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가 터져 부사관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국방부는 10일 사건의 원인을 북한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목함지뢰’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11년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예정이며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에 따라 북한 최전방 소초(GP) 타격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해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천안함 사건 닮은 DMZ 지뢰 폭발

조선일보는 11일자 아침신문을 통해 이번 DMZ 지뢰 폭발 사건을 제2의 ‘천안함’ 사건으로 규정했다. 북한이 물속에서 어뢰를 통해 한국군을 공격했던 천안함 사건과 땅속에 지뢰를 통해 한국군을 공격한 이번 사건이 사실상 같은 사건이라고 본 것이다. 중앙일보도 같은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 11일자 조선일보 1면.
 

국방부의 대응도 비슷하다. 부하 병사가 공격을 받았는데 정확한 원인을 꼼꼼하게 따져보기 보다는 서둘러 책임을 북한으로 돌린 채 언론과 함께 북한 때리기에 나선다. 군 수뇌부들이 화려하게 군 배지를 달고 나와 북한 소행이라고 서둘러 결론 냈던 천안함 사건과 폭발 영상까지 공개하며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이남에 지뢰를 설치했다고 결론 낸 이번 DMZ 폭발 사건은 닮아있다. 

조선일보는 3면에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도발했다는 증거 세 가지를 소개했다. 첫째, 북한제 목함지뢰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현장에서 수거한 철제 용수철 등 잔해가 북한제 목함지뢰와 일치했다고 밝혔다.

둘째, 지형상 유실된 지뢰로 인한 폭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은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경사 지역이어서 북한에 매설돼 있던 지뢰가 남쪽으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은 없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셋째, 매설 위치나 위장상태 등을 보면 일부러 매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 지뢰는 육안으로 발견하지 못하도록 정교하게 매설됐다고 한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집중호우가 끝난 지난달 26일 이후 매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군 당국은 북한군의 침투 장면은 포착하지 못했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 지역을 계속 찍어온 군 감시 장비 영상들을 역추적했지만 사각지대가 많아 북한군 침투 및 지뢰 매설 장면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의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고, 경계가 촘촘하지 못하다는 보여준 셈이다. 

   
▲ 11일자 중앙일보 3면.
 

조선일보는 천안함 사건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을 가리켜 ‘남남갈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3면 <천안함式 도발…‘어뢰’를 ‘지뢰’로 바꿔놓은 셈>에서 이번 지뢰 도발의 원인을 “남남 갈등을 유발하고 우리 군의 DMZ 내 작전 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복합적인 의도가 있다”고 봤다. 

한국군 수뇌부는 잘못 없어, 모든 건 북한 책임

또한 조선일보는 같은면 <軍 경계실패 논란>에서 이번 군의 경계실패를 ‘논란’으로 처리하면서 “DMZ내 GP구역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경계가 뚫린 것은 아니”라는 군의 해명을 전달했다. 이 신문은 “나무와 수풀이 우거졌지만 이를 제거하기 힘들고 안개도 빈번하게 발생해 열상감시장비(TOD) 등으로 감시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군의 해명도 덧붙였다. 

   
▲ 11일자 조선일보 3면.
 

핑계를 찾기 급급한 군은 사후 대응에도 무능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8일 비공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해 2시간 넘게 회의한 결과 ‘한미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해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이날 위원회 보고서에는 ‘엄중한 대응은 엄중한 대응대로, 대화는 대화대로’라는 추상적인 내용도 담겼다.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정부 차원의 지원이 아닌 개인적 방북으로 한정한 박근혜 정부의 행동과는 맞지 않는 내용이다. 상황을 종합하면 북한군의 지뢰 매설 모습을 확인하지 못한 한국군이 미국에 의지하겠다고 결론 내린 셈이다.    

청와대의 북한 비판 소식 역시 조선일보 1면에 배치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표준시 변경에 대해 “북한이 우리의 대화와 협력 제안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시간대마저 분리시키는 것은 남북 협력과 평화통일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와 조선일보가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남북관계 경색국면을 만들어가는 꼴이다. 

북한의 이번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규탄대상이 맞지만 한국 정부의 진정성있는 대화 시도 부족, 남북관계 개선책을 내놓지 못한 점, 노크 귀순을 비롯해 경계선이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 대한 지적은 부족했다. 

군 당국은 일선부대와 현장 지휘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합참은 “현장에서 지뢰나 부비트랩, 매복조 등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더 했어야 했다”며 “현장 지휘관의 전술조치에 과오가 있다”고 했다. 

부상 동료 데리고 돌아오다 또 폭발 

국방부 발표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하면 지난 4일 오전 7시 35분과 40분 비무장지대 소초 인근 철책의 통문 하단 북쪽 40cm, 남쪽 25cm 지점에서 두 차례 지뢰 폭발이 있었다. 수색근무를 나갔던 김아무개 하사가 먼저 통문을 통과한 뒤, 하아무개 하사가 두 번째로 통과하다 지뢰를 밟아 오른쪽 무릎 위와 왼쪽 무릎 아래 다리가 절단됐다. 

김 하사가 부상당한 하 하사를 부축해 동료와 통문 밖으로 나오다 자신도 통문 남쪽에 매설됐던 지뢰를 밟아 오른쪽 발목이 절단됐다. 북한은 군사분계선 기준 440m나 내려와 의도적으로 지뢰를 묻은 것이며 터진 지뢰는 총 3발로 추정된다. 

다음은 1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도발 땐 보복”만 외치다 기만전술에 뚫렸다>
국민일보 <분단 70년에… 北, DMZ 지뢰 도발>
동아일보 <北, 이번엔 군사분계선 넘어와 지뢰 도발>
서울신문 <北, DMZ 지뢰 도발… 軍 ‘심리전 방송’ 재개>
세계일보 <이번엔 목함지뢰…北, 멈추지 않는 도발>
조선일보 <‘천안함’은 끝나지 않았다>
중앙일보 <군, 11년 만에 대북방송…“목함지뢰 도발 응징”>
한겨레 <“지뢰폭발 북 소행”…군, 대북방송 11년만에 재개>
한국일보 <北 지뢰 도발, 南 확성기 응징>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