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달 27일 첫차부터 서울시내 버스요금을 1050원에서 1200원으로 올렸다. 요금 인상에 반대했던 버스 노동자들이 있다. 요금을 인상하기 전에 버스준공영제의 여러 문제점부터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하며 노숙 농성을 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지부(지부장 박상길) 270여명이다. 

이들은 지난 4월21일부터 서울시청 별관 앞에 천막을 쳤다. 버스 요금이 오른 지난달 27일은 농성을 시작한지 68일째 되는 날이었다. 서울시내버스 노동자는 1만7000여명인데 그 중 1만6000명 이상이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노련) 소속이다. 임금 교섭권도 자노련이 가지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 농성은 임금인상과 무관하다.   

현재 서울시를 비롯해 6개 광역시는 버스 준공영제(수입금관리형)를 실시하고 있다. 준공영제 실시 이전에 서울시 버스운영은 순수민영이었다. 2004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모든 운영비용을 서울시가 보전해주는 버스준공영제로 전환하면서 버스중앙차로, 대중교통 환승제도를 함께 시행했다. 

준공영제로 전환하기 위해 서울시는 민간 버스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노선조정권’과 ‘배차권’을 위탁받았다. ‘노선소유건’은 여전히 버스회사가 가지고 있다. 회사는 ‘일반면허’를 받아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노선을 영구적으로 소유하게 된다. 

사회공공연구원 이영수 연구위원은 “일반면허로 노선소유가 사유화돼 있어 상속도 가능하고 노선을 사고팔기도 한다”며 “버스는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민영운영을 하더라도 면허를 갱신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렇게 영구적으로 운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면허체계가 후진적이라는 지적이다.
   

   
▲ 현재 서울시를 비롯해 6개 광역시는 버스준공영제(수입금관리형)를 실시하고 있다. 2004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모든 운영비용을 서울시가 보전해주는 조건으로 버스준공영제, 버스중앙차로, 대중교통 환승제도를 함께 시행했다. 사진=민중의 소리 제공
 

준공영제로 전환하면서 버스 회사에게 주는 재정지원금은 크게 늘어났다. 한국자치경제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준공영제를 시작하기 전인 2003년과 2004년 지원금은 각각 1077억 원, 807억 원이었지만 2005년 2230억 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2012년에는 2654억 원까지 늘었다. 

2013년 기준으로 서울시에서 버스를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1조5400억 원인데 이중 수입은 1조2598억 원이다. 적자액이 약 2800억 원이다. 서울시는 버스 사업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것을 이유로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16일 서울시는 서울시의회에 요금인상안을 상정했고,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지하철 200원, 버스 150원 요금 인상을 강행했다. 

서울시는 실질적으로 매년 3000억원 가까운 예산을 지원하고 요금 결정권한까지 가지고 있지만 버스 사업주들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월 감사원은 ‘교통관련보조금 집행실태’를 통해 서울시를 비롯해 부산, 대구 등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곳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서울시의 재정 지원과 관리·감독에 대해 총 4가지를 지적했고, 최소 343억5000만원의 재정이 버스회사들에 부당하게 지원되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감사원은 시내버스준공영제에서 적정이윤을 높게 보장해 서울시 지원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는 당해 연도 총 운송수입의 3.86%를 적정이윤으로 산정하고 운행되고 있는 차량 뿐 아니라 예비차량에도 동일한 적정이윤을 지급하고 있다. 감사원이 산정한 기준에 따르면 2013년의 경우 적정한 지원금은 286억원(1일 대당 1만685원)이지만 서울시는 이보다 201억원 많은 487억원(1일 대당 1만7836원)을 지원했다. 

감사원은 버스준공영제 재정지원 보조금 정산도 적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표준원가에 따른 운송비용 정산지침’에 따라 인건비 등 항목별 표준원가를 운행실적에 따라 지급한다. 1일 1대당 운행에 필요한 금액을 정해 일정액을 지급하고 남거나 부족한 금액을 회사의 손익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이를 표준정산 방식이라고 한다.

2004년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할 때 서울시와 버스업체들이 각각 용역을 맡겨 나온 결과를 협상해 ‘표준원가’를 정했고 이를 기준으로 해마다 재조정하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원 이영수 연구위원은 “문제는 표준원가를 사업주랑 협의해서 정한다는 점”이라며 “사업주의 이익과 결부되는 문제니 사업자를 배제하고 서울시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병윤 옛 통합진보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2014년 서울시와 버스운송사업조합은 표준원가 관련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물론 같은 기간 표준원가 감사 및 관련 보고서 자료도 없었다. 

감사원은 여러 항목 중 차량보험료를 문제 삼았다. 교통사고 건수에 따른 차량보험료의 경우 각종 제도와 교통 환경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서울시가 신뢰할만한 검증 없이 해당 차액을 매년 버스업체의 이득으로 인정해주는 것에 대해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서울시가 60억원을 버스업체에 과다하게 지출했다고 밝혔다. 

   
▲ 지난 4월부터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 소속 버스노동자들이 버스준공영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감사원은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한도를 정하고 한도 내에서 실비로 정산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지원금 전용도 문제다. 서울시는 일단 지원금을 보내면 지원금 사용은 회사 재량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013년 서울시 버스준공영제 보조금 지급 및 관리감독 관련 시민감사 청구사항 감사결과에 따르면 “표준원가는 버스 운영에 드는 총 원가를 산출하기 위한 항목에 불과하다”며 “각 항목에 맞춰 버스회사가 지출하지 않았다하더라도 ‘전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실제 보조금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서울시 예산이 과다지출 된 부분도 드러났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재정지원 예산이 부족하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하고, 세출예산에 우선 계산해 올려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방채 발행을 피하기 위해 버스운송사업조합에게 대출받도록 한 뒤 이자를 대신 내주는 형식으로 재정지원을 했다. 지난 2010년 1월 버스운송사업조합에서 대출을 실행한 후 이자비용으로 서울시가 2014년 5월까지 지출한 금액은 총 72억 원이다.   

버스요금, 서울시의 재정지원금 등 ‘운송수입’에는 시내버스에 하는 광고수입 등 기타 부대사업도 포함된다. 감사원은 이 중 누락된 사례를 적발했다. 버스 폐차를 매각하면 그 대금을 운송수입금에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해당 대금을 계산해 올리지 않았고, 감가상각비를 산정해 지급했다. 최소 26억~최대 31억 원의 재정지원금을 절감하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런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서울시 도로교통본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조금에 관한 지적은 감사원이 서울시에 ‘권고’하는 사항인데 이는 법적으로 이행할 의무가 있는 ‘시정‘사항은 아닌 수준”이라며 “서울시에서 판단해 처리할 사항인데 지적에 대해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버스운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의지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이영수 연구위원은 “약 3000억 원의 재정을 투자하는데(2013년 기준 3440억 원) 서울시가 별 권한이 없는 것처럼 말하고 준공영제 운영전반에 대한 조례조차 만들지 않았다”며 “현재는 재정지원에 대한 조례만 있지 공공성을 가진 버스사업주의 권한 뿐 아니라 의무를 규정한 조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66개 회사 소속)은 적자상태다. 준공영제 이전에 난립했던 중복노선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고 준공영제를 하면서 수익성이 없어 노선이 부족했던 벽지노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버스가 대중교통으로 공공성을 띠고 있으며 뾰족한 대체제도 없는 상황에서 버스운영의 적자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준공영제 전환 당시 서울교통네트웍, 한국 BRT, 메트로버스, 다모아자동차 등 4개사는 ‘한정면허’를 받았다. 면허의 기한이 있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그동안 이 4개사의 면허가 끝나면 서울시가 직접 버스를 운영(공영제)해보면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고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들 버스회사도 ‘일반면허’로 전환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박상길 서울경기지부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서울)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영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 길”이라면서 “다만 현재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서울시가 4개사를 직접운영하거나, 최근 용림교통이 파산했는데 이를 다른 버스회사가 아닌 서울시가 운영해보면 좀 더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3개월째 노숙농성중인 공공운수노조는 66명의 사장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박 지부장은 “서울시에서 모든 지원을 하고 있는데 66명의 사장과 그 가족들이 회사 주요 임원을 맡아 제대로 출근도 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본다”며 “사장은 1명이면 된다. 서울시가 직접 나서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영제(지자체나 공기업이 직접 소유 및 운영)를 장기적인 대안 중 하나 정도로만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전남 신안군의 경우 공영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버스 노동자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만일 공영제가 시행되더라도 운영비용 문제와 버스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한 공영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영수 연구위원은 “현재 버스노선을 버스사업자들이 소유하고 있어 자칫 재산권 침해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준공영제로 전환한 2004년 7월1일 한정면허를 받았던 메트로버스 등 4개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회사들은 1960~70년대 면허를 받았다.

가족 경영이 이어지고 있으면서도 적자위험에서 벗어난 엄청난 이권사업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노총 소속 버스노동자들은 장기적으로는 운영권을 사들여 공영제로 전환해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이번 인상으로 추가 요금 수입을 연 1440억원으로 예상하지만 버스운영은 여전히 적자라고 주장한다. 서울시민은 제 값을 내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중교통 수입구조에서 이용자들이 낸 요금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서울시가 74% 수준으로 높은 수준이다. 공영제로 운영하는 뉴욕은 40.4%(2012년 기준), 프랑스 파리는 29.7%(2010년 기준)이고, 한국처럼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런던도 58.3%(2012년 기준)이다. 

민주노총 소속 버스노동자들은 당장 요금인상에 앞서 서울시의 지원금이 투명하게 사용되는 조건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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