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임한 KBS 이사 후보인 조우석씨는 잇단 망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린 적이 있는 인물이다. 강한 보수 성향의 발언과 왜곡된 역사관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2013년 ‘박정희 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을 포함해 지도자들을 나쁘게 평가하는 것을 주도하는 세력은 ‘좌파’”라 발언하여 논란을 빚었다. 올해 4월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민주화에만 지나치게 치우치고 북한이 제작한 선동영화에 삽입되기도 한 이 곡은 국가의 정체성과 헌법정신에 상충한다”고 폄훼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미디어펜에 게재된 조씨의 칼럼을 조사한 결과 왜곡된 언론관과 보수편항적인 역사의식이 공공연히 드러났다. 정부의 공영방송 통제를 당연시 하는 논리부터 반인권적 테러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다수의 칼럼에서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에 대한 폄훼도 확인됐다.

가장 문제적인 것은 조씨의 공영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태도다. 조씨는 “언론사 사장과 이사회는 뉴스 편집 편성권의 최종책임자라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현재 KBS를 반정부 선동을 부추기는 매체로 규정하며 “고질적으로 좌편향화되고 왜곡된 미디어 구조를 출범 이래 방치하다시피하고 있는 정부 여당과 청와대의 언론 무대책이 심히 안타깝다.”고 지적한다.

   
KBS 이사후보로 선임된 문화평론가 조우석씨. 유튜브 캡처화면.
 

정부의 무대책에 대해 조씨는 “청와대 홍보특보가 선동언론의 구조를 바꾸는 개혁을 맡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방법은 ‘이사회 교체’다. 조씨는 “올해 KBS, EBS, 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회 임명이 있기 때문에, 미리부터 공영방송 개혁의 비전을 만들어놓고, 이에 걸맞는 이사진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정부·여당 추천 이사가 다수인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KBS 구성원들이 종북 좌파적 지향으로 실무를 장악한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 “확실한 국가관으로 무장한 인사들이 이사진에 몰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보도통제와 “검은 옷을 입지 말라”는 지시 등으로 논란이 된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 대해서는 “상식이지만 김시곤 보도국장의 발언은 있을 수 있는 발언이자, 매우 상식적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조씨는 “김시곤 국장에게 죄가 있다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원 후배 기자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다는 게 전부”라며 보도자율성의 문제를 노조의 문제로 물타기 하는 모습도 보였다.

KBS에 대한 편향된 인식도 드러난다. 문창극 친일 발언 논란 보도를 한 KBS에 대해 "선동을 다하는 해방구 방송"이라 일갈했고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여파 등 정부의 실책을 비판하는 보도를 보고 주저없이 KBS를 ‘선동언론’ ‘노영방송’으로 규정했다. “지금 지상파의 구조를 조금 아는 이라면, 노조에 의한 운영이 파행을 달리고 있음을 가늠할 것”이라며 “현재의 중견기자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대국민 선전선동 역할을 하며 성장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극우적인 역사관도 발견된다. 조씨는 다수의 칼럼을 통해 서북청년단과 부산정치파동 등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폈다. 서청을 “건국과정에서 세운 혁혁한 공로, 반공과 애국의 역할에 비해 홀대 받고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비운의 애국단체”로 규정하며, 작년 세월호 참사 정국에 등장한 서북청년단재건준비위원회에 대해 “오늘의 상황에 맞는 시민운동”으로 “무능한 정부와 공권력을 대신해 세월호 저주의 리본을 치우겠다고 나선 그들, 서청의 전투정신을 되살리려는 그들에게 사회는 깍듯한 경의(敬意)를 표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서북청년단이 자행한 1947년 정수복 검사 암살사건도 불가피한 테러였다고 정당화했다. 테러행위는 맞으나, “해방 직후 부산지역이 준(準) 좌익해방구”였고 “정 검사가 남로당 비밀당원이라는 확증을 잡은 뒤에야 거사를 단행했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1952년 부산정치파동에 대해서는 “땃벌떼-백골단 등 시민단체를 동원해 국회해산을 압박하는 등 최대한의 권력의지를 발휘했다”며 “한국형 마키아벨리즘의 효과적인 구현”이라는 기상천외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을 강도 높게 폄훼한 발언도 다수의 칼럼에서 드러났다. “유가족들이 도를 넘어 억지를 부린다”는 언급은 수차례 확인된다. 세월호로 인해 정부 비판 움직임이 확산되자 당시의 정국을 “제2의 광우병 파동”이라 일컬었다.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위해 단식을 했던 김영오씨의 이혼 사실이 보도되자 “면목없는 그가 단식 농성을 주도하며 대통령과 면담을 해야한다며 유가족을 대표하는 순간 모든 게 거짓과 위선의 막장 드라마로 발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악성 세월호 법”이라 지칭하며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된 데 대해 “국가이성의 마비를 재촉”한 것이라 폄훼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당 추천 이사들을 보면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지킬 수 있는 의지나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이사로 선임됐다”면서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친 정부적인 색깔을 강하게 보이는 사람을 이사로 넣어서 공영방송을 선거나 차기 정권 창출 유리하게 사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 상태로 임명되면 KBS 이사회 자체가 정치권의 대리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사회 개혁’을 주장한 사람이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은 보도프로그램에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하겠다는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총장은 “조우식씨의 칼럼을 보면 건강한 상식적인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이런 사람이 이사회 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하고 라인업이 돼서 내부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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