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떠난 자리에 학교가 들어선다. 그런데 졸속 추진에 위법 논란, 환경파괴 우려까지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에 위치한 미군기지 캠프 캐슬 터에 동양대학교 북서울(동두천) 캠퍼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아직 오염물질 정화작업이 진행 중이고 캠퍼스 신축 공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내년 신입생 모집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동양대 동두천 캠퍼스 일부 이전은 미군이 반환한 공여지에 419억원이 투입된 첫 개발 사업이다. 동양대 수도권 이전준비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양대는 지난 2005년 말 ‘동양대 장기발전계획’을 발표하고 2006년 제2캠퍼스 조성 방안을 이사장에게 보고했고, 2007년 경기도 북부권을 답사해 2009년 제2캠퍼스 조성 추진위원회(TF)를 발족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동두천 캠프 캐슬을 답사한 것은 2011년이었다. 당시 국방부는 미군으로부터 캠프 캐슬 최종적으로 반환을 통지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당시 정부와 미군은 한미간 환경협상에 따라 미2사단이 머물던 캠프 캐슬 부지의 오염정화 비용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었다. 동양대는 이전계획을 계속 밀어붙였다. 

지난 2012년 6월 동양대는 동두천시와 캠퍼스 건립 상생협력의향서(MOU)를 맺으며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고, 지난 2013년 4월 교육부로부터 동양대 이전계획을 승인받았다. 캠프 캐슬 반환은 국방부가 오염정화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올해(2015년) 3월에 와서야 최종 결정됐다. 나흘 뒤 동두천시는 캠프 캐슬 기지 중 약 11만㎡에 동양대 북서울캠퍼스 조성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동양대는 내년 1월까지 캠퍼스 공사를 마치고 내년 3월 북서울캠퍼스 신입생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사실상 동두천 캠퍼스 개교를 확정한 상황이다. 반환 1년 만에 개교할 예정인 것이다.

   
▲ 2016년 3월 개교 예정인 동양대학교 북서울캠퍼스 조감도.
 

동양대이전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동양대가 2016년 3월 개교에 급급해 한국(국방부)이 정화비용을 부담하기로 하는 등 200억원(토양정화 196억원, 정화검증비 4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소파(한미주둔군 지위 협정) 협상 과정에서 외교부가 결정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캠프 캐슬 뿐 아니라 동두천시는 시 면적의 43%가 미군기지다. 그 중 가장 큰 규모의 캠프 케이시가 평택으로 이전을 준비 중이었다가 한국군의 작전능력 부족 탓으로 이전이 무산됐다. 미군이 반환할 공여지 개발을 기대했던 동두천시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지난 5월 MBC 시사매거진2580과 인터뷰에서 “동두천 시장이 국방부 장관을 만나 동두천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고 했다. 이 때문일까? 국방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동두천시에서 그런 입장을 가질 수는 있지만 국방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하거나 공문을 보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오염된 흙 정화기간 적어도 1년

미군으로부터 공여지를 반환받은 이후 오염정화 책임은 국방부에 있다. 동양대 북서울(동두천)캠퍼스 조성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2014년)에 따르면 전체 기지면저의 27.6%인 4만3073㎡가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오염물질을 분석하는 성분 중 하나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의 경우 기준치의 127배가 넘게 검출되기도 했고,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5.7배 초과한 곳도 있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오염이 확인돼 이를 정화하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며 공사시에도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이 우려된다”며 “캠퍼스 조성완료 전에 전량 정화처리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캠프 캐슬이 반환되자 국방부는 환경오염 신고 후 곧바로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국방부는 지난 5월1일 농어촌공사에 위탁해 환경정화사업에 착수했고 지난 5월22일 한국환경수도연구원은 서캐슬 신축본관구역의 정화검증을 완료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와 달리 한국환경수도연구원은 오염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 달이 채 못되게 진행된 한국환경수도연구원의 검사가 ‘날림이 아니었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현재 오염토 정화작업은 2017년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고, 일부 전문가들은 2차에 걸친 정화작업을 거치면 4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경기도 감사총괄담당관실은 의견서를 통해 동·서캐슬의 오염토양을 정화 완료하는 시간이 최소 1년 정도 걸린다고 봤다. 

이 의견서를 통해 경기도는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른 오염토양 정화 이후 건립공사시 개교가 지연되는 등 동양대의 사업포기가 예상돼 오염토를 북캐슬로 옮겨 정화하도록 하자”는 입장을 밝혔고 환경부는 이를 허용했다. 

곳곳에 위법… 감독기관은 나몰라라

캠프 캐슬은 가운데 도로를 두고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 있다. 동캐슬은 미군 시설을 재활용해 강의실, 기숙사, 식당으로 사용할 예정이고, 서캐슬은 본관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현재 정화업체로 선정된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캐슬의 오염토를 북캐슬로 옮겨 흙을 정화작업 중이다.  

‘주한미군공여구역주변지역 등 특별법’(특별법)에 따르면 국방부장관은 해당지역을 처분하기 전에 토양오염을 먼저 제거해야한다. 여기서 동양대 이전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며 오염물질에 대한 위험성과 위법성 논란이 벌어졌다.

   
▲ 경기도 동두천시에 위치한 미군반환공여지 캠프캐슬 지도. 빨간 선으로 표시된 부지(서캐슬, 동캐슬)에 동양대 북서울캠퍼스 이전 공사가 한창이다.
 

현재 서캐슬 지역은 본관지하공사가 진행 중이고 동양대 측은 내년 3월에 신입생을 받을 예정이다. 북캐슬 지역에서는 2017년말까지 오염토 정화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공사가 끝나더라도 2016년과 2017년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 옆에서 오염토 정화사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대책위는 환경부가 토양환경보전법의 취지에 반하는 시행규칙을 통해 오염된 흙에 대한 정화사업을 속행하도록 했다고 주장한다. 토양환경보전법 제15조 3항은 “오염토양을 정화할 때 오염이 발생한 해당 부지에서 정화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오염토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반출)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같은법 시행규칙 제19조(반출정화대상)에서는 특정 조건일 경우 오염토양을 반출해 정화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법에 나온 ‘해당 부지’를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인데 캠프 캐슬 안에서(북캐슬에서) 정화사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반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미군기지 반환 이후에는 오염토 정화를 국방부에서 주관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특별법에 따르면 반환공여구역 처분 전 지상물, 지하매설물, 위험물, 토양오염 등을 제거해야 할 책임자는 국방부 장관이다. 

토양환경보전법 위반은 정화사업 입찰 과정에서도 있었다. 지난 3월 26일 농어촌공사는 입찰계약서에 토양환경보전법에서 금지한 ‘오염토 반출’을 포함했다가 입찰을 돌연 취소했다. 입찰 내용과 기준도 세 차례나 변경되면서 ‘누더기 입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재입찰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이 선정돼 현재 정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화업계에서는 400억이상 비용이 들것으로 예상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146억원에 낙찰돼 “정화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동양대 북서울캠퍼스 이전 공사 현장.
 

환경부의 해명처럼 북캐슬로 오염토를 옮긴 것을 반출로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법성 논란은 남는다. 특별법은 12조 5항에서 “국방부장관은 반환공여구역을 징발해제 또는 양여, 매각 등 처분하기 전에 지상물, 지하 매설물, 위험물, 토양 오염 등을 제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대로라면 미군이 쓰던 건물을 다 철거한 뒤 오염토를 제거한 뒤에 동양대 측이 사업을 시작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동양대는 미군이 사용하던 건물을 수리해 학교 시설로 이용할 계획이다.      

수도권 이전이 필요한 지방사립대 

2023년엔 대학 정원 중 미달 인원이 16만명에 이를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학 세 곳 중 한 곳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는 지방대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의 절반을 못 채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동양대의 경우도 2년 연속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경쟁률이 없는 셈이지만 수도권으로 이전하면 경쟁률이 생겨 정원은 안정적으로 채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내 미군 공여지 등으로 이전 또는 분교를 추진 중인 지방대학은 동양대 뿐 아니라 세명대(하남 캠프 콜번), 대전광역시 중구 을지대(의정부 캠프 에세이욘), 경북 경산시 대경대(남양주), 전남 광양시 광양보건대(파주)와 한려대(파주) 등 여러 곳이다.

현재 동양대 캠퍼스 이전 사업시행자는 현암학원(동양대)이다. 국유재산법 18조에 따르면 국가 외의 자는 국유재산에 건물, 교량 등 구조물과 영구시설물을 축조할 수 없다. 대책위는 동양대 이전 사업에 국유재산법 위반 혐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양대 재학생과 대책위는 지난달 7일 동두천시장을 상대로 ‘동두천 캠퍼스 조성사업의 시행승인처분 무효확인소송’(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대책위는 동양대 총장, 국방부 장관, 동두천 시장 등 관련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대책위는 지난 5월 감사원에 관계 기관에 대한 캠퍼스 공사 불법 사항을 조사해달라고 국민 감사를 청구했다. 

대책위는 수차례 공사를 중지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관계 기관들은 책임을 떠넘기며 이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동양대가 위치한 영주시민 700여명이 환경부를 방문하자 현장조사 후 환경부는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 신입생 모집을 목표로 지난 6월3일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동양대 관계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환경오염에 관한 문제는 국방부가 주체”라며 “학교는 법과 절차를 어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에서 치유한 깨끗한 땅을 돌려받는 것”이라며 “반대대책위의 말만 들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개발을 통해 지역발전 꾀하는 동두천시 

이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업을 승인한 곳은 동두천시다. 동두천시는 동양대 이전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오세창 동두천시장은 지난달 말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동양대 캠퍼스 조성은 단순한 대학 유치만이 목적이 아니라 낙후된 미군기지 주변을 지역발전의 전환점으로 삼는 기초이자 목표“라며 개발 의지를 밝혔다. 

동두천시는 현재 미군기지 이전문제로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최근 동두천시에 위치한 캠프 케이시가 평택으로 이전하려다 무산됐다. 시 입장에서는 10년 가까이 방치된 캠프 캐슬 공여지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동양대 이전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동두천시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무리하게 (이전을) 추진한다기보다 지금 신축하는 부지(서캐슬지역)은 오염토가 없다고 한국환경수도연구원을 통해 검증됐고, 단계별로 쪼개서 오염토를 정화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동두천 개발은 국가적인 사업에 가깝다. 이미 지난 2012년 2월 국무총리실에 동두천TF 실무회의가 열렸고, 같은해 9월에는 국무총리실과 경기도청, 동두천시가 실무협의를 갖기도 했다. 

지난 6월 25일에는 국무조정실이 나서 동두천시 지원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관계부처 조정회의가 열렸다. 동두천시 반환공여지를 정부가 나서서 개발해야하며 기반시설 사업 등에 정부가 지원해야한다는 내용이 논의됐다. 정부는 캠프 캐슬의 동양대 이전사업과 캠프 님블의 322가구 군 관사 건립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피해자는 학생들

결국 지역을 개발해야 하는 동두천시, 반환받은 터를 계속 빈 공간으로 남겨둘 수 없는 국방부, 반환 이후에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환경부, 오염물질을 먼저 제거하는 조건으로 이전을 승인한 교육부, 지속적으로 정원 미달 사태에 시달려 빨리 수도권 캠퍼스를 확보해야 하는 동양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미군기지 반환공여지에 동양대 이전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동양대는 9월까지 건물 하부 오염토 정화 및 검증을 완료하고 내년 1월까지 서캐슬에 신축본관 공사를 완공할 예정이다. 동양대 북서울캠퍼스는 동양대 학부 1600명, 대학원생 148명, 교직원 100명 등 1850여명이 이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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