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3번째 이사 연임을 금지하는 등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인사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여당 상임위원들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위원들은 ‘인사원칙’을 세우지 않을 경우 이사 선임 ‘보이콧’까지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은 29일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3기 방통위 인사원칙’으로서 상임위원들과 인선협의를 통한 기본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으로 정해진 자격기준, 결격 사유 외에도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31일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해 KBS, MBC 대주주 방문진의 이사 선임을 의결할 계획이다.

인사원칙에 관해 고삼석 위원은 “MBC의 경우 노사대립이 심각하고, 안팎을 둘러싼 이념적 대립까지 있다”면서 “이사회인 방문진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갈등이 더욱 심해진 것 같다. 두 공영방송 이사회는 갈등을 원활히 조정하도록 합리성과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이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여당 추천 김원배·차기환 이사, KBS 이인호 이사장. 모두 차기 공영방송 이사에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이사들이다. 사진=연합뉴스, 미디어오늘
 

두 위원은 특히 공영방송 이사의 ‘3번째 연임’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위원은 “특정인의 이사 3번째 연임(9년)은 전례가 없을뿐더러 이사직 독점으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해치고, 정치권과 유착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차기환 방문진 이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KBS 이사 후보로 알려진 차기환 방문진 이사는 방문진 이사를 2회(8~9기) 역임해 이번에도 선임되면 공영방송 이사로만 3번째 연임을 하게 된다.

두 위원은 또 ‘정파적 나눠먹기 인선’에 반대했다. 김재홍·고삼석 위원은 “여야 추천비율이 관행화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령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적임자 인선이라는 인사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방통위원 간 협의를 통해 최선의 적임자가 인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 이사회 7(정부여당):4(야당), MBC 대주주 방문진 6(정부여당):3(야당)으로 비율을 나누지 말고 후보 중에서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또 “공영방송의 공적책임, 공공성 및 공정성 구현의 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면서 “공영방송 내부 및 외부에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 편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현저하게 해치는 행동이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을 이사로 선임하거나 연임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야당추천 위원들은 인사원칙 마련을 위한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여당 위원들이 끝내 거부할 경우 표결에 불참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고삼석 위원은 “여당 위원들은 우리의 요구에 대해 일절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깜깜이 인사를 하자는 것인데, 추천권과 임명권이 방통위에 있다. 절차가 안 지켜지고 원칙이 없이 인사가 될 경우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재홍 위원은 “파행을 빚는 건 책임있는 정책기구로서 해서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향후 3년간 우리 공영방송을 이끌 이사진 구성 절차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사 선임 일정을 미뤄가면서 압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위원은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알려진 일부 이사명단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재홍 위원은 “시민단체들이 추천한 공추위 이사들 중 일부가 확정자처럼 알려졌는데 사실무근이다. 본격적인 인선협의는 오늘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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