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한 중소기업이 특허를 출원한 보안 기술을 탈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안 전문업체 비이소프트는 우리은행이 지난 4월 신규 출시한 금융보안 서비스 ‘원터치리모콘’이 비이소프트의 ‘유니키’를 베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니키’는 카드번호나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더라도 최종적으로 스마트폰에서 본인 승인절차를 거치도록 이중보안 정치를 둬서 피싱 사기를 방지하는 시스템으로 비이오스트는 지난해 2월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비이소프트 표세진 대표에 따르면 표 대표는 지난해 2월 ‘유니키’를 특허 출원한 뒤 3월부터 우리은행에 사업 제휴를 제안해 수차례 자료를 건네며 설명했다. 그런데 우리은행이 핵심 기술만 탈취한 뒤 제휴 협상을 중단했다는 게 표 대표의 주장이다. 

표 대표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은행이 계속해서 특허 청구항을 요청했으나 왠지 수상쩍어서 거부했다”면서 “그런데 1년 뒤에 우리은행이 유니키와 거의 비슷한 원터치리모컨이라는 서비스를 내놓고 별도로 특허를 출원했다”고 말했다. 

특허 청구항이란 특허로 보장 받기 원하는 권리의 특징적인 범위를 말한다. 특허가 등록되기 전에 청구항이 노출되면 유사 특허가 등록돼 특허권을 보장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한다. 표 대표는 우리은행이 협상 초기부터 기술 탈취를 노리고 접근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 지난해 비이소프트는 우리은행에 금융보안솔루션 유니키 사업을 제안했다.
 

표 대표는 “지난해 4월부터 1년 동안 우리은행에 이메일 등을 통해 유니키 관련 자료를 전달했는데 우리은행은 원터치리모컨을 개발하고 난 뒤 연락을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표 대표는 “우리은행은 세계 최초 자체 개발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우리가 관련 특허를 출원한 걸 알면서도 비슷한 기술을 일단 발표부터 하고 특허를 출원한 건 중소기업을 무시한 대기업의 갑질”이라고 말했다. 

표 대표는 “특허 청구항을 왜 요청하느냐고 묻자 우리은행도 선인증 솔루션을 개발하려고 하는데 특허가 충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면서 “비슷한 기술이 이미 특허 출원이 됐다는 걸 알면서도 개발을 시작한 건 애초부터 우리와 거래할 의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기술만 갈취하고 특허를 우회하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기술 유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우리은행은 입장문에서 “유니키는 거래할 때마다 사전인증이 필요하고 로그인을 한 뒤 사용해야 하지만 원터치리모콘은 인증과 무관하며 로그인이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이소프트는 “두 기술 모두 휴대폰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인증을 해야한다”며 “최초 인증이후 양사 솔루션 모두 더 이상의 인증은 필요없다”고 반박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특허 등록이 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는 건 특허 제도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 대표는 "보통 기술 개발 이전에 특허 조사와 선행 기술 조사를 하는 게 당연한데 우리은행의 주장은 이미 언론 보도까지 나온 유니키 기술에 대해 검색 한 번 하지 않고 기술개발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라며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표 대표는 "우리은행은 자체 개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허 충돌을 우려해 우리에게 계속해서 특허 청구항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우리은행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실제로 두 제품은 모두 제한된 시간동안 금융거래를 승인하는 원리는 동일하다. 비이소프트에서 자문을 구한 공감특허법률사무소 양두열 변리사는 “원터치리모콘은 제한된 시간에만 금융거래가 가능하다는 유니키의 특허 필수 구성 요소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양 변리사는 “우리은행 서버에서는 원터치리모콘이 ON된 경우에만 해당 회원의 금융거래를 승인하도록 작동하는 점에서 유니키의 구성을 그대로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필수구성요소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검토했다. 양 변리사는 “현 청구항대로 특허가 등록될 경우 원터치서비스가 유니키의 특허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김종화특허법률사무소 김종화 변리사도 “원터치리모콘과 유니키는 그 목적과 구성, 효과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이소프트 측은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국민신문고를 통해 억울함을 알렸다. 그러나 금감원에서는 자신들 소관이 아니라며 하루 만에 기각했다. 

지난달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우리은행이 비이소프트의 특허기술을 탈취했다는 진술과 근거가 제기된 만큼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니키 특허 등록은 출원 1년6개월 정도가 지난 올 9월 정도에 등록여부가 결정되는데 우리은행이 소송을 걸 경우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은행은 “원터치리모콘 서비스는 유니키 기술과 전혀 다르고 기술을 참조하지 않아 특허 침해가능성이 없다”며 “(비이소프트가) 허위 자료를 유포해 당행의 명예를 훼손해 법적 대응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