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20일 오후 3시 52분경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 1발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지역으로 발사한 것을 감지 장비로 포착했다고 군 당국이 전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이 20일 오후 3시 52분경 경기도 연천 지역 육군 28사단 서부전선 일대 한국 군부대 쪽 대북 확성기 방향으로 사격했다. 북한군의 포탄은 군부대가 아닌 야산으로 떨어졌고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육군 6군단은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군은 오후 5시 4분경 북한군이 로켓포를 발사한 원점 지역으로 155㎜ 포탄 36발을 대응 사격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군 대응 사격이후 북한군은 아직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북한군 포격으로 인해 연천 횡산리와 삼곶리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군은 인천시 강화군 주민 130명에 대해서도 대피명령이 내려졌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연천 주민 김두삼씨는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북방송을 재개한 것 때문에 거기(확성기)에 쐈는데 빗나간 것 같은데 동네마다 대피시설이 있으니까 거기로 대피한 상황”이라며 “대피하긴 했지만 사람이 다치거나 추가 포격이 없어서 주민들이 동요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한 포격 이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곧 소집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NSC에서 북한의 정확한 도발 내용과 경위를 파악하고 대응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 확성기. 사진=노컷뉴스 제공
 

이번 북한의 도발은 지난 2004년 이후 중지됐던 대북방송이 11년 만에 재개된 것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도발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북방송 재개로 볼 수 있다”며 “대북방송 재개는 냉전시대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진 목함지뢰에 육군 1사단 장병 두 명이 부상을 입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대북방송 확성기를 설치했다. 북한군이 도발한 20일은 지난 17일부터 진행된 을지훈련이 끝나는 날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 도발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연구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 토론회에서 내년에라도 통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불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급변사태에 의한 통일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북의 반발이 예상됐는데 대북확성기 설치 문제와 겹치면서 방아쇠를 당겼다는 분석이다.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 연구실장은 “지금 국면은 한쪽이 도발하면 다른쪽이 도발을 유발하며 에스컬레이트(확장)되는 국면”이라며 “도발이 이것으로 끝나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 큰 도발로 갈 가능성이 있어 도발에 대한 대응은 마련해야 하지만 정부는 군사적 긴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10월 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이다. 정 연구실장은 “당창건기념일을 앞두고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면 한반도 상황이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 명약관화한데 예방외교는 실종되고 사후대응만 있다. 현재 국정운영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신들도 북한 도발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CNN은 이 소식을 전하며 “DMZ에서 터진 지뢰사건으로 인해 두 명의 남한 군인이 다친 가운데 최근 남북관계는 경색상태”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남한과 북한 대포 주고받다>에서 “남한과 북한이 목요일 5년만에 처음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전선에서 대포를 주고받았다”며 “북한군의 포격이 한국이 지난 주 놓은 대북확성기에 대한 반응”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남한은 이번 주에 전통적으로 가장큰 합동 훈련을 하기로 했고 북한은 이에대해 분노를 표출했다"며 남북경색 국면 사실을 강조했다.

이어 이 신문은 "지난 10월 남북한은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짧은 기관총 교전을 벌인바 있다. 대북인권단체들이 대북 전단지를 매단 풍선을 쏘아올리자 북한이 조준사격 하면서 양측간에 교전이 발생했었다. 또한 해상에서도 같은 주에 짧은 교전이 있었다"며 과거 남북의 군사적 긴장 상황에 대해서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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