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로드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중 2위이지만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나날이 열악해지고 있다. 케이블업계가 IPTV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티브로드는 ‘합병’과 ‘상장’을 통해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기순이익’을 올리기 위해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등은 지난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티브로드 케이블방송 상장추진의 의미와 유료방송 정상화 및 공익성 강화방안’ 토론회를 열고 티브로드 상장을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티브로드가 합병을 마무리 짓고 상장을 하는 과정에서 당기순이익이 영향을 미친다”면서 “당기순이익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수수료를 깎으며 쥐어짜고 있다. 그래서 티브로드는 돈을 더 많이 벌지만 근로여건은 열악해진다. 이런 합병과 상장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티브로드의 영업이익은 1574억 원, 당기순이익은 1068억 원을 기록했다. 케이블업계의 위기 속에서도 2013년 당기순이익인 900억 원보다도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경쟁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당기순이익은 260억 원, 씨앤앰의 당기순이익은 390억 원에 불과했다.

   
▲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등은 지난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티브로드 케이블방송 상장추진의 의미와 유료방송 정상화 및 공익성 강화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티브로드홀딩스는 지난 6월30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티브로드한빛방송, 큐릭스홀딩스, 티브로드 강북방송, 티브로드서해방송 등 4개 SO에 대한 합병 심사 건의 최종승인을 받았다. 티브로드홀딩스는 오는 9월 합병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업 상장은 늦어도 2016년 초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티브로드가 합병과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케이블업계가 IPTV에 시장을 뺏기는 상황과 관련 있다는 지적이다. 최진봉 교수는 “케이블방송이 결합상품을 무기로 내세운 IPTV와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라며 “자생적으로 케이블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이 없고, 홈쇼핑에서 받는 송출수수료로 연명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은 티브로드가 계열사를 합병하고 상장하려고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티브로드와 협력사들로 구성된 협력사협의회, 희망연대노조의 3자 협의체는 재하도급 금지와 상생지원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상생협약’을 맺었지만 재하도급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외려 수수료 삭감을 통해 사실상의 임금삭감이 이어지고 있다.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낮은 수수료 외에도 영업목표 강제, 도급 양산 등으로 노동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 김승호 희망연대 티브로드 비정규직 지부 사무국장은 “영업목표치를 강제적으로 정해놓고 있다. 목표치를 지켜야 하니 지인과 가족들에게까지 티브로드 가입을 권유하게 되고, 이용료를 스스로 부담해야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 2013년 티브로드 협력업체 노동자 전면파업 당시 선전전 모습. 사진 = 이하늬기자
 

무리한 영업목표치 설정은 ‘가짜 가입자 양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승호 사무국장은 “지금은 정리가 되고 있지만 티브로드는 전산상으로만 등록된 허수 가입자가 많았다”면서 “‘오늘은 어느 호수에다 아파트를 짓고 왔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소속 정직원마저 도급으로 바꾸는 추세다. 김승호 사무국장은 “협력업체 내에서도 티브로드는 기술센터, 고객영업센터가 있다. 부산의 한 센터는 도급 직원 20명에 정직원 10명이 있었는데, 최근 센터는 정직원 10명도 도급으로 돌려버렸다”고 말했다.

규제감독기관과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최진봉 교수는 “미래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미래부는 돈 버는 것만 좋아하는 거 같다”면서 “그런 사람들한테 케이블방송 정책을 마련하는 자격을 준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방송환경이 대기업자본, 통신자본이 지배 당하는 환경으로 변해간다. 시장 나눠먹기식 법안들이 꾸준히 통과 되는데  정작 내부 불공정행위를 개선하는 법안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들은 케이블방송의 ‘공영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방송 자체가 공적 역할이 있지만 케이블방송은 가입률이 높고, 지역과 연계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분권화되는 세상에서 지역방송의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케이블방송은 우리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일상적으로 우리 동네 이야기가 뉴스로 나오고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이 채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설치기사의 노동여건 문제는 노동의 문제일 뿐 아니라 지역 시청자들의 서비스 질의 문제, 시청자 권익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공영방송’ 운동이 ‘지상파’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전규찬 대표는 “지상파는 미디어공공성이라는 언어를 독점하지만 제 역할을 다 하지 않고 있으며 케이블이나 IPTV의 설치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면서 “바로 그런 틈에서 자본과 권력이 횡포를 부리고 있고, 씨앤앰이나 LG유플러스, KT와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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