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동아일보 조아무개(54) 기자의 이름이 부고기사에 올랐다. 그는 8일 오전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없었다. 아들을 위한 신장이식수술 이후, 한 달간의 병가를 끝내고 7월 10일부터 출근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 기자는 7월 정기인사에서 대기발령을 받았다. 그를 포함해 편집국에선 모두 4명이 대기발령을 받았다. 이 중 1명은 사표를 냈다. 그리고 1명은 세상을 떠났다. 

조 기자의 빈소를 다녀온 동아일보 편집국 동료들의 전언에 따르면 조 기자의 부인은 “남편이 복귀를 앞두고 심적으로 답답해했다”고 말했다. 대기발령 대상자가 되면서 월급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했다. 조 기자는 마땅한 대기발령 사유를 알지 못했다고 했다. 동아일보의 한 기자는 “수술 후유증으로 글을 읽지 못하는 상황이 오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우울증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조 기자가 세상을 떠난 8일 오후, 조 기자와 함께 대기발령을 받았던 사원은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저와 같은 날 대기발령을 당한 분들도, 본인들이 왜 18층 구석방에 놓인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는지 회사로부터 얘기를 들은 바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한국의 대표 언론사에서 한 직장인의 생존을 옥죄는 조치를 취하면서 최소한의 절차도, 투명성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원은 “청춘을 동아일보에 바친 한 식구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있어야하지 않았을까”라고 되물으며 “회사는 50대 가장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간 이번 사태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고인을 알고 있는 동아일보의 한 기자도 “불분명한 사유로 대기발령을 내서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회사 측에서 어느 정도 책임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신문 산업이 사양화되고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과 감원 얘기가 계속 있었고, 기자를 비편집국으로 전보 시키는 게 흔한 일이 돼버렸다”며 현실을 되뇌었다. 이어 “자본의 논리를 앞세운 회사 측의 부당한 인사조치가 기자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이 개인의 비극으로 비춰지지 않는 이유다. 

동아일보의 또 다른 기자는 “연차 높은 기자들이 전문기자 타이틀을 달고 협찬기사를 쓰고 있다. 모두들 미래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전한 뒤 “회사를 믿고 계속 몸담을 수 있을지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며 “회사가 이번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노동조합은 지난 13일 이번 사건에 대한 조합원들의 다양한 입장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졌다. 동아일보 노조관계자는 “대기발령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 등 조합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조합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회사 측에 요구안을 낼 것”이라고 전했다.

14일 현재까지 회사는 그의 죽음에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조 기자에 대한 대기발령 사유와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동아일보 사측에 물었으나 “지금 시점에서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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