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청년실업을 걱정하고 있다. 꽤 오래된 청년실업 문제가 갑자기 신문 1면을 장식하게 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동아일보 토요판 1면 머리기사제목은 <“대기업이 청년채용 적극 나서달라”>였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찬자리에서 재계 총수 17명에게 부탁한 핵심 내용이었다. 

24일 석간 문화일보 기사 제목을 보면 이날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간의 이해관계가 요약된다. <朴 “경제활성화 적극 투자” 요청…재계 “규제완화” 건의>, <“기업인 사면받으면 사회에 보답할 것”> 박 대통령은 재계에 투자와 청년 채용을 부탁했고, 재계는 박 대통령에게 재벌 총수 사면과 규제완화를 부탁했다. 

   
▲ 25일자 동아일보 1면.
 

재계 입장에서는 ‘재벌 총수 사면’과 ‘규제완화’가 자신들의 기업 경영에 직접적 수혜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별다른 해석은 필요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왜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이같은 행보를 보일까? 

박 대통령은 장·단기적으로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고 총선을 치밀하게 대비하고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몰아낸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혼란스러운 여권 내부를 정리하기 위해 박 대통령은 이미 보름 전에 기업인 8·15사면을 언급했다. 사면 대상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 ‘물타기’ 그리고 민생에 힘쓰는 이미지 만들기라는 분석이 있었다. (관련기사 : 8·15 특사 슬쩍 흘리니 언론이 앞장서 바람몰이)

다음 과제는 노동개혁이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4대개혁과제 중 노동개혁이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쉬우며, 고임금 장년층의 이기심을 자제시키고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프레임은 자신이 승리했던 대선에서 먹혔던 ‘세대갈등’을 부추기고 ‘노노갈등’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세대갈등에서 장년·노년층, 노노갈등에서는 조직화되지 않은 저임금 노동자는 다수를 차지하고 동시에 보수진영의 표밭이다. 

재벌총수를 사면하고 기업에 각종 규제를 완화한다고 경제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비슷한 정책을 펴왔던 이명박 정부 시절 드러났다. 경기침체의 핑계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경기침체의 현상 중 하나인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면 마치 경제전반이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지난 24일(금요일) 박 대통령이 “대기업이 청년채용에 나서달라”고 하자 27일(월요일) 신문들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7일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 <‘규제혁파-성장복원’ 기회 1년 남았다>에서 “총선 앞둬 경제 살릴 시간이 부족하다”며 “성장프레임으로 후반기 정책을 짜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27일 1면 <청년고용 2016~2020 빙하기>라는 기사를 통해 청년실업의 심각함을 부각시켰다. 이 신문의 ‘청년고용, 빙하기가 온다’시리즈는 5회 연재 예정이다. 한국일보 기사는 현재 20대의 인구 구성, 경제 구조적인 원인, 한국 노동시장의 특성, 교육제도의 문제 등 청년실업의 여러 원인을 짚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청년실업문제해결이 민생 살리기의 전부인 것처럼 포장하는 가운데 이런 기사는 현재 청년채용을 언급하는 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을 ‘해결사’로 보이는 효과를 주며 실제 그들이 챙기려는 이득인 총수사면과 규제완화에 면죄부를 주게 된다. 

   
▲ 28일자 한국일보 4면
 

28일자 한국일보 4면에 실린 <젊은층에 질시받는 중장년 샐러리맨 “회사 나가면 절벽인데 양보하라니…”>를 보면 이 신문의 기사도 박 대통령과 재계가 깔아놓은 ‘세대갈등’, ‘노노갈등’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해당 기사는 청년층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부모세대 일자리가 자녀세대 일자리와 겹친다”고 답한 청년층이 53.4%에 달한다고 보도했고, 한 40대 과장이 “양보는커녕 당장 내 앞가림도 버겁다”는 발언을 전했다. 

수많은 신문이 앵무새같이 권력자의 얘기를 보강하는 중이다. 23일 내일신문은 <청년고용 절벽, 해법은 없는가>라는 칼럼에서 “헛바퀴 돌고 있는 노동개혁을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28일 조선일보는 <대기업이 청년 교육…‘SK직업학교’ ‘LG학과’ 생긴다>를 통해 박 대통령의 4대개혁 중 하나인 교육개혁을 기업 친화적으로 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구성했다.  

   
▲ 28일자 조선일보 5면.
 

정부와 기업은 뭘 할 것인가? 정부가 늘리겠다고 발표한 청년 일자리 20만개 중 인턴·기간제 일자리가 3분의2가 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규제 풀어달라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28일자 동아일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수도권 규제, 서비스업 규제 등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 “성장을 막는 규제를 혁파해야 하며 박 대통령이 규제 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은 체감하지 못 한다”고 보도했다. 청년실업은 권력에 이용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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