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살아있는 탄저균을 반입한지 72일 째인 지난 6일 오산공군기지 생물식별검사실이 공개됐다. 다음날인 7일 주요일간지들은 대부분 한미합동실무단이 현장 조사했다는 사실을 건조하게 보도하거나 사진 기사로만 처리했다. 이날 주목할 만한 기사는 조선일보 전현석 기자의 기자수첩이었다. 

기자수첩은 지난 5월 말 미군의 탄저균 오배송 발표 직후 한국 질병관리본부가 오산기지를 찾았지만 현장 확인도 제대로 하지 못한 점, 뒤늦게 합동실무단이 구성됐고, 사건 발생 두달이 훌쩍 지나서야 현장 조사가 이루어진 점을 지적했다. 또한 “미군 측은 이미 실험실 방역을 완벽하게 끝낸 상태”라며 “현장조사는 딱 하루뿐”이라고 비판했다. 

살아있는 탄저균 반입이 알려진 지난 5월27일부터 8월11일까지 9개 종합일간지 탄저균 관련 기사는 총 192건이다. 같은 기간 메르스 관련 기사는 9816건으로 50배가량 차이가 난다. 물론 기사 내용도 살펴봐야 하지만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분명하다. 탄저균은 신체 접촉 순간 바로 감염돼 메르스에 비해 더 위험한데 언론은 탄저균 위험을 알리는데 실패했다. 

탄저균 보도는 인터넷 신문은 민중의소리(438건, 사진기사 포함), 종합일간지는 한겨레(46건, 사진기사 포함), 방송사는 JTBC(16건)에서 가장 많은 팩트를 발굴했다. 

   
▲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연 탄저균 불법반입, 사드배치 강요 미국규탄 서울시민 평화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빗속에서 우비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제공
 

민중의소리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시민사회의 지적과 정부 대응의 문제점 등을 가장 많이 보도해왔고, 한겨레는 미군 탄저균 반입에 대해 한국과 달리 독일의 강경한 반응, 주한미군이 탄저균보다 더 위험한 ‘보툴리눔’까지 실험했다는 정황 등을 단독 보도했다. JTBC도 미국이 지난달 탄저균 배달 지역이 86곳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193개 실험실이었다는 사실, 주한미군이 생물균 탐지 장비도 들여온 점 등을 단독 보도했다. 

언론의 무관심 속에 국방부는 지난 6일 오산기지 현장 조사 직후 “미군의 탄저균 실험을 계속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닷새 뒤인 11일에서야 새정치민주연합 주한미군 탄저균비밀반입사건 대책위원회는 한미합동실무단의 현장조사를 지적하며 주한미군이 탄저균 실험을 몇 차례 했는지, 관련자 처벌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의견 등 7개 항목의 공개질의서를 국방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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