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에 불리하거나 경쟁사에 유리한 정책에는 핏대를 세운다. 정작 자사의 특혜는 눈 감는다. 미디어오늘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의 지난해 8월1일부터 올해 7월31일까지 지상파방송과 포털을 대상으로 한 자사이기주의 보도행태를 조사했다. 자사이기주의 보도를 가장 많이 한 신문사는 동아일보였다.

자사이기주의 보도, 동아>조선>매경>중앙

동아일보는 지상파와 지상파에 우호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비판하는 기사만 92건을 내보냈다. 조선일보 72건, 매일경제 45건, 중앙일보 30건 순이다. 이들 기사의 대부분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과 700MHz대역 주파수 지상파 배분을 반대하는 기사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쟁점사안이었다.

동아일보는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비판 기사만 55건을 보도했다. 이어 조선일보가 38건, 매일경제가 34건, 중앙일보가 19건을 보도했다. 700MHz대역 주파수 지상파 배분을 비판하는 기사는 동아일보 18건, 조선일보 16건, 매일경제 5건, 중앙일보 4건으로 나타났다.

포털뉴스정책과 일부 언론을 유사언론(사이비언론)으로 지칭하며 비판하는 기사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을 발표한 직후 쏟아졌다. 관련 기사는 동아일보 14건, 매일경제와 조선일보 각각 8건, 중앙일보 2건이다.

   
▲ 지상파 및 포털에 관한 주류신문의 자사이기주의 보도 행태 (2014. 8. 1~ 2015. 7. 31)
 

유형1. 전방위적 꼬투리 잡기

이른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보도’다. 정책 사안에 대해 지상파와 포털 비판 보도를 하며 동시에 다른 문제들도 함께 들춰내는 보도행태다. 사실에 부합하더라도 비판여론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만경영과 외주제작사 갑질 문제는 지상파 때리기의 단골 메뉴다. 지상파 프로그램 비판도 적지 않다. 동아는 지상파 프로그램을 모니터링까지 하면서 비판 보도를 만들었다. 동아는 지난해 10월9일 기사에서 “지상파3사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무려 832개의 우리말 오류 및 훼손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상파 막장 드라마도 도마에 올랐다. 조선은 1월12일 “지상파 드라마의 선정성이 점입가경”이라며 “방송문화를 선도해야 할 지상파가 방송생태계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는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2013년 전재료 협상 등을 두고 네이버와 갈등을 빚은 이들 신문은 포털의 독점문제, 부동산 광고 문제, 음란 카페 방치 등의 문제를 연이어 제기하며 전방위적인 때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유형2. 은근슬쩍 자사 홍보

유형1을 통해 지상파 프로그램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자사 프로그램을 치켜세우는 모습도 있었다. 매경은 지난해 12월20일 <아궁이·미생 얼마나 잘만드나 지상파 광고 감소는 ‘자업자득’>기사에서 ‘아궁이’와 ‘미생’을 치켜세웠다. ‘아궁이’가 tvN 드라마 ‘미생’에 견줄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지 의문이다. 아궁이는 매경이 겸영하는 종편 MBN의 토크 프로그램이다.

동아는 지난해 8월28일 지상파 예능의 시청률 부진을 언급하며 “채널A 모큐드라마 싸인은 6월10일 방송분이 4.7%”라고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기사에 쓰기도 했다. 동아는 또 MBC의 요리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채널A 먹거리X파일의 착한 식당 검증과정과 비슷하다”, “종편을 포함해 케이블 방송에서 새로운 유형을 개발하면 지상파가 유사프로를 방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압권은 동아일보의 지난해 11월 18일 <종편 3년, 시청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 칼럼이다. 허문영 오피니언팀장은 “(종편 도입 이후) 정치현장의 모든 것이 공개됨으로써 유권자의 감시 눈길이 매서워지고 있다”고 밝히며 자화자찬했다.

이번 조사 통계에는 반영하지 않았지만 이들 신문은 수도권 1위, 주간 1위 등을 언급하며 자사가 시청률 1위라는 보도를 쏟아내기도 했다. 특히 매경은 닐슨코리아의 월간 평균 시청률자료를 인용하며 종편 중 1위(시청률)라는 기사를 10개나 내보냈으며 시청점유율 1위 기사도 1건 썼다. TV조선은 지난해 10월2일 <9월 수도권 시청률 종편 1위>기사를 내보냈다. TV조선은 또 지난 4월6일 기사에서 “21개월 연속 종편 1위”라며 “보도최정상의 입지를 굳혔다”고 보도했다.

유형3. 경제효과 과장·축소

이들 신문은 700MHz대역 주파수를 지상파 배분 과정에서 ‘1조 대 0원’이라는 프레임을 썼다. 700MHz대역 주파수를 지상파에는 공짜로 배분하는 반면 해당 대역을 통신사에 배분할 경우 1조 원에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지난달 18일 낸 사설 <1조 주파수 공짜로 내던진 책임 반드시 물어야 한다>가 대표적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해당 주파수 대역을 통신사에 할당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견해는 합당한 면이 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지상파는 통신사와 달리 주파수를 ‘구입’하는 게 아니라 ‘임대’한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지상파가 주파수를 구입하지는 않지만 방송발전기금을 매년 납부한다는 점 역시 생략했다는 점에서 문제다.

반대로 지상파 광고총량제의 경우 효과를 부풀렸다. 지상파와 지상파에 우호적인 단체는 그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본 반면, 유료방송 업계측은 지상파가 연간 1000억~2800억 원까지 이익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신문은 후자를 강조해 보도했다. 지난 1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 결과 지상파 광고총량제의 경제효과는 217억~383억 원으로 나타나자 동아일보는 “‘지상파 방송 편들기’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 지상파와 포털에 대한 자사 이기주의 보도.
 

유형4. 적반하장, 불리한 건 일단 은폐

양대포털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을 발표한 직후인 5월 29일, 조선·동아·매경은 광고주협회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사이비언론’을 타깃으로 삼았다. 조선은 지난 7월 17일 “포털을 악용한 사이비언론을 규제할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고 보도하며 평가위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어뷰징 근절’을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동아·매경은 닷컴사 등을 통해 어뷰징기사를 양산해내는 언론사다.

이들 신문은 지상파 규제완화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방통위를 ‘편향적’이라고 공격했지만 정작그 비판내용은 종편도 자유롭지 않다. 동아는 <지상파 ‘광고몰아주기’ 나선 방통위, 방송장악 의도인가(2014. 8. 5)>, <미디어업계 아우성 귀막은 '일방통행위'(2015. 1. 27)>를, 조선은 <지상파 인사들 말만 들은 방통위(2014. 8. 8)>를, 중앙은 <부정확한 논리로 지상파만 챙기는 방통위(2014. 8. 22)>를 보도했다. 매경은 <방통위는 지상파 민원 해결사인가(2014. 8. 5)>, <지상파만 특혜주는 광고총량제... 중소PP 다 죽인다(2014. 9. 16)>, <방통위 지상파 편향에 들끓는 여론(2014. 9. 16)> 등을 보도했다.

그러나 방통위로부터 가장 많은 특혜를 받은 사업자는 종편이다. 방통위는 ‘종편 편향’이라고 비판받아왔다. 종편은 도입 자체가 특혜이기도 하면서 2011년 출범한 이래 △의무재전송 △10번대 채널배정 △ 1사1미디어렙 설립 △중간광고 허용 △ 방발기금 면제 등의 특혜를 받았다. ‘방송장악’, ‘광고쏠림’, ‘중소PP 고사’모두 종편이 스스로에게 물어야할 지적이다.

유형5. 받아쓰기

오피니언이나 기획기사가 아닌 스트레이트 기사 중에서도  자사이기주의 보도가 적지 않았다. 특히 자사 이해관계에 맞는 단체의 성명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하는 행태가 많았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8월8일 <신문협 “다른 매체 죽이는 방통위 정책 철회를”>을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29일 <한국신문협 “지상파 광고총량제 철회해라” 성명>, 2015년 조선일보 3월 2일 <신문협 “미디어 지각변동 우려...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반대”>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중앙·동아·매경 등이 주축인 신문협회가 주기적으로 성명을 쓰면 이들 신문이 적극적으로 받아쓰는 모양새다. 반면 지상파가 주축인 방송협회도 여러차례 성명을 냈지만 이들 신문은 기사화하지 않았다.

조선·동아·매경은 광고주협회의 유사언론 리스트 조사 결과 메트로가 1위였다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발표해 논란이 됐다. 조선은 메트로의 반론을 받지 않고 메트로 언론사명을 써 메트로가 반발하기도 했다. 양대포털이 평가위원회 설립을 발표한 직후인 5월 29일 조선·동아·매경은 “광고주 86.4%가 사이비언론으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광고주협회의 자료를 그대로 쓴 것이다.

‘공론장’ 아닌 ‘민원창구’로 전락한 언론

자사이기주의 보도를 통해 언론을 ‘공론장’이 아닌 ‘자사 민원창구’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나 포털의 정책이 자사에 유리하게 도입되도록 전방위적인 압력을 넣고, 편향적인 기사로 여론몰이를 하기 때문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특히 정책사안은 독자들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언론이 평소보다 더욱 충실하게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면서 “자사이기주의 보도가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이들 언론이 종편 도입을 추진할 때부터 이 같은 보도는 줄을 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는 지상파 역시 자유롭지 않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가 상대적으로 왜곡의 정도가 덜한 건 사실이지만 수신료, 광고정책 등 현안에서 자사이기주의 보도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공공재인 전파를 쓰기 때문에 더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사이기주의 보도는 기자를 회사의 이익에 복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일부 언론은 국회나 방통위 등 기관에 로비를 목적으로 출입처 기자를 두는 경우도 있다. 지난 1월 방통위 신년업무 보고 자리에서 종편 겸영 신문사 기자는 “이 자리엔 지상파방송 기자보다 종편, 인터넷언론 기자들이  더 많다”면서 “방통위는 지상파 방통위가 아니다. 지상파 광고를 늘려주겠다는 게 방통위원장의 소신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기자와 언론이 주관적일 수 있지만 최소한 객관적으로 보도하려는 형식이라도 취해야 하는데 주류신문은 도를 넘었다”면서 “이익을 위한 협박용 기사를 만들어 무기로 쓴다는 점에서 이들 언론이 지적하는 사이비언론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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