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의료원 부지를 민간에 매각할 계획을 밝히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23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의료원 부지 민간매각 중단을 요구하며 공개질의서를 발송했고, 최근 서울시로부터 답변이 왔지만 형식적인 답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료원 부지는 옛 한국전력 부지와 인접 노른자 땅으로 ‘삼성동-종합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에 근거해 매각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곳에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을 계획 중이며 부지 규모는 3만1500㎡이다. 경실련은 한전 부지 개발로 부동산 가치가 오를 만한 곳인데 미리 파는 것은 매입할 기업에 특혜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토지는 서울시가 보유하고 장기 임대를 통해 개발을 유도할 수 있지만 민간에게 매각을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아 매각 명분이 부족하다. 또한 MICE산업의 발전은 전시관, 컨벤션센터 등을 운영하는 단계에서 민간의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지, 토지를 가지고 시설을 짓고 주변부를 개발하는 것은 서울시가 해도 된다는 주장이다. 

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Events & 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다. MICE 시설의 증가는 막대한 토지가치를 포기하는 것에 비해 미비하다는 지적도 있다. 

   
▲ 서울시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 자료=경실련 제공
 

서울시는 의료원 부지가 주상복합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구상과 다르게 개발되지 않도록 지침을 정해 공공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실련은 “지침상 최소 규모가 3000㎡이상의 전시장, 1500㎡ 이상의 회의장인데 이는 코엑스의 가장 작은 전시장 7218㎡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막대한 시민재산을 재벌에게 넘기며 얻은 작은 전시장이 MICE산업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해당부지는 강남의 알짜배기 시유지라고 평가받고 있다. 경실련은 “개발 이후 임대료 수입과 민간기업의 개발로 인해 토지 가치가 상승해 서울시 자산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과거 서울시가 매각했던 뚝섬부지, 제2롯데월드 부지, 도곡동 타워팰리스 부지는 이후 가치가 최고 100배까지 상승했는데 이걸 포기하면서까지 매각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서울시는 “상업지역으로 변경할 계획이 없어 개발이익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주변시세대로 공개 매각해 세수를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상업지역이 아니더라도 삼성동은 KTX, GTX, 위례-신사선 등이 지나며 강남 교통의 요지로 시장가격은 오를 예정이고 시세대로 공개 매각하더라도 개발 이후 시세가 오르데 대한 세수 확보는 한계가 있다.

경실련은 공개질의서에서 SH공사를 통한 공영개발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SH 위탁개발은 공유재산법상 가능하나 택지의 개발과 공급, 주택 건설 및 관리 등을 통해 시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복지향상을 목적으로 한다”며 “반면 MICE 지원시설 개발은 많은 노하우와 국제적 네트워크를 갖춘 민간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 개발이득 추정. 서울의료원을 매입하는 기업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차액으로만 3.3㎡당 3천만 원, 총 3,000억 원의 이득을 가져간다. 매각 예상가격의 30%에 해당하는 고수익이다. 매각 추정가는 언론 및 시의회 추정가. 자료=경실련 제공
 

경실련은 이 부지를 주거 난에 처한 시민을 위해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서울시는 “해당 부지의 용도는 준주거지역이나, 공용시설로 보호하고 있어 아파트 등 주거기능을 제한하고 있다”며 “대신 2018년까지 공공임대주택 6만호와 민간임대주택 2만호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서울시가 확정되지도 않은 대규모 개발 계획을 확정인 것처럼 발표해 한전 부지 가격 상승을 유도했고, 주변 지가 상승과 임대료 상승 등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겼다”며 “과거 토지소유주, 정부, 건설업체 등 소수 개발론자들에 의해 밀실에서 수립한 토건정책이 남발돼 왔고 시민들에게 악영향을 끼쳐왔는데 서울시가 이런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서울의료원 부지의 민간 매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경실련은 “이후에도 시장 면담, 공개 토론회 제안 등 매각 철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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