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프로그램을 통한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임아무개 직원이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돌연 보수단체에서 서울시내 한 복판에 ‘순국’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분향소를 차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 동아일보사 건물 정문 바로 앞 공원에는 ‘謹弔 순국 국정원 임모직원 추모 분향소’라는 검은 색 현수막이 펼쳐진 채 태극기와 얼굴 없는 영정사진이 놓여져 있었다. 국화 뭉치도 옆에 설치돼 있었다. 이 현수막에는 ‘대한민국 국민 일동’이라는 명의가 씌어져 있기도 했다.

해킹 프로그램 구매와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임씨 본인이 지나친 업무 욕심이 부른 사태라며 반성문 같은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다고 경찰이 발표했는데도 이들은 임씨의 죽음을 순국이라고 평가하면서 분향소까지 차린 것이다.

이 같은 분향소 설치를 한 이들에 대해 현장을 지키고 있던 김종철(71·푸른한국 회원)씨는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자유청년연합과 푸른한국 두군데 단체에서 주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청년연합과 푸른한국 회원들이 지난 21일부터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 설치한 국정원 직원 임씨에 대한 분향소. 사진=조현호 기자
 
   
자유청년연합과 푸른한국 회원들이 지난 21일부터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 설치한 국정원 직원 임씨에 대한 분향소. 사진=조현호 기자
 

김씨는 분향소 설치 배경에 대해 “임씨가 나라를 위해 (해킹 등을) 한 일인데 죽음까지 간 것은 내 자식같은 입장에서 볼 때 안됐다”며 “(국정원 직원이 해킹과 같은) 조사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안타까워 분향소를 차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왜 순국이라는 표현을 썼는지에 대해 김씨는 “그것은 내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하고 나는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주최가 두 단체인데 왜 ‘대한민국 국민 일동’이라는 표현을 썼는지에 대해 김씨는 “주최측 대표가 어떻게 생각하고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분향소는 20일 오후 5시부터 시작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분향에 참석한 이들은 주로 일부의 노년층이었으며 젊은이들은 냉담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젊은 층은 없고, 나이 많은 분이 많이 참석했으며, 그들 가운데 일부는 너무 조촐한 것 아니냐고 하기도 했다”며 “오늘 오후부터 내가 와 있었는데 분향 참가한 이들은 10여 명 정도 됐다”고 말했다.

임씨의 죽음과 무관하게 국민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은 국정원 직원의 죽음을 순국이라 평가하며 분향하는 것이 불쾌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에 대해 김씨는 “옛날 중앙정보부 때와 다르게 지금 국정원이 왜 이렇게 힘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유청년연합과 푸른한국 회원들이 지난 21일부터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 설치한 국정원 직원 임씨에 대한 분향소. 사진=조현호 기자
 

많은 일반인들의 싸늘한 시선에 대해 김씨는 “젊은이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눈치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아무리 보수단체여도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을 너무 편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씨는 “그렇겠지, 그 사람들 생각은 그럴 것”이라며 “하지만 나라가 똑바로 설 수 있도록 (우리는) 참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초 이 분향소는 삼오제까지 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밤까지만 하기로 변경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그렇게 변경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자꾸 국정원 편든다는 말이 나오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길게 끌고 가봐야 여론이 좋은 것 같지 않은 것 같기도 해서 그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자유청년연합과 푸른한국 회원들이 지난 21일부터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 설치한 국정원 직원 임씨에 대한 분향소. 사진=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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