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대책위)가 학교 앞 도박장 반대운동을 벌인지 800일을 맞았다. 대책위는 한국마사회 용산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이전에 반대하는 용산주민들과 화상경마장에서 215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성심여중·고 학부모와 교사들이 모인 곳이다. 이들은 2013년 5월 1일 대책위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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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800일 동안 주민 17만 명에게 화상경마장 개장 반대서명을 받았다. 마사회가 지난해 6월말부터 3개월간 임시개장한 후 자체 평가단을 통해 여론을 수렴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주민 84.9%가 화상경마장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정의당, 노동당 등 정치권과 서울시, 용산구 등 관련 지자체에서도 개장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마사회는 지난 5월 31일 두 번째로 화상경마장을 개장했다. 이후 대책위 주민들은 화상경마장이 문을 여는 금, 토, 일요일 오후 1시부터 8시에 맞춰 화상경마장 옆 농성장(천막농성535일째)에서 이용객들을 설득하는 중이다. 화상경마장에 드나드는 이용객들에게 “학교 주변이니 아이들 부끄럽지 않게 도박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 한국마사회 용산지사 건물 옆에 용산주민들과 성심여중고 교사들이 만든 천막농성장. 10일 현재 개장반대 투쟁 800일째다. 사진=장슬기 기자
 

화상경마장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한 성심여중·고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개장을 밀어붙이고 있는 마사회의 현명관 회장은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었다. 성심여고 교장 김율옥 수녀는 1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싸움은 골리앗과의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화상경마장을 ‘썩은 생선’에 비유했다. 그는 “처음부터 주민들과 학교는 교육환경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라 물러설 수 없었다”며 “썩은 생선에는 파리가 계속 꼬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술을 들고 입장하는 이용객, 해당 건물에 입장하는 미성년자 등을 발견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돈을 잃고 술기운에 폭력 사태가 벌어질 위험이 있다며 우려했고, 미성년자 입장에 대해서는 청소년보호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오랜 투쟁으로 지친 것도 사실이다. 성심여고 3학년 자녀를 둔 김경실씨는 “금요일이 되면 무섭기도 하다. 이용객들이 우리를 향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들이 막지 않으면 내 자식이 그 환경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김율옥 교장은 “그래서 즐겁게 투쟁하기 위해 천막에서 같이 천가방을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수세미를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천막농성장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만나는 교육현장이기도 했다. 김 교장은 “학교가 마을의 등불이라는데 천막에서 학부모들과 더 가까이서 만나게 됐다”며 “함께 싸우면서 ‘국가가 사행산업을 조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보는 눈이 넓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화상경마장 2개 층을 개장하면서 마사회는 화상경마장을 고급 레저시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렛츠런ccc(마사회에서 화상경마장을 지칭하는 용어) 홍보동영상에 따르면 운영기준을 프리미엄급으로 설정해 품격있는 고객들만 받겠다고 했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용산지사를 폐쇄하겠다고 했다. 

   
▲ 한국마사회 용산지사는 지난 5월 31일부터 화상경마장(렛츠런ccc)을 개장했다. 사진=장슬기 기자
 

그래서 용산 화상경마장은 입장료를 2만1000원과 3만1000원으로 책정했다. 원래 화상경마장 이용객 복장 규정도 정장으로 맞췄다가 지금은 반바지만 금지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대책위는 최근 2000원짜리 입장권을 판매한 사실을 적발했다. 대책위는 이 사실을 지적하며 폐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 7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 마사회의 사감위법 위반 행위를 신고하기도 했다. 마사회에서 4만원 상당의 경품을 내걸었는데 이는 “사행산업의 과도한 사행심 유발 방지를 위해 현장을 확인하고 지도·감독”한다는 내용의 사감위법 18조 위반이라는 것이 대책위 주장이다. 

화상경마장이 들어선 건물은 지상 18층, 지하 7층 규모의 대형 건물이다. 여론을 의식해 1층부터 8층까지 주민문화시설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마사회는 최근 1층부터 7층을 키즈카페로 사용하기 위해 용산구청에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마사회는 8층과 9층은 중독치유센터와 사무실, 10층 이상은 화상경마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학부모 김경실씨는 용산구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금 교육환경을 지키자고 도박장을 폐쇄하자는 중인데 키즈카페를 들어오게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키즈카페가 들어오면 도박으로 돈을 잃은 사람들이 아이들과 함께 건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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