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공영방송사의 차기 이사회 구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로 뽑힐 이사회의 임기는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정권 차원의 ‘낙하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차기 이사(각각 11명, 9명) 선임안을 오는 31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계획이다.

KBS 안팎에서는 현 KBS 이사장인 뉴라이트 계열 이인호 이사장의 연임이 확실시 되고 있다. 뉴라이트 역사학자인 이 이사장은 이사회 내에서 최고령(한국 나이 80세)으로 연임에 성공할 경우 이사장직 연임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 이사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단의 방미 일정과 겹치는 지난 23일 미국을 방문했다. KBS 관계자는 “이사 선임 과정에 여당 대표와 미국에 함께 갔다는 사실은 비교적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재임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 왼쪽부터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여당 추천 김원배·차기환 이사, KBS 이인호 이사장
 

그 외 여당 추천 이사 6명 중 2~3명은 차기 이사 공모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연임 가능성을 점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극우 인사로 알려진 차기환 방문진 이사가 차기 KBS 이사 공모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이인호 이사장을 비롯한 뉴라이트 계열의 KBS 이사회 장악도 우려된다.

야당 추천 이사의 경우 △전영일 민주언론시민연합 부이사장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권태선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대표이사 △장주영 변호사 등 4명이 거론되고 있다.

MBC 사장 임면권을 갖는 방문진은 기존 이사의 연임 여부가 주목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수장학회 출신 김원배 이사(여당 추천)를 차기 이사장으로 거론하고 있다. 목원대 총장 시절 수목 불법 매각 의혹을 받던 김 이사는 지난 24일 불기소 처분(혐의 없음)을 받았다. 지난 2013년 보궐 이사에 임명될 때도 검찰이 10억 원대 교비 횡령 혐의를 무마해 이번 검찰의 불기소 처분도 방문진 연임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동·박천일 등 기존 여당 추천 이사들도 방통위에 지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 공안검사 출신 고영주 감사를 제외하면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힌 상태는 아니다.

차기 공영방송 이사진은 각 방송사의 차기 사장 추천권을 갖는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이사 선임을 둘러싼 언론계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방송을 장악하려는 여당과 이를 막으려는 야당의 ‘창과 방패’ 대리전이 각 방송사 이사회에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 공영방송 관계자는 “여당 추천 이사진 규모가 발표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도 미지수”라며 “일각에서는 이사추천을 여당이 아니라 청와대에서 직접 관장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고 귀띔했다. 중요한 시점인 만큼 청와대가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야당은 여성, 노동 등 ‘여론다양성’보다는 ‘전투력’이 강한 인물을 전진배치 할 모양새다. 방통위 야당 추천 김재홍 상임위원은 지난 16일 열린 공영방송 이사선임 관련 세미나에서 “여당 이사보다 수가 적은 야당 이사의 경우 공영방송에 관한 철저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면서 “다른 능력보다 논쟁을 하는 능력과 언론분야에 관한 실무 능력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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