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미디어오늘 기자를 사칭해 천안함 사건 관련 연구자의 컴퓨터에 스파이웨어를 심으려고 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정원이 국내외 여론을 감시 통제하기 위해 감청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사찰을 벌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하나 둘 씩 사실로 드러나게 됐다.

14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병호 국정원장과 김규석 국정원 3차장은 미디어오늘을 사칭해 천안함 전문가에 보내는 문의사항이 담긴 MS워드 문서를 작성해 이탈리아 해킹팀에 보냈는지에 대해 “보낸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고 이날 참석한 한 정보위원이 전했다.

이 정보위원은 “다만 국정원은 ‘우리가 보낸 것이 맞는데, 받은 사람(target)은 중국에 있는 사람으로 국내 인사를 대상으로 한 사찰이나 천안함 전문가를 상대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며 “국정원은 대북첩보라는 업무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정원이 ‘천안함 관련해서 한 것이 아니라, 메일을 클릭해 (감청) 프로그램이 설치되게 할 목적으로 보낸 것’이며, ‘천안함 관련 다른 건에서 필요에 의해서 보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문제의 미디어오늘 사칭 이메일 첨부파일. 국정원은 14일 정보위원회에서 이를 자신들이 작성해 해킹팀에 보낸 사실을 시인했다.
 

또한 그렇다면 중국어로 써야지 왜 한글로 썼느냐고 묻자 “그 쪽에 한국말 알아보는 사람에게 보냈다”고 국정원 3차장 등은 설명했다고 이 정보위원은 밝혔다.

이와 함께 국정원이 해킹한 아이피 가운데 천안함 의문을 제기해온 재미 잠수함 아이피가 있다는 것도 시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정보위원은 미국의 잠수함 전문가 안수명 박사의 아피도 해킹한 것이 있느냐는 위원 질의에 국정원 3차장은 “그 아이피를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미국 쪽에도 (우리가 추적하는 아이피) 한 명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보위원도 “‘미국의 잠수함 전문가가 해킹한 IP명단에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국정원은 (자신들이 사찰한 IP가) 북한과 중국 쪽 사람이라고 주장하길래 다시 ‘IP가 중국에 한정돼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고, 한 개의 아이피는 미국에 있다’고 시인했다”며 “그 잠수함 박사를 뜻하는 답인지 여부는 모르겠으나 미국 아이피 하나가 있다는 것은 시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3년 10월 4일자 이탈리아 해킹팀 내에서 주고받은 메일에 첨부된 파일 ‘Cheonan-ham(Cheonan Ship) inquiry.docx’이 최근 위키리크스에 공개됐다. MS-Word로 작성된 이 문서는 ‘천안함 1번어뢰 부식사진 의문사항 문의(미디어오늘 조현우 기자)’ 1장짜리이다. 

이 문서엔 1번 글씨가 어떻게 지워지지 않을수 있느냐는 에클스 미국 조사단장의 발언과, 최근엔 1번글씨가 쓰여진 부분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의문을 성명불상의 박사(천안함 전문가)에게 문의한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미디어오늘은 이 같은 이메일을 작성한 적이 없다.

   
국정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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