북 ‘2+2협상’…한반도 정세 분수령>
세계일보 <남북 이틀째 밤샘협상…군사 대치는 최고조>
조선일보 <“도발 사과를” “확성기 중단” 이틀 밤샌 남북>
중앙일보 <남 “지뢰 사과하라” 북 “우리가 안 했다”>
한겨레 <고위급 이틀째 심야협상…남북관계 고빗길>
한국일보 <대화 속 대치…남북관계 분수령>

대화에 참여한 북한의 속내 

국민일보는 전면전 불사까지 선언했던 북한이 대화에 나선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 응징 태세를 유지한 것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다. 이 신문은 “박 대통령은 직접 3군사령부를 찾아 대비태세를 점검”했다며 “우리 정부의 변함없이 단호한 원칙 고수에 결국 (북한이) 노선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중국이 전승절을 앞두고 북한 지도부를 압박한 것도 추가 도발 방지를 막은 요인으로 봤다. 이번 사태에 대해 북한은 “남측이 조작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최우방인 중국마저 외면하는 억지에 불과하다고 국민일보는 분석했다. 또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이었기 때문에 섣불리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없었고, 대북 심리전이 북한을 뒤흔들었다는 분석도 내놨다. 

   
▲ 24일자 조선일보 3면
 

2+2 고위급 접촉, 마라톤 협상

남한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한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대남담당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대표로 나섰다. 이들은 최근 군사적 대치상황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다퉜다. 

남한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시인과 사과, 책임자 처벌이 없는 한 대북 심리전 방송은 중단할 수 없다며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북한은 자신들 소행임을 부인한 채 남북 긴장의 원인이 남한의 대북 심리전 방송에 있다며 확성기 철거를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교류와 한국 정부의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다양한 남북 현안도 논의했다. 하지만 대화의 진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화중에도 긴장감 유지 

북한이 23일 잠수함정 50여척을 기지에서 일제히 출항시키고 비무장지대 지역에 즉각 사격이 가능한 포병을 2배 이상 증강했다. 한국과 미국은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실시되는 중이라 ‘한미 공동 국지도발대비계획’을 가동하면서 추가도발 억제를 위한 첨단 무기를 배치했다. 

북한은 지난 21일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군사적 대결상태에 돌입했고, 한미는 평시 4단계로 유지되는 워치콘을 2단계까지 끌어올렸다. 군 관계자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도발은 한미 양국 군의 공동대응 방안을 실전에 적용하는 기회가 됐다”며 “양국의 공조는 물샐 틈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 고위급 회담 소식을 전하며 ‘대한민국’이라고 칭했지만 당국 성명이나 이틑날 노동신문 기사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괴뢰’(미국의 꼭두각시라는 뜻)로 표현을 유지했다. 북한에서는 100만명이 넘는 청년들이 입대와 복대를 탄원하는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 24일자 동아일보 2면
 

해결사 청와대, 뜬눈으로 밤새 

조선일보는 “정부는 22일 고위급 접촉 결과 발표를 통일부에서 하려다 청와대로 급히 바꿨다”며 “23일 접촉 결과 발표도 청와대가 맡기로 했다”고 전했다. 급박했던 최근 상황을 청와대가 나서 해결하는 ‘그림’을 만들어내기 좋은 상황이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남과 북이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로 반전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의 ‘철의 여인’, 한국의 마가렛 대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이는 북한의 굴복을 전제로 했을 때 가능해지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의도대로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 편집장의 주장이다. 이틀째 밤샘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이 보이지 않는 것도 북한의 굴복을 전제로 대화를 진행하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 24일자 조선일보 5면
 

충성 분위기에 웬 의혹제기  

서울신문, 조선일보 등은 SNS와 인터넷에서는 예비역 군인들과 네티즌들이 ‘전의’를 다지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며, 국방부와 육군 등의 페이스북에는 ‘좋아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북한 도발과 이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글에는 댓글과 ‘좋아요’에 수만명이 반응했다.

한 네티즌은 “전역한 지 4일째이지만 대기하고 있다”는 글을 자신의 전투복 사진과 함께 올렸고, 한 해병대 출신 예비군은 “준비됐습니다. 선배님들”이라며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의 반복 도발에 그동안 상대적으로 북한에 호의적이었던 젊은 층이 돌아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도 ‘애국 분위기’를 부추겼다. 이 신문은 <남북 긴박했던 주말…서울은 평온했다>에서 한 노인이 청년들에 대해 꾸짖는 말을 전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이 갈수록 무모한 군사적 술책을 강화하는데 젊은이들의 경각심이 너무 무뎌져 있다”며 “이참에 현역군인뿐 아니라 예비군의 대비태세까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 24일자 조선일보 5면
 

한편 정부의 비밀주의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고 있다. 조선일보는 <성남시장 “북이 포격? 연천 주민은 왜 못들었나” 황당주장>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미디어오늘 기사를 트위터에 공유한 것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는 주민들 ‘아군 사격 소리만 들렸다’ 북도 포격 사실 부인, 포격 지점도 공개 안해 의문 증폭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 신문은 이 시장이 총풍사건에 대한 글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 시장을 비판하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글도 함께 소개했다. 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시장이 또 괴담을 퍼뜨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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