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14일이 광복절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계획이다. 휴일이 늘어나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은 느닷없고 뜬금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사기’와 ‘내수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임시공휴일 지정 이면에는 ‘국정원 해킹의혹’과 ‘메르스 사태에 관한 정부책임’에 대한 침묵이 자리 잡고 있다. 조중동과 지상파는 정부의 ‘물타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모양새다.

임시공휴일 전도사 자처하는 조중동·지상파

조중동은 5일 임시공휴일을 도입한다는 정부 발표를 받아썼다. 이들 신문은 정부가 발표한 ‘1조3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강조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청년대상 철도상품 할인 등 혜택을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침체된 소비 살리기 나서”라고 제목을 뽑기도 했다.

임시공휴일이 제대로 된 공휴일이 되려면 기업의 참여가 중요한데 조중동은 기업의 참여도 긍정적이라도 내다봤다. 동아일보는 삼성과 한화가 유급휴일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다른 대기업들도 대부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지상파 방송 보도도 비슷했다. 지상파3사 모두 지난 4일 저녁 메인뉴스 첫 소식으로 ‘임시공휴일 지정’을 다루며 정부의 발표를 홍보했다. KBS 1꼭지, MBC와 SBS는 2꼭지를 할애해 보도했다. 심학봉 의원 성폭행수사 관련 리포트를 첫 소식으로 보도한 JTBC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광복절 임시공휴일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공기업과 대기업 노동자만 혜택을 볼 뿐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는 평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불과 2주 남겨둔 채 급작스럽게 지정이 추진되는 점도 문제다. KBS는 조중동과 마찬가지로 임시공휴일의 실효성에 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MBC, SBS는 두 번째 리포트 말미에 기업의 참여여부에 따라 정부가 발표한 경제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 조선일보(위)와 동아일보 5일자 기사.
 

2주 앞두고 휴무발표? JTBC만 ‘실효성’진단

문제를 제대로 전달한 방송은 JTBC가 유일했다. JTBC는 “갑작스럽게 결정된 탓에 연휴를 계획적으로 보내기 어렵고, 또 휴가를 다녀온 경우 또다시 깜짝 연휴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겠냐는 지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JTBC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하루만 쉬어도 타격이 큰 서민 사이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임시공휴일에 패키지로 묶어서 발표한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에 관한 지적도 JTBC에서 나왔다. “일각에선 경제살리기 효과보다는 통행료 무료 등으로 세금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5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 발표에 도로공사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노컷뉴스 보도에서 도로공사 관계자는 “고속도로가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 평균 통행료 수입 124억 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적자폭은 더우 커질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지난 4일 오후 JTBC(위)와 MBC의 메인뉴스 리포트 화면 갈무리.
 

김대중 정부 ‘임시공휴일’에는 쌍심지 켰던 조중동

조중동이 임시공휴일 지정 과정에 문제가 없고, 내수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이 김대중 정부 때 지정된 임시공휴일에는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냈다.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조중동은 임시공휴일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다. 동아일보는 2002년 7월5일 사설에서 “임시공휴일과 국민축제로 분위기를 띄웠던 정부가 의도한 것이 바로 이런 ‘놀자판’이란 말인가”라며 “기업인과 근로자들은 신속하게 작업능률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썼다. 앞서 중앙일보는 2002년 6월26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해 “재계는 ‘노는’ 분위기를 지속하자는 것이냐며 비판하고 나섰다”면서 “공휴일 지정은 주5일 근무제와 함께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손병두 당시 전경련 부회장의 발언을 전했다.

   
▲ 2002년 월드컵 임시휴일에 대한 조중동의 보도 표제. 위부터 중앙, 중앙, 동아, 조선.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중앙일보는 칼럼을 통해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휴일을 즐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중앙은 “많은 중소기업들은 휴일을 반납했다”면서 “남들은 노는데 '휴일 출근'용단을 내렸던 직원들은 가족들에게 얼마나 미안했을까”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앙은 “(정부가) ‘효과’는 과대 포장하고, ‘부작용’은 애써 외면하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도 그때는 달랐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임시공휴일 지정이 급작스럽게 추진돼 ‘졸속’이라고 반발했다. 정부의 비리를 덮고 ‘생색내기’를 위한 방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조중동은 당시 여야공방을 기사화하며 한나라당의 주장을 제목으로 뽑았다. 사실상 한나라당의 입장에 비중을 둔 것이다.

중앙일보 <“월드컵 임시 공휴일 왜 청와대가 발표하나”(6월26일)>, 동아일보 <한나라 ‘7월1일 공휴일’ 청와대 발표 “생색내기 아닌가” 비난(6월26일)>, 조선일보 <“월드컵 공휴일 문제 많다”(6월27일)> 등이다. 중앙일보 기사에서 이규택 당시 한나라당 총무는 “대통령 아들 비리를 희석시키려는 음모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후보비서실장은 “공휴일 지정이 기업들에 굉장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휴무제 도입도 우려하더니 임시공휴일은 찬성?

이들 신문의 보도태도는 ‘대체휴무제’ 도입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당시에는 대체휴무제를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대체휴무제’ 도입때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우려한 바 있다. 대체휴무제와 임시공휴일은 주말 휴일을 평일로 앞당긴다는 점에서 사실상 차이가 없다. 중앙일보의 경우 심상복 경제연구소장이 2013년 5월7일 칼럼에서 “휴일이 모자라 소비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한해 2~3일 더 쉰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싶다. 그것보다는 쓸 돈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같은해 4월22일 “대체휴무제를 도입하면 최대 32조 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경총의 입장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2013년 4월13일 만물상에서 대체휴무제의 경제적 손실을 언급한 후 “많은 직장인에게는 휴일 숫자보다 직장안정이 더 절박한 관심사”라며 “어떤 해는 공휴일이 많고 어떤 해는 공휴일이 적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해괴한 논리를 꺼내들기도 했다.

그때와 지금이 무엇이 다르길래 보도태도가 바뀐 것일까. 월드컵 임시휴무때와 비교해 달라진 건 집권정당이다. 대체휴무제때와 비교해 달라진 건 대기업의 태도다.

특히 노동자들의 휴무를 늘릴 때마다 핏대를 세웠던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이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8월15일 경제인사면을 앞두고 정부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무일로 만들어 사면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보수정권 집권기간이고, 광고주인 재벌까지 협조하니 늘 나오던 비판이 홍보로 바뀌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지금껏 비판해오던 잣대 그대로 느닷없고 뜬금없는 이번 임시휴일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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