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으로 추정되는 육군 5163부대가 미디어오늘 기자를 사칭해 작성한 첨부파일이 포함된 이메일을 천안함 전문가들에게 보내 해킹을 시도했던 정황이 드러나자 실제로 해외 천안함 전문가·학자들이 충격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들은 문제의 첨부파일이 담긴 메일을 받았거나 열어본 기억이 없다면서도 혹시라도 다른 이메일 등의 방법을 통해 감청당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등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2013년 10월 4일자 이탈리아 해킹팀의 메일에 첨부된 파일 ‘Cheonan-ham(Cheonan Ship) inquiry.docx’을 열면 MS-Word로 작성된 ‘천안함 1번어뢰 부식사진 의문사항 문의(미디어오늘 조현우 기자)’ 1장짜리 문서가 나온다. 이 문서엔 1번 글씨가 어떻게 지워지지 않을수 있느냐는 에클스 미국 조사단장의 발언과, 최근엔 1번글씨가 쓰여진 부분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의문이 담겨있다. 미디어오늘은 이 같은 이메일을 작성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이 같은 미디어오늘을 사칭한 가공의 첨부파일이 담긴 메일이 실제로 천안함 전문가들에게 전달됐는지 관심이 집중됐다. 미디어오늘이 확인 결과 천안함 의혹을 연구 발표해온 주요 해외 전문가들은 이런 이메일을 받았거나 열어본 기억이 없다고 13~14일 밝혔다.

 

   
위키리크스에 있는 이탈리아 해킹 팀 이메일과 첨부파일 이미지.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전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13일 미디어오늘과 이메일인터뷰를 통해 “그 기사 봤다”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이렇게 침해될 수 있다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다행히 ‘조현우’ 기자 명의로 온 그런 이멜을 받은 기억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이멜을 통해서 스파이웨어가 들어오지 않았는가 의심은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잠수함 전문가로 알려진 안수명 박사(전 안테크 대표)는 14일 미디어오늘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해당 시기 전후로) ‘조현호’나 ‘조현우’에게서 받은 (문제의) 이메일은 없다”고 밝혔다.

안 박사는 다만 “나는 내가 받고 싶다고 생각되는 이메일만 받고, 내가 받고 싶지 않다고 생각되는 이메일은 안받는다”며 “나는 기자 사칭 행위라고 생각되는 이메일을 받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국정원이 내게 그러한 이메일을 안보냈다는 증거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 10월 4일자 이탈리아 해킹팀 메일에 첨부된 문서. 미디어오늘 기자를 사칭했다.
 

안 박사는 “이것은 남한 국정원의 IT(Information Technology)의 수준이 얼마나 유치한가를 증명한다”며 “누군가 어떤 이메일을 받아야만 감청할 수 있는 감청도구를 사려고 지불했다는 금액의 액수가 맞지 않기를 바란다”고 우려했다.

이밖에도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도 이메일 인터뷰에서 “2013년쯤에 벌어진 일인듯한데, 그런 이메일을 받은 기억이 없다”며 “그런 이메일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왔더라도, 그냥 지웠거나,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도 14일 이메일인터뷰에서 “안 그래도 오마이뉴스 기사 읽고 이메일을 다시 검색 해봤는데 내 메일 계정에는 의심되는게 없었다”며 “또한 (다른) 이메일 계정 어디에도 의심되는 이메일은 없었다”고 답했다.

   
천안함 어뢰 1번 글씨. 사진=인터넷공동사진취재단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