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을 통해 민간인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국내 언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외신도 국정원에 대해 비슷한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국정원 직원 일동 성명에서 “자국의 정보기관을 나쁜 기관으로 매도하기 위해 매일 근거 없는 의혹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며 “드러난 사실은 댓글사건이 있었던 해인 2012년 국정원이 이를 구입했다는 사실 밖에 없고 나머지는 모두 그럴 것이라는 추측성 의혹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신에서도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구입과 국내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 교도통신은 <한국 정보기관이 도청 프로그램을 구입, 민간인의 SNS를 훔쳐 보았다는 의심을 받았다>는 기사에서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국정원은 북한과의 사이버 전쟁에 활용하기 위해, 기술을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한국에 보급되어 있는 회원제 교류 사이트(SNS)의 내용을 훔쳐 볼 수 있는 기능이 가능하도록 기업에 요청한 흔적이 있다”며 “시민의 채팅이나 이메일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와 정치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이탈리아 스파이웨어 판매 업체 '해킹팀'의 홍보화면
 

외신이 국정원에 이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혐의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외신들이 국정원 직원의 자살 소식을 전하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 개입 혐의 소식을 함께 전했다. 해외에서도 국정원의 이번 해킹 프로그램 구입이 국내 정치에 개입했던 2012년의 사건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뉴욕타임스는 19일 국정원 직원 자살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2012년 대선에서 전직 (원세훈) 국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상대 후보에 대해 비밀 온라인 비방 캠페인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도 같은날 같은 내용의 기사에서 “1980년대 이전 한국의 정보기관이 납치와 살인사건과 관련돼 추악한 평판을 받아왔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법원에서 대선 개입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고등법원에 파기환송한 사실을 함께 전했다. 

   
▲ 지난 2월 국정원 대선개입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법정에 출두하고 있는 모습. ⓒ노컷뉴스
 

국정원이 2012년 이전에 한 사실에 대해서 보도한 외신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4일 <한국 국정원, 카카오톡 해킹하려 기술 강구>에서 카카오톡을 해킹하려던 정황을 보도하며 국정원이 과거에도 불법 도청한 전과가 있다며 이번 사건에 무게감 있는 보도를 내놨다.

뉴욕타임스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연이어 국정원을 이끈 두 명의 전직 국정원장들은 1800명의 한국 정치, 기업 그리고 언론계 주요 인사들의 모바일 폰 대화를 감시한 것에 대해 유죄로 판결되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며 “올 초 또 다른 전직 국정원장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당 후보이자 현 대통령인 박근혜를 지원하기 위해 불법 온라인 캠페인을 지시한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며 징역 3년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야후 뉴스도 19일 “(당시) 두 국정원장이 1800여명의 한국 정치, 기업 그리고 언론계 주요 인사들의 모바일 폰 대화를 감시한 혐의”라고 보도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국정원장은 임동원(제24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정원장은 신건(제25대)이다. 2005년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이 조직 내에 별도의 감청팀을 설치 운영했으며, 불법감청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국내담당 차장 김은성 씨에게 보고하고 당시 임동원, 신건 국정원장도 김 씨를 통해 보고를 받았다. 

당시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감청은 주로 1996년 자체 제작한 유선중계 통신망을 이용한 감청장비(R2)를 통해 이뤄졌으며 매일 10건 이상의 내국인 간 휴대전화 통화를 감청했다”고 했다. 

현재 전현직 국정원장은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한 민간인 사찰 의혹에 아는 바 없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중이다. 반면 해킹팀 도감청 프로그램 파문으로 키프러스 정보국(Cyprus Intelligence Services: KYP)의 앤드레아스 펜타라스 국장은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법망을 벗어나 관심 인물을 감시한 혐의로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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