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해명이 의혹을 키우고 있다. 국정원 해명에 따르면 전문기술자에 불과하다던 국정원 직원 임아무개 과장이 이번 해킹 사건의 책임자로 며칠 사이에 변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국정원 해명에 대한 의혹에 대해 비중 있게 다뤘다. 

다른 신문들은 롯데 그룹 집안싸움을 더 크게 보도했다. 롯데그룹 경영권을 완전하게 승계 받은 줄 알았던 차남(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몰아내기 위해 장남(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 창업주)를 앞세우다 수포로 돌아간 사건이다. 

다음은 29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롯데 ‘왕자의 난’…신격호 강제 퇴진>
국민일보 <메르스 69일 공포…극복…>
동아일보 <아시아문화전당 ‘예고된 재앙’>
서울신문 <롯데판 ‘왕자의 난’>
세계일보 <‘메르스 악몽’ 끝…경제 활력 되찾는다>
조선일보 <건당 50원…당신의 진료정보가 샌다>
중앙일보 <롯데 ‘형제 충돌’…신격호 회장 퇴진>
한겨레 <임씨 숨져 전모를 알 수 없다? 해킹 관여 최소 4명 더 있다>
한국일보 <배려심 어디 갔나…‘갈등 대한민국’>

앞뒤 안 맞는 국정원 해명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운용한 것에 대해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고 해명하며 일방적으로 ‘믿어 달라’고 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임 과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 29일자 경향신문 4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여러 의문점을 문제제기 했다. 국정원은 ‘기술자’에 불과한 임 과장이 모든 일을 주도했다고 하면서 “임 과장이 사망해 상당부분 알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국정원이 사무관(5급) 한명에게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일을 모두 맡겼다는 설명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임 과장은 파일을 삭제하기 위해서 국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임 과장이 혼자 한 일이라면 권한도 없는 임 과장이 혼자 삭제를 했거나 국정원 ‘윗선’이 개입해 삭제를 방조한 것이 된다. 국정원은 “업무용 컴퓨터를 이용해 승인 없이 자체적으로 자료 접근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더구나 임 과장은 지난 4월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상황이었다. 

경향신문은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원내대변인이 제기한 의혹도 전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국정원이 100% 복원했다고 밝힌 해킹자료 중 “국내 실험용 31건이 누구를, 어떤 목적으로 왜 해킹하려 했는지 납득이 가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지난 14일 “RCS를 국내에서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겨레는 한 야당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실험용 31건이 국정원 내부 직원 감찰용일지도 모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물론 이 역시 불법이다. 

   
▲ 29일자 한겨레 1면
 

또한 한겨레는 “해킹팀 유출 자료에서 드러난 SKT IP주소 3개도 민간인 사찰 의혹을 증폭시킨 유력한 단서”라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27일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 소유 스마트폰으로 실험용으로 썼던 IP들“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겨레는 ”국정원은 해킹팀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해킹 대상이 ’실제 타깃‘이라고 했다“며 대조를 이룬다고 보도했다.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임 과장은 삭제(delete)키를 이용해 100% 복구 가능한 파일을 삭제하고 숨진 것이다. 민간인 사찰은 없었고, 파일은 모두 문제가 없는 대북·대테러용이거나 실험용이다. 임 과장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명백하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의 실마리는 임 과장과 함께 이탈리아 해킹팀과 접촉했던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에게 있다. 한겨레는 “해킹팀 유출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RCS 도입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이 적어도 5명에 이른다”고 했고, 국정원과 해킹팀을 중개했던 나나테크 허손구 대표도 “이 일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은 5명 안팎”이라고 밝혔다.   

1면은 롯데그룹의 ‘왕자의 난’

28일 아침신문의 1면은 모두 롯데그룹의 ‘왕자의 난’이었다. 28일 일본 롯데홀딩스는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격호 대표이사(아버지)를 전격 해임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대신 신동빈 회장(차남)이 롯데홀딩스를 경영하게 됐다. 

하루 전인 27일 오후 신격호 회장은 신동빈 한국 롯데 회장(차남)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전격 해임했다. 그러나 해임된 이들은 28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신격호 회장의 결정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부당 결정이라고 규정하고 거꾸로 신격호 회장을 해임한 것이다. 

다수 신문은 일단 동생이 ‘형의 반란’을 진압했지만 경영권 후계구도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그룹이 한국과 일본에 계열사가 흩어져있고 이를 틀어쥐기 위한 지주회사 지분을 형제가 엇비슷하기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29일자 경향신문 1면.
 

신동빈 회장(차남) 입장에서는 승계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일본 롯데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위해 ‘광윤사’와 이 회사가 대주주로 있는 일본 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의 지분 27.6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재 광윤사 지분은 형제가 29%씩 가지고 있으면 신격호 회장(아버지)가 3%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국면은 신동빈 회장에게 유리하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격회 회장으로부터 형제에게 넘어간 지분 중 미세하지만 신동빈 회장의 지분이 더 많으며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롯데홀딩스 우리 사주 12%도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들(차남)이 아버지를 밀어낸 상황이기 때문에 후폭풍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중앙일보는 아버지 신격호 회장과 그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장남)에게 몰아주고 신동빈 회장(차남)을 퇴진시키는 이사회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신영자 이사장(장녀)는 절대적으로 신격호 회장(아버지)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 것이며 이번 승계 과정에 크진 않지만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 29일자 동아일보 3면.
 

신격호 건강이상설까지 

일부 언론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행보를 두고 판단력이 흐려질 만큼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차남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것으로 보였는데 이번에 장남 편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신격호 회장이 주요 결정을 번복하고 나서자 노화로 인해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를 모시고 무리하게 일본행을 감행한 것도 건강상태가 배경이 됐을 가능성”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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